퍽하고 터지는 선루프, 이물질 타격이 주 원인

  • 입력 2013.10.14 23:48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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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천장 일부를 개폐식 유리로 만들어 외관을 멋스럽게 해주고 실내 통풍과 채광을 돕는 선루프(Sun Roof)가 최근 일반화 그리고 대형화되고 있다. 최근에는 천장의 대부분을 덮는 '파노라마 선루프(Panorama Sunroof)'가 인기를 끌면서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문제는 면적이 넓은 파노라마 선루프 장착 차량들이 늘어나면서 이와 관련한 소비자들의 불만도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갑자기 깨지거나 비가 새기도 하고 바람이 새어 들어와 소음이 발생한다는 등의 불만들이다.

작년부터 선루프 관련 민원이 늘자 국토교통부 등 관련 기관들이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지만 한국소비자원과 동호회를 비롯한 인터넷 사이트에는 여전히 '파노라마 선루프(파선)의 파손' 관련 피해 사례가 잔뜩 쌓여있다.

▲ 사진 출처=해당 차량 동호회

차급, 차종, 수입차와 국산차 불문=최근 접수된 파노라마 선루프와 일반 선루프의 파손 사례가 고급 수입차와 국산차, 그리고 차종과 차급을 가리지 않고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선루프 파손 사고의 사례를 보면 렉서스 CT200, 포드 토러스, 쉐보레 올란도, 르노삼성 SM7, 현대차 싼타페, 기아차 K7 등까지 다양하게 발생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제조사가 차체 결함을 인정하고 리콜을 하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이런 사고가 발생하면 제조사와 소비자간 첨예한 대립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소비자들은 멀쩡했던 선루프가 갑자기 박살이 나는 경우를 도저히 이해 할 수 없고 제조사는 엄격한 테스트와 품질관리를 거친만큼 외부 충격없이 차량 자체의 결함만으로 파손되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맞서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선루프 파손 사고의 원인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제품의 결함보다 공정상 실수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대부분은 외부 물질의 충격에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금까지 접수된 상당수의 선루프 파손 사고는 외부 물질의 충격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결론이 났다.

▲ 외국에서 발생한 선루프 파손 사례

박살난 선루프, 미세한 타격점 발견=수입차 업체 서비스 센터의 한 직원은 "최근 고속도로 주행 중 선루프가 파손된 사례를 보면 균열된 유리에서 외부 물질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미세한 타격점이 발견됐다"면서 "이 때문에 선루프가 깨진 것으로 결론이 났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리 작은 물질도 차량이 달리면서 충격을 하면 상대적인 관성으로 상상한 것 보다 큰 충격을 받게 된다"며 "당시 차주도 이런 설명에 수긍을 했다"고 말했다.

특히 기온이 내려가는 동절기에는 실내와 외부 온도 차이가 커지면서 내부응력이 발생해 작은 충격에도 선루프의 유리는 쉽게 파손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선루프 파손 사고의 상당수가 11월에서 이듬 해인 2월 사이의 혹한기에 몰려 있는 만큼 특별한 주의를 당부하기도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선루프 파손 사고는 유리가 내려 앉지 않고 보전이 되어 있으면 대부분 원인 분석이 가능하다"면서 "여러 건의 사고에서 예외없이 크든 작든 타격점, 즉 외부의 물질이 유리와 충격한 흔적을 발견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선진국 수준의 엄격한 테스트=선루프의 구조와 강성, 테스트 방식에 대한 오해도 무조건 차량 결함으로 몰아가는 빌미가 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선루프(파노라마 선루프 포함) 대부분은 내충격성 검사와 파편의 상태, 그리고 샷 백 테스트(Shot Bag Test)를 거치고 있다.

일부 소비자들은 5kg 남짓한 무게의 백을 2.44m의 높이에서 쏴 유리의 강성을 실험하는 '샷 백 테스트'는 국내 규정이 없어 실시하지 않고 있으며 이 때문에 유리의 강성이 제대로 확인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선루프 제조사는 자체적으로 이 실험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곳 관계자는 "230g의 쇠구슬을 3m 높이에서 떨어트리는 충격실험과 파편의 수를 살펴보고 가장 가혹한 조건의 샷 백 테스트를 거쳐 국내는 물론 해외에도 동일한 강성의 선루프를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루프 제조업체의 테스트 강도가 샷 백 테스트를 하지 않고 있는 유럽보다 더 엄격한 북미 ANSI Z 26.1 기준을 적용해 실시하고 있는 것이다.

▲ 이미지=해당차량 동호회

차체 뒤틀려도 유리 강성 유지=차량의 전후측면과 같은 접합유리 선루프를 주장하는 의견도 있지만 파손이 됐을 때 유리 전체가 실내로 쏟아져 들어와 운전자나 탑승자의 안전을 보장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에 적용이 불가능하다는 설명도 내놨다.

또 차체의 뒤틀림이 선루프의 파손 원인이라는 일부의 주장에 대해서도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는 "선루프는 단순하게 유리만 조립하는 것이 아니고 어셈블리화된 프레임으로 장착을 하기 때문에 차체 루프 강성이나 비틀림 등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차체가 좌우로 100mm까지 비틀려도 선루프 유리는 파손이 되지 않도록 설계가 됐다"고 말했다.

선루프 파손 사고에서 차체의 결함을 완전하게 배제할 수는 없지만 이 보다는 외부 충격에 의한 것은 아닌지 세심하게 살펴 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우리보다 앞서 선루프가 일반화됐고 지붕이 없는 오픈카가 많이 보급된 선진국들이 도로의 낙하물, 또는 이물질을 제거하는데 많은 노력을 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점도 참고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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