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언컨대, 가장 완벽한 결합 ‘미니 페이스맨’

  • 입력 2013.08.16 23:57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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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을 피하려고 무작정 달려온 강원도 대관령도 무덥기는 매 한가지였다. 더위를 피한 건지, 더위를 쫓아 온 것인지 애매할 정도다.

그래서인지 피서 차량으로 꽉 막힌 영동고속도로를 쉬지 않고 달려 온 미니(MINI)의 3도어 SAV (Sports Activity Vehicle) 페이스맨이 조금 지쳐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대관령 휴게소를 가득 메운 차량들 사이에 자리를 잡은 미니 페이스맨은 단연 돋 보이는 존재감을 과시했다. 지나는 사람들은 "이렇게 큰 미니도 있나", "거 단단하게 생겼네" 등등 다양하게 반응을 한다.

스타일을 버리지 않고 온 가족이 함께 탈 수 있는 차를 컨셉으로 만들어진 덕분에 페이스맨은 미니 라인업 가운데 누구나 관심을 가질만한 풍부하고 독특한 외관을 갖고 있다.

탄탄한 하체에 어울리는 4WD까지 적용된 미니의 7번째 브랜드 라인업 '미니 페이스맨 SD(FACEMAN) '을 시승했다.

 

미니의 다양성을 확장시킨 대담한 디자인=프리미엄 소형차 미니(MINI)가 만들어 내고 있는 모델의 수는 모두 몇 개나 될까.

미니의 글로벌 웹사이트에서 세어 본 전체 모델의 수는 기본 모델인 미니에서 고성능 버전인 존 쿠퍼 워크(John Cooper Works)에 이르기까지 모두 42개나 됐다.

놀라운 것은 대 부분의 라인업이 차급보다 차종으로 파생되면서 시장이 요구하고 있는 다양성을 충족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컨버터블과 쿠페, 로드스터, 클럽맨, 컨트리맨 그리고 한정판 모델까지 그야말로 메뉴판이 꽉 찰 정도로 없는 게 없다.

이 가운데 페이스맨은 독특한 프로포션을 갖고 있다. 기존 미니의 한정된 공간을 꽤 쓸모 있는 공간으로 확장을 했고 기존 디자인의 당찬 이미지는 그대로 갖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페이스맨의 정체성은 크로스오버 형 쿠페쯤으로 봐야 할 듯싶다. 잡아 늘린 듯한 페이스맨 외관의 가장 큰 특징이 크로스오버와 쿠페의 장점을 버무려 놨기 때문이다.

시승차인 페이스맨 쿠퍼 SD의 차체 사이즈는 전장 4115mm, 전폭 1786mm, 전고 1522mm로 컨트리맨보다 높이를 낮추고 길이를 늘려 쿠페의 역동적인 실루엣에 가깝게 만들어졌다.

여기에다 2596mm의 여유 있는 휠 베이스로 차체의 안정감과 실내 공간에서 넉넉함을 살린 모델이기도 하다.

곧추 세워져 있는 전면부의 디자인과 A필라에서 C필라로 기울어져 있는 루프 라인, 완만한 경사가 가미된 테일게이트를 보면 전형적인 쿠페의 모습을 갖고 있다.

페이스맨이 미니스럽다고 느껴지는 것은 전면과 후면의 독특한 디자인이 그대로 반영됐기 때문이다. 큼직한 원형 헤드램프, 심플하면서도 정돈감이 뛰어난 라디에이터 그릴, 볼륨감이 강조된 근육질의 바디까지 예전부터 봐왔던 미니의 대담함이 살아있는 그 모습 그대로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전통과 모던함이 공존하는 실내=미니의 독특한 컨셉이야 원래부터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고 페이스맨 역시 이런 컨셉에 충실한 인테리어를 갖고 있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전통을 고수하면서도 비교적 고급스러운 요소들이 적절하게 버물어져 있기 때문이다.

센터페시아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대형 스피드 미터, 그리고 토글 스위치, 서클타입의 클러스터와 같이 미니의 전통적 컨셉은 여전하다.

불편하고 여전히 퉁명스러운 디자인이지만 미니를 좋아하는 마니아들은 크게 개의치 않는 것이기도 하다. 반면, 시트의 재질과 다소 과하다 싶은 크롬, 대시보드와 도어안쪽을 마무리한 소재들은 꽤 고급스럽고 세련됐다.

 

시프트 노브와 스티어링 휠의 그립감도 기분이 좋을 만큼 부드럽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원형으로 강조된 미니의 이런 실내 특성은 운전할 때 조금은 거친 느낌들을 상쇄시키면서 나름대로 재미를 느끼게 하는데 일조를 한다.

