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비 부적합 차, 의심스러운 엔진 맵핑 논란

  • 입력 2014.07.08 21:30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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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젤차량에 장착되는 디젤미립자필터(DPF)

연비 부적합 판정을 받은 일부 수입차 모델들이 엔진 맵핑(ECU)을 한 것으로 의심된다는 한국석유관리원 주장에 힘이 쏠리고 있다. 국내 맵핑 전문가들이 "배출가스 양을 조절하기 위한 맵핑을 하면서 연비에 영향을 준 것 같다"는 분석을 내 놨기 때문이다.

석유관리원은 최근 크라이슬러 짚, BMW 미니가 연비 사후 조사에서 NOx(질소산화물) 배출량이 최초 신고를 했을 때와 다르게 측정됐다는 점을 들어 동일 모델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는 해당 업체들이 최초 연비 인증을 받았던 것과 다른 모델을 판매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만약 사실이라면 엔진 맵핑으로 차량의 주요 성능, 특히 오염물질 배출량에 변화가 있다는 것을 알고도 이를 시정하거나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BMW 미니는 2012년 석유관리원에서 도심 18.02km/l, 고속도로 25.36km/l로 연비 인증을 받았다. 그러나 2013년 환경공단 1차 사후관리 조사에서는 도심 16,80km/l, 고속도로 23.85km/l로 측정됐고 석유관리원 2차 조사에서는 도심 16.94km/l, 고속도로 24km/l로 인증치와 큰 차이를 보였다.

 각사별 최초 인증 연비 및 2013년 1차, 2차 사후조사 연비(단위 km/l, 출처 한국석유관리원)

크라이슬러 짚도 2012년 도심 12.96km, 고속도로 16.76km/l로 인증을 받았지만 지난 해 환경공단 1차 조사 결과 도심 11.20km/lm, 고속도로 15.57km/l, 석유관리원 2차 조사에서는 도심 11.35km/l, 고속도로 15.44km/l로 큰 차이를 보였다.

석유관리원은 해당 차량의 연비가 이처럼 큰 차이를 보인 이유를 엔진 맵핑때문으로 봤다. 그 근거로 디젤차에서 많이 나오는 NOx 배출량이 최초 조사와 사후 조사에서 서로 달랐다는 점을 들고 있다.

국내 최고 수준의 맵핑 전문가 조 모씨도 "개연성이 충분하고 의심이 가는 부분도 있지만 제조사들이 연비를 높이려고 엔진 맵핑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엔진 맵핑은 크게 출력을 높이거나 DPF 제어를 위해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문제가 된 차량들 모두 배기가스 후 처리장치가 있는 디젤차라는 점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 씨는 "디젤차량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소비자 불만이 바로 DPF 문제"라며 "이런 불만들을 해소하기 위해 연소실 온도를 높이는 ECU 맵핑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소실 온도를 높이면 디젤 미립자 필터에 쌓인 미립자를 빠르게 연소할 수 있다. 반면 연소실 온도를 높이는데 필요한 연료 사용량이 많아지면서 연비에 상당한 영향을 주게 됐다는 것이다.

 DPF 경고등

디젤 미립자 필터(DPF, Diesel Particle Filter)는 배기가스에서 나오는 매연 미립자를 걸러주는 장치다. 필터에 걸러진 매연 미립자는 고온으로 연소를 시켜 배출시켜주게 되는데 이 때 소음이 발생하거나 연소실 온도가 낮아 미립자에 필터에 늘어 붙는 그을음이 과도하게 발생하면 계기반 경고등이 들어온다.

이 뿐만이 아니다. 고속 주행이 많다면 별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도심을 주로 운행하며 평균 속도가 낮은 경우 공회전을 통해 필터에 쌓인 미립자를 강제로 연소시키지 않으면 결국 DPF에 이상이 생기고 운이 없으면 수 백만원의 수리비를 물어야 하는 일도 발생을 하게 된다.

업체들이 차량을 판매하면서 DPF 특성에 대한 설명을 하는 사례가 거의 없고 따라서 멀쩡한 차에 이상이 생긴 것으로 판단한 소유자들은 제조사에 항의를 하는 일이 다반사다.

이번 사례를 보면 해당 업체들이 이런 소비자들의 불만을 낮추기 위해 엔진 맵핑을 통해 DPF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도록 했다는 충분한 정황이 의심된다. 조 씨는 "동일 모델들도 필요에 따라 제조사들이 직접 ECU 프로그램을 변경하거나 업그레이드 하는 일은 수시로 있다"면서도 "그러나 연소실 온도를 조절해 유해물질 배출량을 조절하는 것은 환경, 연비를 악화시키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접근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엔진 맵핑을 했는지, 또 어떤 목적을 갖고 했는지에 대해서 수입차 업체들은 정확한 답변을 내 놓지 않고 있다. 그러나 국가 기관인 석유관리원이 엔진맵핑을 사실로 주장하고 있고 이 때문에 유해물질인 NOx가 더 배출되고 연비에도 영향을 주게 됐다면 해당 수입차 업체들은 소비자들에게 정확한 설명을 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석유관리원은 1차, 2차 연비 사후조사에서 폭스바겐 티구안의 차체 중량이 최초 인증을 받을 당시 4000lbs에서 2013년 사후관리 시험에서 4250lbs로 250lbs(약 113kg) 증가했고 아우디 A4 등은 공인 시험기관의 시험장비와 자체 시험장비 편차에서 발생한 오차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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