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産 RV를 위협하는 '뉴 그랜드 체로키'

  • 입력 2013.12.05 21:38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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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볼 놈이 아니다. 크고 투박하면서도 단조로운 외관이 주는 다부진 인상이 꽤 위압적이다. 뉴 그랜드 체로키에서 1970년대 초등학생들이 턱을 쓸어내며 ‘음~~맨담’을 연발했을 정도로 인기를 얻었던 서부극 액션스타 '찰스 브론슨'(1921~2003)이 떠 올랐다.

지프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전부터, 가장 많이 알려진 브랜드이기도 하다. 1950년대 전장을 누볐던 윌리스 지프, 이후로도 꽤 오랜 동안 국군의 주력 지휘차량으로 사용이 됐다. 그만큼 익숙하다.

악조건의 전장을 누비고 다녔던 지프가 크라이슬러와 한 식구가 된 것은 1987년이다. 이때부터 주로 특수한 용도와 레저용도에 주로 사용된 지프는 철저하게 민간용으로 개발이 되기 시작했다. 랭글러와 레비콘 등 지프의 라인업은 대개 투박한 외관에 거친 성능이 돋 보이는 이유다.

반면, 그랜드 체로키는 지프의 라인업 가운데 도심형에 더욱 가깝게 설계된 모델이다. 그렇다고 오프로드 성능에 부족함이 있다는 얘기는 아니다. 덩치 큰 순둥이처럼 단조롭지만 어떤 길도 헤쳐 나갈 수 있는 다양한 보조장치들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다.

 

3.0 디젤 오버랜드, 자유로운 변신=그랜드 체로키를 특징 짓는 가장 뚜렷한 라인은 전면의 그릴이다. 7개의 직사각형이 수직으로 배치된 그릴은 폭을 최소화한 헤드라이트와 좀 작다 싶은 포그램프, 그리고 에어인테이크 홀과 대칭을 이루면서 안정감을 살려준다.

이런 구성은 도심에서는 개성있는 실루엣을 보여주지만 오프로드에서는 평탄하지 않은 지면과 어울려 강한 스타일로 해석을 하게끔 해준다.

별다른 기교없이 매끈하게 처리된 측면은 시원스럽다. 스포일러와 테일게이트에 적용된 캐릭터 라인과 범퍼의 라인은 모두 수평이다. 리어 글라스도 단정하고 분명하게 마무리를 했다.

실내 인테리어는 '여유와 넉넉함'으로 구성이 됐다. 앞뒤 전후 조절이 가능한 전열 시트는 감촉까지 만족스럽다.

앞 좌석을 포함해 각 열의 무릎공간도 충분하고 트렁크는 육안으로 봐도 동급 SUV 가운데 가장 넉넉해 보인다. 그랜드 체로키는 전장 4825mm, 전폭1935mm, 전고 1765mm, 그리고 축거 2925mm의 치수를 갖고 있다.

 

심플한 센터페시아, 항공기 타입의 쉬프트 노브도 눈에 띈다. 그래픽 속도계는 디지털 또는 게이지 타입으로 전환이 가능하다. 스티어링 휠 리모컨만으로 쉽게 속도계의 타입을 변경할 수 있고 연비, 타이어공기압 정보, 오디오 등을 조작할 수 있도록 했다. 매우 편리한 기능들이다.

스티어링 휠 리모컨에는 크루즈 버튼과 함께 차량 간격을 제어하는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 버튼도 자리를 잡고 있다. 정체가 있는 도로에서 더 없이 유용한 장치다.

이밖에도 스티어링 휠은 방향지시등과 와이퍼, 리어 와이퍼 등을 작동할 수 있는 레버와 패들 시프트까지 조작이 가능하도록 구성이 됐다.

차체 좌우에는 아웃사이드 미러를 통해 사각지대의 위험 상황을 경고등으로 알려주는 '사각지대 감지 시스템'도 장착이 됐다.

 

야성을 감추고 있는 그랜드 체로키=외모와 달리 그랜드 체로키는 감추고 있는 야성을 드러낼 수 있는 다양한 특별한 장치들을 숨기고 있다.

센터콘솔 바로 앞쪽에 배치된 셀렉트 터레인이다. 셀렉트 터레인은 차체의 지상고를 조절하고 샌드, 머드, 오토, 스노, 락 등 5가지의 도로 상황을 선택해 안전한 주행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진흙 구덩이와 모래언덕, 그리고 가파른 언덕길을 치고 오를 때 셀렉트 터레인은 아주 유용했다. 험로 주행에 자신이 없어도 크게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다.

차체 지상고에도 변화를 줄 수 있다. 셀렉터 터레인의 우측에 있는 버튼으로 아래로는 41mm, 위로는 56mm 까지 지상고를 올리거나 내릴 수 있다. 이 역시 오프로드에서 최적의 능력을 발휘하는데 요긴한 장치다.

 

빠르고 우직하게, 편식없는 달리기 능력=그랜드 체로키 오버랜드의 시승은 서울 도심을 지나 제2경인고속도로와 인천대교를 건너 영종도에 있는 토사채취장에 닿는 코스로 잡았다.

온로도와 오프로드에서 어떤 능력을 발휘하는지 한 번에 체험을 해 보기 위해서다. 3.0 디젤 오버랜드는 8단 자동변속기와 3.0리터 CRD 디젤엔진을 탑재, 최고 241마력의 출력과 56.0kg.m의 토크 성능과 풀타임 4륜구동(AWD)을 갖추고 있다. 최대 견인능력은 3.35ton.

