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산 쥬크, TPMS 등 필수 안전사양 빠진 이유?

  • 입력 2013.10.16 05:54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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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닛산이 새 모델을 출시하면서 국내 소비자들의 안전을 무시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국내 규정을 이용해 필수적인 안전 사양을 제외시켰기 때문이다.

지난 14일 출시된 쥬크(JUKE)는 타이어공기압경보장치(TPMS)와 안개등이 적용되지 않았다. 모두 교통사고를 예방하고 차량 관리에 필수적인 장치들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2011년 자동차안전기준에관한 규칙을 개정하고 올해 1월 부터 출시되는 모든 승용 차량과 3.5톤 이하 화물 및 승합차량에 TPMS를 장착하도록 했다.

다만 '2013년 1월 1일 이전에 제작ㆍ조립 또는 수입된 형식의 자동차는 2014년 12월 31일까지 안전기준에 적합한 것으로 본다'는 부칙을 달았다.

제조사들이 대응할 수 있도록 유예기간을 준 것이다. 한국닛산은 이 부칙에 따라 TPMS를 달지 않고도 쥬크를 출시했다.

아직 국내 시장에 들어오지도 않은 차량의 형식 승인을 작년에 미리 받아 놓고 이 경과조치 기간이 만료되기 직전 쥬크를 출시했기 때문이다.

한국닛산 관계자는 이날 출시 행사장에서 "작년에 미리 형식승인을 받았기 때문에 현행 규정상 TPMS를 달지 않은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환율 등 여러가지 사정으로 출시가 늦어진 것일 뿐, 국내 규정을 피하려고 미리 형식 승인을 받은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TPMS는 타이어 공기압과 온도 등의 정보를 제공해 적절한 때에 교체 또는 관리를 할 수 있도록 돕는 장치다.

운전자의 안전은 물론이고 타이어의 내구성과 승차감, 제동력 등을 높이고 유지시켜 주는 대표적인 안전장치로 선진국에서는 대부분 의무적으로 장착을 하고 있다. 

안개등이 적용되지 않은 것도 의아스럽다. 우리나라는 계절 변화가 뚜렷해 사계절 내내 안개가 끼는 날이 많기 때문에 안개등이 꼭 필요하지만 한국닛산은 쥬크에서 이를 빼 버렸다.

안개등 역시 자동차안전기준상 의무 장착 대상은 아니지만 차량 운전자의 안전을 위해 경차는 물론 소형 화물차까지 대부분 장착하고 있다.

한국닛산 관계자는 "안개등을 꼭 달아야 한다는 규정이 없기 때문에 역시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하고 "큐브에도 안개등이 달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이 닛산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먼저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업체가 새로운 규제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경과조치를 악용하는 허술한 법 체계가 더 큰 문제"라며 "미리 형식승인을 받아 놓으면 1년 여가 다 된 시점에 신차를 내놔도 제재를 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디

김 교수의 지적대로 올 해 국내에 출시된 수입 신차 가운데 상당수는 TPMS를 장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랜드로버의 레인지로버, 피아트 500C, 볼보 V40, 링컨 MKZ, 렉서스 IS 등도 이런 경과규정을 이용해 작년에 이미 형식 승인을 받아 TPMS를 달지 않고도 올해 출시를 할 수 있었다.

이 가운데 미국에서 생산되는 모델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는 점에도 주목을 할 필요가 있다. TPMS를 의무적으로 장착해야 하는 현지 규정에 맞춰 생산을 하고도 한국 시장에 들여오면서 빼 버린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따라서 "자동차의 안전 또는 환경 관련 분야는 이런 편법이 통하지 않게 형식 승인 후 제품 출시 기간을 제한해 법률 개정의 효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토부 관계자도 "법률이나 규칙을 개정하면서 경과조치의 부칙을 마련하는 것은 해당 사업자들이 충분하게 대응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다른 편법의 수단으로 악용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고민을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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