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低, 차 값내려라 '속 타는 日 업체'

  • 입력 2013.03.25 23:08
  • 기자명 김흥식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도요타 캠리

엔화가치가 지속적으로 떨어지면서 도요타와 혼다, 닛산 등 일본 자동차 업체들에 대한 차 값 인하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

엔화 환율은 2012년 연말 1256.29원에서 최근 1172.49원으로 떨어졌다. 5000만원짜리 차량 가격을 기준으로 하면 작년에는 3만9799엔, 현재 환율로는 4만2644엔에 차를 판 격이 된다.

엔화가치의 변동만으로 일본 업체들의 차량 가격은 이 기준으로 볼 때 무려 2845엔(333만5700원)이나 오른 셈이다. 차 값을 내려야 한다는 압력이 없을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러나 일본 업체들은 여전히 울상이다. 지난 해 엔고 지속에 따른 수익성 개선을 위해 일본 이외로 공급선을 다변화 했기 때문이다. 엔화의 가치 변동과 별 상관이 없다는 얘기다.

대표적인 업체가 혼다코리아다. 혼다코리아는 2012년 10월, 엔고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경영상태가 부진해지는 것을 벗어나기 위해 전 라인업의 공급선을 일본 외 지역으로 변경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그리고 이후 미국에서 생산한 미니밴 오딧세이와 파일럿, 크로스 투어와 어코드 등을 차례로 출시했고 영국산 시빅 5도어도 출시를 기다리고 있다. 사실상 엔저에 따른 수혜를 전혀 볼 수 없는 상황이다.

▲ 닛산 알티마

한국도요타 역시 주력 모델인 캠리와 캠리 하이브리드, 그리고 벤자와 씨에나를 미국산으로 대체했다. 한국닛산의 볼륨 모델인 알티마도 역시 미국산이다.

엔화가치가 아무리 떨어져도 이들 업체가 가격에 손을 댈 수 없는 이유다. 그렇다고 당장 공급선을 변경한다는 것도 쉽지가 않은 일이다.

혼다코리아 관계자는 "연간 사업계획에 따라 공급 지역과 물량 등을 결정하는 상황에서 엔저 효과가 아무리 크다고 해도 당장 수입선을 변경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현재로서는 지금의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도요타 관계자는 "작년에 한 미 FTA에 따른 관세 인하분을 반영해 도요타와 렉서스 브랜드의 가격을 상당 부분 조정했다"면서 "변동폭이 크고 예측이 어려운 단기적인 환율 움직임에 차 값을 내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 혼다 어코드

상대적으로 일본산 라인업이 많은 한국닛산의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 회사 관계자는 "2~3개월 엔화가치 하락세가 이어졌다고 해서 그 혜택이 당장 수익성과 연결되지는 않는다"고 말하고 "따라서 당장 차 값을 내려야 한다는 요구는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본 업체들은 수입선을 미국 등 다른 지역으로 다변화하면서 최근 상승하고 있는 달러 가치의 변동에 더 많은 관심을 보였다.

달러 가치는 엔화와 달리 작년 말 1달러당 1063원에서 현재 1110원까지 상승했다. 4만7036달러였던 5000만원짜리 차가 이제는 4만5045달러로 가격이 떨어진 셈이다. 미국, 영국 등으로 수입선을 변경한 일본 브랜드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는 이유다. 

저작권자 © 오토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