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잡겠다는 K3 디젤, '필살기'는 무엇?

  • 입력 2013.12.09 00:13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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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경기도 일산과 파주 일원에서 진행된 K3 디젤 미디어 시승행사에서 기아차는 폭스바겐의 '골프'를 주요 비교 모델로 삼았다. 기아차 관계자들은 K3 디젤과 골프를 비교한 자료를 활용했고 "가격과 성능에서 골프보다 뒤 질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출시된 현대차 아반떼 디젤 얘기도 나왔다. 한 관계자는 “아반떼 디젤에서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부분들이 대거 보강이 됐다"며 "디젤차 구매에 가장 큰 장벽인 진동과 소음, 또 주행 소음을 줄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고 말했다.

 

골프와 대등한 기본기=세단을 베이스로 개발이 된 만큼 K3디젤의 외관과 실내는 기존 가솔린 모델과 별 차이가 없다. 쿠페의 날렵한 스타일을 모티브로 한 세련된 스타일, 동급 최초로 적용된 LED 주간 주행등(DRL)과 프로젝션 헤드램프는 그대로다.

실내의 구성도 크게 다르지 않다. 통풍과 히티드 기능이 추가된 운전석 버킷 시트의 안락함, 공회전을 줄여 연비 효율성을 높여주는 ISG(Idle Stop & Go), 컴포트, 노멀, 스포츠 모드를 선택할 수 있는 플렉스 스티어가 모두 같다.

K3 디젤에 탑재된 엔진은 배기량 1582cc, 128마력의 출력과 28.5kg.m의 토크를 발휘한다. 골프(1.6 TDI, 출력 105마력, 토크 25.5kg.m)보다 높은 수치다. 0km/h에서 100km/h에 도달하는 가속성능을 비교한 기아차 자료를 보면 K3 디젤은 11.5초, 골프는 12.3초로 표시가 됐다.

제원상 파워트레인의 기본기와 가속성능은 골프에 꿀릴 것이 없어 보인다. 연비는 16.2km/l로 18.9km/l의 골프보다 열세다. 디젤차를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가 경제성이라고 봤을 때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현대차 아반떼 디젤과는 모든 제원이 동일하다. 다른 것이 있다면 트림의 구성이다. 아반떼 디젤은 수동변속기를 탑재한 1590만원짜리 스마트부터 판매를 하고 있는 반면 K3 디젤은 전 트림에 자동변속기를 기본 탑재하고 1925만원짜리 럭셔리부터 트림을 짰다.

기아차 관계자는 "선택 비중이 1%도 안되는 수동변속기와 기본 사양 트림을 뺐다"며 "가격을 가지고 장난을 치거나 고객을 현혹시키지 않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쉽게 납득이 되지는 않았다.

소위 깡통차로 불리는 기본 사양의 트림을 사서 자기 취향에 맞춰 꾸미려는 소비자들이 제법있고 또 수동변속기에 대한 애착을 갖고 있는 이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시장의 선택권을 멋대로 해석하고 빼앗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문제다.

 

필살기가 아쉬운 주행감성=시동을 걸면 K3 디젤의 가장 상품 특징을 체험하게 된다. 방진재의 두께와 면적, 그리고 흡차음재를 아낌없이 썼다는 설명대로 더 없이 정숙하기 때문이다. 스티어링 휠로 전달되는 진동도 아주 미세하다. 가솔린 세단과 쉽게 구분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지시 N.V.H는 완벽하다. 이 때 계기반의 엔진회전수는 800rpm 인근을 가리킨다.

이런 정숙성은 주행 중에도 계속 유지가 된다. 출발을 하면서 잠시 들렸던 거친 소리는 이내 잦아 든다. 제법 속도를 내면 풍절음이 들리기도 하지만 아주 일반적인 수준이다. 거슬릴 정도는 아니다. 엔진의 호흡도 규칙적이다.

그리고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잘 달린다. 디젤 차량에서 기대했던 초반 가속이 답답하기는 해도 묵묵히 원하는 타이밍에 적절한 가속능력을 보여준다. 박력은 없지만 제동성능도 만족스럽다. 급가속을 하면 엔진회전수의 게이지는 4000rpm까지 치솟는다. 제 속도가 나기 시작하면 3000rpm 인근에서 머물고 100km의 속도가 유지되면 1800rpm에 머문다.

문제는 운전자의 의도를 얼마나 잘 받아 들이고 노면의 상태를 받아 들이는가 하는 주행감성에 대한 만족감이다. 국산 디젤 세단에서 고질적으로 나타나는 부실한 하체가 어떻게 보강이 됐는지 궁금했던 이유다. 

완벽한 수술은 아니었나 보다. K3 디젤의 체중이 1340kg로 가솔린(1191kg)보다 199kg이 무거워졌지만 그대로인 골격의 한계점이 여실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굽은 도로에서 꼭 필요한 차체의 안정감이 여전히 부족했고 섀시도 높은 점수를 주기가 어려웠다.

골프가 세계적인 모델로 장수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비결은 이 견고한 섀시에서 발휘되는 높은 주행감성 때문이다. 뭐라고 딱히 설명하기 어려운 안정감, 신뢰감 그런 것이 아직 부족했다는 얘기다. 기아차가 앞으로 해결해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결정적 한 방을 키워라=국산 디젤차는 대부분 가솔린 모델을 베이스로 한 파생 상품으로 치부되고 있다. 순수 디젤 세단 또는 해치백이 아쉽기는 하지만 최근 자동차 시장의 가장 뚜렷한 변화 가운데 하나는 국산 디젤 모델이 대거 등장을 하고 있고 또 관심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차 i30의 경우 전체 판매 차량의 50% 이상, 쉐보레 크루즈 23%, 아반떼도 15% 이상은 디젤 모델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골프(1.6TDI)가 2990만원이고 K3 디젤(프레스티지)가 2100만원이어서 890만원이 싸고 편의사양이 우세하고 서비스가 편리하다는 장점만으로는 수입 디젤차의 벽을 허물수가 없다.

기분 좋게 타는 차, 주행감성에서 만족하지 않는 한 요즘 소비자들이 그런 미끼에 낚일 것이라고 보는 것은 오산이다. 한편 이날 자유로 구간 주행에서 기록된 연비는 24.3km/l, 대부분의 시승 참가자들은 K3 디젤 표시연비를 웃도는 기록을 세웠다. 그리고 K3 디젤의 가격은 럭셔리 1925만 원, 프레스티지 2100만 원, 노블레스 2190만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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