실내 공간에 대한 불만도 상당부문 해소가 됐다. 여유가 있는 휠 베이스 덕분에 후석의 레그룸도 기존의 다른 미니와 비교했을 때 넉넉한 편이다. 그래도 일반적인 세단 타입의 다른 모델보다는 여유가 적다는 것은 감안을 해야 한다.

1열부터 2열까지 이어져 있는 레일 때문에 4인승으로 구성된 점이 그래서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2열 시트는 60:40으로 분할 폴딩이 가능하고 완전히 접으면 기본 330리터의 트렁크 용량을 1170리터까지 늘릴 수 있다.

개선이 필요한 부분도 있다. 우측 아웃사이더미러가 벨트라인 아래로 배치돼 있어 하단쪽을 가려져 시야를 방해하고 A필라의 각이 좁아 단차로 횡단보도의 앞 위치에서는 신호등이 잘 보이지 않는 불편이 있다.

수납공간이 부족한 것도 여전했고 선바이저는 면적이 너무 작아 전방에서 비추는 햇빛을 모두 가려주지 못했다.

 

당돌하고 우쭐하게, 거칠 것 없는 주행성능=1955cc 4기통 디젤엔진을 탑재한 미니 페이스맨은 최고출력 143마력(4000rpm), 최대토크 31.1kg.m의 동력성능을 갖고 있다.

배기량이 비슷한 폭스바겐의 골프(최고출력150마력/최대토크 32.6kg.m)보다 수치상 열세지만 차체의 크기와 중량으로 보면 크게 흠잡을 일은 아니다. 서스펜션은 전륜에 맥퍼슨 스트럿, 후륜에는 멀티링크 타입이 적용됐고 풀 타임 4륜 구동이다.

시동을 걸면 소음과 진동에서 디젤 특유의 거친 속성이 그대로 나타난다. 이 때문에 가솔린 모델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내는 마니아들이 적지 않지만 페이스맨 디젤의 정숙성은 그리 나쁘지 않은 편이다.

BMW를 비롯한 독일산 모델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일반적인 수준이기 때문이다. 주행 안정감은 낮은 전고, 접지력이 뛰어난 205mm/55/17인치 타이어와 튼튼한 하체로 모든 여건의 도로에서 무난하게 달리는 수준이다.

미니의 다른 라인업에서 공통적으로 느낄 수 있는 고속에서의 안정감도 만족스럽다. 꽤 빠른 속도, 험한 구간에서도 도로를 잡아 채는 능력과, 민첩한 복원력, 그리고 빠르게 반응하는 가속페달과 제동력으로 스트레스가 없는 주행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대관령 옛길을 오르고 내려가는 와인딩 코너에서의 핸들링과 균형감은 비교적 무난했지만 차체가 통통튀는 듯한 반응이 몇 차례 발생하기도 했다. 서스펜션의 무르기는 다소 딱딱한 탓이기도 하다.

600km가 넘는 시승에서 최종적으로 기록된 연비는 15.4km/l였다. 2리터급 디젤 모델로 보면 크게 만족스럽지도 그렇다고 불만스러운 연비는 아니다.

오히려 과격하면서도 급가속이 포함된 험악한 시승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만족에 가까운 점수를 주고 싶다.

 

미니, 이제는 증식보다 진화가 필요할 때=페이스맨의 장점은 기존 미니 라인업보다 여유가 있는 실내 공간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크로스오버의 기능적 장점, 즉 한 가족이 충분하게 즐길 수 있는 여유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미니가 존재하는 이유인 스타일에서도 쿠페의 정형적 특성까지 갖추고 있다. 하나의 선택이 또 다른 하나를 비워야만 하는 고민을 덜어주고 있다는 얘기다.

누구나 어떤 연령층이든, 어떤 가족의 구성이든 부담없이 탈 수 있는 미니가 존재하고 있다는 점만으로도 페이스만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본다.

한편, 미니는 그 동안 무한분열이 가능한 세포처럼 엄청난 숫자로 증식을 거듭해왔다. 자동차 역사상 한 개의 컨셉으로 이렇게 다양한 모델을 만들어낸 전례는 과거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쉬워 보이지 않는 일이다.

이런 다양성은 분명 시장에서 선택을 폭을 넓히는데 일조를 하고 있다. 반면 미니 마니아들이 '스타일'에 열광하는 이상, 미니는 계속해서 다른 종자를 창조해 내는데 주력 해야 한다.

이 때문에 종족내 번식이 주는 위험성을 경고하는 이들도 적지가 않다. 따라서 미니의 미래 전략은 다양성에 대한 절박함을 충족시켜 주기 보다는 새로운 변신으로 진화를 하는데 주력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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