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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 그로미쉘 바나나를 닮아가는 자동차 생태계
한용덕 객원기자  |  toomuchmgz@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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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2.22  09:22:51
   
 

바나나가 멸종위기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자동차 이야기에서 뜬금없이 바나나가 나온 것에 의아하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지금 자동차 시장은 바나나의 생태계와 비슷해져가고 있다. 

바나나는 맛있다.

바나나는 맛있다. 하지만, 예전에는 더 맛있었다. 연배가 좀 있으신 분들이었다면, 지금 먹는 바나나보다는 조금 더 땅땅하고 더 달콤했던 바나나를 먹었던 추억이 있을 것이다. 예전 일이어서 더 맛있었다고 느꼈을 수 있지만, 확실히 지금의 바나나는 맛이 없다.

그런데, 그마저도 멸종 위기다. 60년대 즈음에 바나나를 접했던 분들이 먹었었던 바나나는 '그로미쉘(Gros Michel)' 이라는 품종이었다. 하지만, 당시에 급속히 퍼졌던 '파나마병'이 크고 단단하며, 달콤했던 그로미쉘 품종을 멸종시켰고 이제는 파나마병에 강한 '캐번디시(Cabendish)' 라는 품종이 오늘날 우리가 먹고 있는 바나나가 되었다. 

그런데, 이 바나나가 자동차랑 뭔 상관이냐고?

   
 

캐번디시 품종의 바나나는 파나마병에 강하다 하여서 세계 바나나의 95% 정도가 캐번디시 품종으로 대체되었다. 한마디로 다양성이라고는 없는 품종이며, 생태계의 변화. 즉, 균 및 질병의 변화에 대응이 매우 취약하다는 소리다.

사람도 전염병이 돌면, 누군가는 멀쩡하고 누군가는 상당한 고통을 겪게 되는 것과 비슷하다. 그런데, 이런 상황을 보니 자동차 시장이 '캐번디시' 바나나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동차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볼 때에 굵직한 기업이 몇 개 없다.

GM, 포드, 벤츠, BMW, 아우디, 현대자동차 등 글로벌 랭킹 5위안에 드는 회사가 향후 먼 미래에 살아남을 회사라는 이야기가 있지만, 그렇게 몇개의 글로벌 회사만 살아남는 회사. 즉, 자동차 생태계는 과연 건강하다고 할 수 있을까? 

   
 

작년 9월에 터졌던 폭스바겐의 디젤 게이트(Diesel Gate)와 최근의 타카타(TAKATA)의 에어백 사태를 보면서 정말 다양성이 사라지고 있는 시대라는걸 느끼고 있다. 최근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은 MQB 혹은 자기네들만의 그런 플랫폼을 공유하고 있다. 즉, 프레임도 공유하고, 엔진과 기타 부품들을 다양하게 공유한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투자비용을 줄일 수 있고, 생산성 향상에 큰 도움이 되는 생산방식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한번 생각해보자. 부품을 납품하는 업체가 딱 하나일 경우, 캐번디시 바나나가 대부분의 바나나 시장에서 팔려나가는 것과 마찬가지인 상황에서 갑자기 부품의 단가를 높이거나, 불량이 났을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

제 아무리 갑(甲)의 위치에 있는 대기업이라고 하더라도 한겨울에 식은땀이 줄줄 나듯이 미칠지경이 될 것이다. 한번 바나나같은 사태를 경험한 업체들은 보통 하청업체를 하나만 두지 않는다.

우리가 결혼 하기 전 여러 이성을 만나보기도 하고, 물건 등을 알아볼 때에도 여기저기 비교를 해보는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대로 지금의 자동차 회사들은 '캐번디시' 바나나를 닮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TAKATA 에어백의 경우에 거짓말을 하다가 결국 들통이 났고, 이 부품을 사용했던 자동차 회사들은 지금 머리털이 줄줄 빠질 지경이다. 또한 폭스바겐은 디젤게이트로 인해, 같은 엔진을 돌려쓰다 이제 그 뒷감당에 미칠지경이다.

만약에 엔진이 조금씩 달랐다면 어땠을까? 손실의 규모가 적어졌을 수도 있다고 본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당장 비용과 생산효율을 높일 수 있어서 좋겠지만, 다양한 품종이 없어진다는 것은 바나나와 같은 생태계적 위기를 맞이할 가능성이 생긴다고 볼 수 있다.

혼다의 창립자 '혼다 소이치로' 는 이런 이야기를 했었다.

   
 

"하나의 차체에 하나의 엔진"

혼다 소이치로는 다양성을 중시했다. 지금은 토요타에 밀려있지만, 이 정신이 앞으로 상당히 중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한참의 시간이 지나서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어느정도의 규모를 정해서 차종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시대가 올 것이라는 것이다.

환경의 변화에 따라서 어떤 것이 살아남을지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어느 회사나 '바나나' 가 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은 장담하지 못한다. 각자의 생존전략에 따라 어느 회사가 살아남고, 사라지게 될테니깐 말이다. 내 의견조차 틀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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