[칼럼] 심야 전기 충전, 집안 가전제품 돌리는 '전기차 V2L' 편법 사용 살펴볼 때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대림대 교수

  • 입력 2023.08.27 09:04
  • 기자명 김필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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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헤럴드=김필수 교수] 전기차는 향후 2~3년이면 신차 수요의 25%를 전기차가 차지해 자동차 시장 주도권을 잡게 될 전망이다. 노르웨이의 경우 오는 2025년 내연기관차가 사라지고 전기차와 수소차만 사고파는 최초의 완전 무공해차 국가가 된다. 노르웨이와 같은 탄소배출 제로 국가들은 이후 점차 늘어날 것이다. 

수요가 늘면서 소비자 니즈에 맞춰 가격과 품질은 물론 특화된 기능을 적용해 가성비가 뛰어난 전기차도 늘어날 것이다. 테슬라를 필두로 한 미국, 그리고 물량 공세를 펼치는 중국 전기차가 세계 시장 지배력을 높이고 현대차 그룹의 성장 속도 역시 빨라질 것이다. 

요즘 전기차 산업의 최대 관심은 친환경 에너지 수급이다. 노르웨이는 전체 전기 에너지의 95% 이상을 수력 발전 등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생산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석탄 화력에 크게 의존하면서 전기 에너지 생산 과정에서 적지 않은 오염 물질을 배출한다.

가정은 물론 공공과 산업 전반 그리고 전기차도 전기를 절약해야 하는 이유다. 친환경 에너지 생산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지만 그런데도 전기차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전기차는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매우 효율적인 저장장치로도 활용할 수 있다. 전기차 10대면 재난지역이나 도서 등 오지에 충분한 전기를 공급할 수 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현대차가 세계 최초로 적용하기 시작한 전기차 V to L( V2L, Vehicle to Load) 기능이다. 통합 충전 시스템과 차량 충전관리 시스템을 통해 별도의 추가 장비 없이 외부로 최대 3.6kW의 소비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장치다. 전기차에서 220V 교류를 그대로 꺼내 대부분의 전자 제품을 사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V2L 여부에 따라 수십만 원의 보조금을 추가 지원하고 있다.

폭염이 이어졌던 지난 여름 V2L을 이용한 각종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왔다. 누진세를 피하려고 심야 전기로 배터리를 충전하고 V2L을 이용해 사용할 수 있는 휴대용 에어컨을 켜거나 오토캠핑에 활용하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

에어컨 자체 효율은 그대로지만 일반 전기 요금보다 싼 전기를 심야에 충전해 놓고 사용하기 때문에 크게 오른 전기요금 절약법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인터넷에는 다양한 V2L 활용법과 사례가 공유되고 있다. 

여름철 경부하 기준 주택용 전력의 요금은 저압, 하계 기준 300kWh이하 사용시 기본 요금 910원,  300kWh까지 120원을 부과한다. 이후 사용량에 따라 누진세가 적용돼 450kWh를 초과하면 기본 요금은 7300원, kWh당 307.3원을 부담해야 한다.

반면 전기차는 자기집에서 저압 경부하 충전시 기본 요금 2390원, 누진세없이 kWh당 84.3원으로 부담이 덜하다. 심야 전력 요금은 겨울을 제외한 나머지 계절 81.1원에 불과하다. 전기차가 심야용 완속 충전을 활용하면 가정의 전자제품을 절반 아래의 요금으로 사용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문제는 이런 사용 방법이 불법은 아니지만 과도해질 경우 왜곡된 부분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이다. 주택 전기 요금보다 저렴한 산업용, 교육용 전력을 전기차에 충전해 가정에서 쓰지 말라는 법도 없다. 

V2L 기능이 5Kw 이상으로 커지고 전기 요금이 지속해 오를 경우, 전기차를 이용하면 일반 가정의 절반 요금으로 사실상 모든 가전제품 사용이 가능해진다. 전기차 몇 대를 동원해 전기에너지를 매우 낮은 비용으로 악용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올해는 전기차를 이용해 에어컨을 사용하는 일로 끝날 수 있지만 상황에 따라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가 이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전기에너지 믹스가 복잡하고 간접적인 오염원 배출이 큰 상황에서 편법으로 에너지 사용량을 늘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개인 칼럼으로 본지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              

키워드
#전기차 #V2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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