터보엔진을 탑재한 랜드로버의 레인지로버가 258마력, 10.7kg.m의 토크를 갖췄으니까 성능 제원은 비교적 만족한 수준이다. 특히 그랜드 체로키의 최대토크는 1800rpm대부터 시작이 된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시속 100km에서 유지되는 rpm은 1700 근방이다. 출력이 높기는 해도 연비는 물론 실 영역대에서 최고의 성능을 끌어 올릴 수 있는 기본기에 신뢰를 갖게 하는 설정이다. 트랜스미션은 ZF사의 것을 탑재했다.

반면 쉬프트 노브는 다루기가 쉽지 않았다. 익숙해지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후진(R)을 할 때나 중립(N)을 요구해도 엉뚱한 곳에 자리를 잡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실 영역대에서 발휘되는 토크의 활용성이 큰 만큼 모든 동작에서는 힘이 넘친다. 초반 반응이 조금 더디다는 점만 빼면 가속 능력도 부족하지 않다. 조금 거칠게 엑셀레이터를 압박해도 먼저 앞서 나가거나 뒤로 당겨지는 느낌도 없다.

인천대교를 통과하면서 제법 빠른 속도를 요구해봤다. 흔들림없이 빠르게 원하는 속도에 도달한다. 무엇보다 정숙하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 이만한 가솔린 SUV와 특별한 차이를 느끼지 못할 만큼 진동과 소음은 확실하게 잡았다.

긴 차체에도 후미의 롤링은 의도를 하고 핸들을 잡아 돌려도 쉽게 허락이 되지 않는다. 차체의 안정감이 뛰어난 이유는 차체의 길이만큼 차폭에도 여유가 있고 서스펜션을 포함한 섀시의 강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입 맛대로 고르는 시스템의 위력=영종도에 있는 토사 채취장은 눈치를 보기는 해도 평지 오프로드와 제법 가파르고 거친 오프로드를 모두 체험하기에 적당한 장소다.

첫 번째 도전은 경사각이 40도 이상 되는 가파른 오프로드에서 진행이 됐다. 4WD의 로(LOW)모드를 선택하고 엑셀레이터를 밟기 시작하자 그랜드 체로키는 신중한 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노면이 평탄하지 않은데도 시트의 요동은 크지 않다, 이런 길에 어울리는 서스펜션의 튜닝이 돋 보인다. 어렵지 않게 정상길에 오르고 후진으로 내려가고 다시 오르기를 몇 번 반복했지만 그랜드 체로키는 단 한 번도 거친 숨소리를 내지 않았다.

이어 도전한 곳은 진흙길, 중간에 제법 큰 흔적을 내면서 타이어의 헛 굴림이 계속됐다. 그러나 셀렉터 터레인의 위치를 머드(MUD)로 설정하고 엑셀레이터를 가볍게 밟자 너무 싱겁게 탈출을 하고 만다.

고운 투사가 수북하게 쌓여있는 길 아닌 길, 자갈이 수북한 곳에서도 그랜드 체로키는 여유있는 탈출 능력으로 운전을 즐겁게 했다.

그랜드 체로키에는 Quadra -TrackⅡ와 Quadra -DriveⅡ 2종류의 4WD 시스템이 적용됐다. 3.0L CRD 오버랜드에 적용된 Quadra -DriveⅡ 4WD 시스템은 전자제어 리미티드 슬립 디퍼런셜 (eLSD)을 리어 엑슬에 적용하고 있다.

오프로드 운전이 더 없이 즐거웠던 이유는 이 독특한 4WD 시스템이 주행 상황에 따라 전, 후륜 그리고 효율적인 좌우 토크 배분으로 안정적인 운전을 할 수 있도록 도왔기 때문이다.

 

한국어 인식 인포테인먼트와 첨단 안전장치=그랜드 체로키에는 8.4인치 터치 스크린이 적용된 유커넥트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탑재됐다.

한국어를 인식하는 유커넥트에는 3D 한국어 네비게이션과 핸즈프리 통화는 물론이고 외부기기와의 호환도 완벽하다. 단언하건데 국내에 들어와있는 수입차 가운데 가장 한국적인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다.

전방에서의 추돌 상황이 감지되면 자동으로 제동을 해 주는 전방추돌경고시스템(FCW PLUS), 후방주차보조시스템과 후방카메라 등의 안전장치도 적용이 됐다.

독일 브랜드의 국내 시장 지배력이 여전한 가운데 미국 브랜드들이 그나마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차종이 정통 RV다. 그 중 지프는 독일 브랜드가 감히 따라잡지 못할 야성을 갖고 있다. 이런 특유의 감성으로 지프의 라인업은 거칠지만 부드러운 남성적 기질로 인기를 얻어 왔다.

그랜드 체로키는 여기에 모던함이 가미된 또 다른 감성으로 사랑을 받아왔다. 유럽산 프리미엄 SUV에 자신감을 가져도 충분한 상품성이 돋 보이는 모델이다.

3.0 오버랜드는 7490만원이다. 3.0 디젤 리미티드는 6890만원, 3.6 가솔린 오버랜드는 6990만원, 디젤 3.0 서밋은 7790만원으로 가장 비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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