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세대 5시리즈, M 스포츠 패키지 하나로도 충분

  • 입력 2017.02.22 17:18
  • 수정 2017.02.23 10:58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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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5시리즈의 기본기는 구구절절 논할 대상이 아니다. 1972년 이후 45년간 세대를 바꿀 때마다 치밀하게 다듬어진 기본기는 이제 완숙의 단계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첨단 테크놀로지와 감성의 가치가 자동차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변화한 만큼 7세대 5시리즈의 관전 포인트도 자연스럽게 그런 쪽에 기울게 된다.

BMW도 신형 5시리즈의 첨단화 그리고 감성 만족도를 끌어 올리는 데 주력했다. 파워트레인의 제원 수치도 높아졌지만 7시리즈급 첨단 사양을 대거 적용하고 한국 시장, 소비자들의 감성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M 스포츠 패키지를 기본 적용하고 터치에 반응하는 스크린, 반자율 주행시스템, 확실한 변화의 드라이브 모드 등 다양한 기능을 적용했다.

누가 봐도 뚜렷한 BMW의 혈통은 그대로다. 디테일에서 키드니 그릴을 헤드라이트 베젤과 연결한 것, 앞과 뒤 램프의 레이아웃과 그래프, 짧아진 오버행으로 이전보다 낮아진 스탠스를 보여주는 정도다.

 

체구는 더 길어지고 넓어졌다. 장·전폭·전고는 4936ㆍ1868ㆍ1479(mm)로 각각 29, 8, 15(mm) 늘어났다. 그러면서 공차 중량은 최대 115kg까지 낮췄다. 중후해지면서 무게를 줄인 것. 축간거리를 7mm 늘여 공간이 더 넉넉해진 것도 인상적이다. 

실내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플로팅 타입 디스플레이다. 10.5인치 고해상도 스크린은 인터페이스의 디자인과 색상에 다양한 변화를 줬다. 원하는 타입에 맞춰 메뉴를 다시 배치할 수 있고 내비게이션을 비롯한 모든 메뉴는 터치에 반응한다. 

음성 인식의 정확도가 향상되고 7시리즈에서 선보인 제스처 컨트롤까지 적용돼 예전의 불편함이 싹 사라졌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시인성, 다양한 색상의 조합이 마음에 든다. 시트는 적당한 무르기를 갖고 있다.

 
 

M 스포츠 패키지가 전 트림에 기본 적용되면서 외관의 멋스러움이 더해졌지만, 실내에서도 스포츠 시트와 시프트 패들, 파인 우드와 펄 크롬 하이라이트 인테리어로 고급스러움이 배가됐다. 국내에 출시된 신형 5시리즈의 트림은 9개, 이 가운데 주력이 될 520d X 드라이브 M 스포츠 패키지 플러스(7120만 원)를 시승했다.

탑재된 파워트레인은 190마력(4000rpm)의 최고 출력과 40.8kg.m(1750~2500rpm)의 최대 토크 성능을 가진 4기통 트윈 터보 디젤이다. 토크 밴드의 수치를 과시하듯 발진은 경쾌하다. 묵직한 사운드가 곁들여 지고 스피드 미터 게이지는 멈춤 없이 상승하며 사륜구동이 보태져 요란한 출발에도 흔들림 없이 차체를 밀어낸다.

시속 100km/h에 도달할 때까지 시프트업이 느껴지는 건 딱 두 번이다. 자리를 잡으면 엔진 회전수가 2000rpm 아래를 유지하기 때문에 5시리즈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것들이 작고 일관된 진동만 전달한다. 주행 질감은 예전보다 기계적 맛을 더 살려낸 느낌이다.

 
 

고분고분해진 벤츠보다 엔진과 섀시의 피드백이 날카롭고 무게가 더 실려있다. 영종도에 있는 BMW 드라이빙 센터의 젖은 트랙에서 보여준 코너링과 조향력, 그리고 그립감은 완벽했다. 이 정도의 속력이면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하고 속도를 높여 가며 과격하게 잡아 돌려도 스티어, 후미의 털림이나 회전방향으로 차체가 쏠리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트랙을 도는 속도가 빠른 것은 아니었지만 젖은 노면의 코너링에서 이 정도의 그립과 제동, 거동 안정성을 보여준다면 일반 공로에서는 더 완벽한 능력을 보여 줄 것으로 기대한다.

컴포트와 에코, 그리고 스포츠로 운전 모드를 바꿀 때마다 클러스터의 조명과 구성이 바뀌는 것도 재미있다. 고속으로 달리면서 주행모드를 변경하면 스티어링 휠도 전달되는 섀시의 느낌과 가속페달의 반응에 따른 피드백이 거친 성격으로 돌변한다.

 
 

꽉 막힌 올림픽대로에서는 BMW의 반자율 주행 시스템이 위력을 발휘한다. 일반 주행을 할 때 차선을 유지하고 크루즈로 속력을 설정해 놓으면 말 그대로 차선, 간격을 알아서 유지하며 달린다. 고속과 저속에서 반자율 상태를 유지하는 시간이 다르다. 고속에서는 10초 미만, 저속에서는 그 이상 유지된다.

반면 차선 유지 시스템의 버전 정보가 정확하지 않지만, 차로의 양 차선에 근접하면 튕겨내는 식이어서 S자 주행을 할 때가 있다. 젖은 노면 탓에 교량 아래의 그늘진 곳에서는 반사된 빛 때문에 차선을 놓치는 일도 있었다.

<총평>

 

명성에 비해 5시리즈의 최근 성적은 좋지 않았다. 경쟁 모델인 메르세데스 벤츠 E클래스에 밀리기도 했다. 그러나 신형 5시리즈가 나오면서 BMW 코리아의 눈빛이 달라졌다. 지금까지 사전 예약 실적이 약 4000대로 괜찮은 성적을 거둔 것도 있지만, BMW 코리아 관계자는 론칭과 시승 관련 자료가 뿌려지면 본 계약으로 이어질 ‘구두계약’ 자가 그 몇 배라며 잠깐 누렸던 E 클래스의 독주는 끝났다고 자신했다.

이런 자신감은 ‘최고의 가성비’에서 나온다. 기존 세대보다 평균 300만 원 가량 가격이 오르기는 했지만 1000만 원 상당의 M 스포츠 패키지가 전 트림에 기본 적용됐기 때문에 오히려 가격이 내린 셈이 됐다. 특히 제스처 컨트롤, 디스플레이키, 서라운드 뷰 등 7시리즈급 첨단 사양과 터치에 반응하는 스크린 등 한국 소비자의 니즈를 충분히 반영하면서 체감 인상 폭을 낮췄다. 만족스러운 가성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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