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식 칼럼] '대환장 자동차 로고' 로고 기억해 브랜드 선택하고 제품 구매한다는데...
[김흥식 칼럼] '대환장 자동차 로고' 로고 기억해 브랜드 선택하고 제품 구매한다는데...
  • 김흥식 기자
  • 승인 2023.01.25 1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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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 Car'. 자동차와 타이어 정보를 제공하는 리레브닷컴(ReRev.com)이 지난해 연말, 기아 로고를 보여주고 연상되는 문구를 1062명에게 물었을 때, 응답자의 44%는 'KIA'를 떠 올리지 못했다. 26%는 'KN'이라고 답했고 KM. KV 그리고 전혀 무관한 답변이 11%나 됐다. 구글에서 기아(KIA)보다 KN 검색 건수가 더 많다는 얘기도 있다.

기아는 2021년 새 로고가 "‘균형(Symmetry)’과 ‘리듬(Rhythm)’, ‘상승(Rising)’을 의미하며 이를 바탕으로 변화와 혁신을 선도하겠다는 결의를 담고 있다"라고 했다. 하지만 천문학적 비용을 들여 사명을 바꾸고 새로운 슬로건과 로고를 발표한지 2년 여가 지났는데도 글로벌 시장에서 로고와 브랜드를 하나로 연결시키지 못했다.

르노삼성자동차에서 삼성을 떼어버린 르노코리아자동차의 로고는 정체성이 모호하다. 르노코리아는 국내 생산 모델과 수입 판매 모델에 각각 다른 로고를 쓴다. 삼성 흔적을 지우겠다며 사명을 바꾸고도 국내 생산 모델에는 1995년 만들어진 삼성자동차 '태풍의 눈' 엠블럼을 그대로 쓴다.

더 황당한 건, 로고 디자인을 바꾸고도 차량 엠블럼은 그대로 쓰고 있다는 사실이다. 새 로고는 입체적에서 평면적으로, 르노 로고와 같이 단순한 선으로 표현했다. 르노코리아는 새 로고가 “이전보다 단순화한 형태로 끊임없이 살아 움직이는 듯한 역동적인 선으로 기업의 정체성을 대변한다”라고 했다. 전시장을 포함한 전국 시설의 간판도 새 로고로 바꿔 달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차량 엠블럼은 바뀌지 않고 있다. 주력 모델인 XM3는 물론이고 QM6, SM6 엠블럼 모두 예전 것들이다. 새 로고가 나온 지 1년이 다 돼가는데 전시장 간판 로고와 차량 엠블럼을 따로 쓴다. 완성차로 들여와 파는 마스터(MASTER) 로고는 르노 로장주다. 로장주 엠블럼을 달고 아르카나로 세탁한 XM3도 흔하다. 혼란스럽지 않은가?

현대차는 최근 해외에서 발음 교정을 시도하는 광고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현대(HYUNDAI)를 현다이, 횬다이, 하이엔데이 등 잘못된 발음으로 사용하면서 일어지는 헤프닝을 통해 정확한 발음을 알려주는 캠페인이다. 해묵은 걸 바로 잡겠다고 나선 이유가 해외 발음보다 국내에서 현대차를 비아냥할 때 자주 쓰이는 걸 의식한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다. 그런데 예전 해외 모터쇼에서 제품을 소개하는 한국 임원들도 '현다이'라고 했었다. 

쌍용자동차도 1988년 쓰기 시작한 쌍용 브랜드를 'KG모빌리티'를 바꾸고 새로운 로고를 준비 중이다. 쌍용차가 사명 변경을 추진한 건 꽤 오래전부터 시도됐던 일이다. 망한 회사라는 이미지를 털어버리고 분위기 전환을 노린 거지만 아쉬워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렉스턴, 코란도, 무쏘 그리고 토레스와 티볼리 등에 쌍용보다 어울리는 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세상에 'KG 렉스턴'이라니.

국내에서 사명과 로고를 가장 성공적으로 전환한 곳은 한국지엠(GM KOREA)이다. 2011년 지엠대우에서 한국지엠 그리고 쉐보레를 도입해 한국 시장에 안착했다. 대우라는 브랜드가 가진 부정적 의미를 씻고 국내 시장에서 글로벌 아이덴터티를 정립했고 쉐보레(이전까지 시보레라고 했다)라는 친근한 브랜드로 자리를 잡았다. 무엇보다 국내 생산, 수입 모델 간 이질감을 해소하는 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 

브랜드를 상징하는 로고와 엠블럼 등이 제품 구매력에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기아와 르노코리아의 브렌딩 전략은 점검이 필요해 보인다. 미국 취업 컨설팅 전문 기업 지피아(Zippia)의 2023년 브렌딩 트렌드를 보면 소비자가 브랜드를 기억하는데 평균 5~7회 이상 로고를 보고 이렇게 기억한 브랜드 제품을 구매할 가능성이 73%에 달한다.

로고나 엠블럼을 보고 브랜드를 떠 올려야만 제품을 구매할 확률이 그만큼 높아진다는 의미다. 기아 로고를 보고 뜬금없이 'KN'을 떠 올리는 소비자들이 기아 제품을 구매할리 만무하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2년이라는 긴 시간, 로고와 브랜드를 하나로 연결시키지 못했다면 하지 말았어야 했다. 

간판 따로 앰블럼 따로인 르노코리아, KG 모빌리티 KG 렉스턴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새해에는 정리가 됐으면 한다. 다른 얘기지만 포춘(Fortune)이 선정한 글로벌 500대 기업 가운데 40%는 기아 옛 엠블럼과 같은 파랑(Blue)을 쓴다고 한다. 검정이 25%로 뒤를 잇는다. 국내 자동차 브랜드 가운데 파랑을 쓰는 로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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