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욕 먹는 진짜 이유 '뻔한 레퍼토리'

  • 입력 2013.08.19 01:55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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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가 위기론을 들고 나왔다. 현대차그룹 산하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KARI)는 최근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유럽 경기의 불확실, 중국의 성장둔화를 우려하는 보고서를 내놨다.

하반기 전세계 자동차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2.6%, 대수로는 170만대 이상 감소하고 상반기 0.7% 감소한 내수 시장은 하반기에 0.1%가 줄어 2년 연속 자동차 판매가 감소할 것이는 내용이다.

국산차 주요 수출 대상국인 미국, 중국, 유럽은 물론 신흥경제국인 러시아와 인도 등 대부분의 시장에서 자동차 판매가 급감할 것이라는 예상을 내 놓기도 했다.

KARI의 예상대로라면 수출 비중이 절대적인 현대차와 기아차, 한국지엠은 물론 내수 의존도가 큰 르노삼성차와 쌍용차 등은 큰 위기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KARI의 예상과 달리 해외에서 예측한 하반기 글로벌 자동차 시장 전망은 정 반대로 맑음이다. 우선 미국 시장에 대한 전망이 현지의 분석과는 전혀 다르다.

저명한 경제지와 자동차 전문 사이트의 애널리스트들은 상반기 기록한 미국 자동차 시장의 소폭 상승세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전망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이들은 과거보다 크게 늘어난 자동차 보유 연수의 대체 시기가 다가왔다는 점을 들어 하반기 미국의 자동차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내다 보고 있다.

대부분의 시장 전문가들이 비슷한 예측을 하고 있고 실제 완성차 업체들도 이런 전망에 빠르게 발을 맞추고 있다.

GM과 포드 등은 추가 투자와 인력 고용을 확정해 발표했고 일본 브랜드의 현지 공장들도 생산 여력을 확대하는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KARI는 미국의 하반기 자동차 시장이 부진에 빠지면서 1.1% 판매가 줄어 들 것이라는 예상을 내 놨다.

유럽에 대한 시장 분석도 이와 유사하다. KARI는 하반기 유럽 시장의 감소율을 무려 10.8%로 내다봤다.

6년째 이어지고 있는 유럽의 경기침체를 감소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하지만 국내 금융업계들은 유럽의 경기가 급속하게 살아나고 있다는 전망을 내 놓고 있다.

세계 경제전문가들은 특히 유럽 경기가 제조업 중심으로 회복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을 하고 있다. 유럽 현지의 자동차 전문 매체들도 하반기 시장을 비관적으로 보고 있지 않다.

실제로 유럽은 지난 상반기 전년 동기 대비 5%의 감소율로 마감을 했지만 7월에는 증가세로 전환이 됐다. 따라서 서유럽을 시작으로 자동차 판매가 호조를 보이면서 하반기에는 감소세가 크게 줄어들거나 소폭 증가세를 점치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내수 시장 감소 전망도 동의하기 어렵다. KARI는 이번 보고서에서 국내 경기 회복 불확실성을 들어 2년 연속 내수 판매 감소가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을 했다.

그러나 이는 국산차만을 근거로 한 것이다. 내수 시장은 국산차와 수입차가 어우려진 시장이다. 따라서 정확하게 표현을 한다면 내수판매 감소가 아니라 현대차나 기아차 판매가 줄어들 것이라고 해야 맞다는 얘기다.

미국 시장을 분석하면서 그 곳에서 판매되고 있는 우리 국산차와 일본산, 유럽산을 빼 놓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진짜 문제는 이런 위기론이 나온 시점이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그 동안 노조가 파업을 결의하고 단체행동에 들어가는 시기면 어김없이 이런 레퍼토리를 끄집어 냈다.

자동차 산업의 고용현황, 경제기여도, 흑자규모 그리고 위기론이 여지없이 등장을 했다는 얘기다. 왜 이시기에 이런 레퍼토리가 등장하는지는 너무나 뻔하다. 이런 판국에 노조가 파업을 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무언의 압력이고 사회적 여론을 자기편으로 끌어 들이겠다는 심사다.

그래서 이번 KARI의 보고서는 그 속이 너무나 훤하게 들여다 보인다. 이 곳에 근무하고 있는 최고의 연구원들이 내 놓은 결과물로는 믿겨지지 않을 만큼 내용이 허술했고 현지의 상황과 그 곳 전문가들의 예측과도 전혀 맞지가 않았다.

하필 이 시기에 왜 억지스럽게도 세계 자동차 시장이 위기라고 주장하는지 거듭 짐작이 가고도 남는 이유다. 잘 하고도 현대차그룹이 매사에 욕을 먹는 이유가 바로 이런 것 때문은 아닌지 반성을 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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