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보다 더 중요한 것, 혼다 CUV '크로스투어'

  • 입력 2013.02.12 09:54
  • 기자명 김흥식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동차의 정통적 기능과 스타일은 더 이상 의미없는 시대가왔다. 완성차 업체들은 좀 더 다양한 기능을 추가하고 디자인에 변화를 주고 있고 때문에 기존에는 볼 수 없었던 다목적 용도 사용이 가능한 새로운 세그먼트가 속속 양산되고 있다.

혼다 크로스투어 역시 세단과 SUV에 더해 쿠페의 장점까지 모두 융합된 모델이다. 국내에는 지난 해 12월 소개됐다.

프리미엄 CUV를 지향하고 ‘Active’, ‘Sophisticated’, ‘Utility’라는 3가지 컨셉이 반영됐다는 크로스투어는 첫 인상부터가 생소하다.

달라도 너무 다른 앞과 뒤, 심플함이 아쉬운 실내

정통적인 세단의 캐릭터 라인이 바디 전체에 적용이 됐지만 전면의 라디에이터 그릴은 육중하고 대담하다. C필러에서 D필러, 그리고 트렁크 리드까지 이어지며 급격하게 떨어지는 루프 라인은 쿠페와 크게 다르지 않아 딱히 어떤 차종이라고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쐐기 모양의 D 필러와 심플한 힐 아치가 주는 간결함은 날렵한 크로스투어의 장점을 여과없이 보여준다. 전후면 범퍼에 적용된 프런트 가드는 고급스럽고 정돈감도 뛰어나다.

 

그러나 육중한 사이즈의 테일게이트를 오직 사람의 힘으로만 여 닫아야 하고 전면부에서 보여준 육중한 카리스마가 후면부에서는 단절됐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실내 인테리어는 공간 활용성이 극대화됐고 센터페시아의 조합과 시트의 구성, 버튼류의 정갈한 배치가 돋 보인다.

스티어링 휠 리모컨의 정돈감과 그립감도 매우 뛰어나고 우드와 메탈그레인의 적절한 조화로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고급스러움도 만족스럽다.

센터페시아에는 오디오 디스플레이와 8인치 아이나비 3D 내비게이션에 공조 모니터까지 배치돼있다. 8인치 디스플레이에서는 버튼과 스티어링 휠 리모컨으로 순간연비와 평균연비, 운행 거리 등의 차량 운행정보와 시스템 세팅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능들이 한 개의 디스플레이에서 모두 구현이 가능하도록 했다면 인테리어가 좀 더 간결해 질 수 있다는 아쉬움이 크다. 최근의 트렌드가 가능한 단순한 디자인을 통해 고급감을 표현하고 있는 것과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넉넉한 공간, 5미터가 넘는 롱 보디의 한계

공간 구성은 압권이다.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폭 1415mm, 길이 1059mm의 넓은 트렁크 공간은 간단한 원터치 조작으로 2열 시트를 접어 최대 1918mm 길이의 긴 화물까지 수납할 수 있기 때문이다. 1열과 2열의 무릎공간도 넉넉한 편이다.

트렁크 하부에 위치한 카고 박스에도 54리터의 적재공간이 숨겨져 있고 5.3리터 대용량 센터콘솔과 다양한 위치의 수납공간까지 더해져 레저 용도로는 최적의 공간 활용 능력을 갖추고 있다.

V6 3.5L SOHC i-VTEC+VCM 엔진과 신형 6단 자동 변속기가 적용된 크로스투어는 최대출력 282ps/6,200rpm, 최대토크 34.8kg•m/4,800rpm의 뛰어난 성능을 발휘한다.

버튼시동스마트키로 시동을 걸고 가장 놀란 점은 정숙성이다. 정지했을 때나 주행을 할 때 스티어링 휠로 전달되는 진동의 감(感)도 거의 느끼지 못할 정도였고 어느 상황에서도 일정한 수준에서 발휘되는 정숙성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혼다코리아는 크로스투어에 차량 내외부의 노이즈를 감쇄시키는 ANC(Active Noise Control)와 엔진룸의 진동과 소음의 실내 유입을 효과적으로 차단시켜주는 ACM(Active Control engine Mount) 시스템을 통해 차량의 소음과 진동을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전체적인 주행 안정감은 만족스러운 편이다. 조작이 편리하게 배치된 패들 쉬프트와 스포츠 모드로 제법 높은 수준의 가속성능도 발휘를 했고 헤어핀 구간을 벗어나고 복원되는 능력도 탁월했다.

하지만 5미터가 넘는 전장(5015m) 탓에 후미의 미세한 흔들림까지 완벽하게 제어하는데는 한계가 있어 보였다.

차량 오른쪽 사각 지역의 영상을 보여주는 레인워치( Lane Watch)와 후방 시야를 확보해 주는 멀티앵글 후방 카메라 등 주행 안전을 돕는 첨단 장치도 주목을 끌었다.

레인워치는 스티어링 휠 왼쪽 레버의 버튼을 누르면 실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 버튼을 누르고 다시 복귀하면 네비게이션 화면이 중단되는 단점이 있다.

안 열리는 주유구, 미숙한 조치에 실망

한편, 국내 시장에서는 다소 생소한 컨셉의 크로스투어는 아직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혼다 코리아는 혼다의 열정을 담은 크로스투어가 북미 시장에서 제법 많은 인기를 얻고 있고 국내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혼다코리아의 이런 기대감과 달리 크로스투어에는 사소하지만 심각한 사인이 될 수도 있는 치명적인 문제가 발견됐다.

시승 중 주유구가 열리지 않아 연료를 넣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수입차가 도어 잠금이 해제되면 가벼운 터치로 열리는 주유구가 열리지 않았고 트렁크 내부에 있는 비상 해제 장치도 말을 듣지 않았다.

혼다코리아 관계자는 운전석 내부에 있지도 않은 트렁크 레버를 밀거나 당기라고 했고 영상통화까지 하면서 주유구를 열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실패했고 기자는 크로스투어를 벽지에 세워놓고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밖에 없었다.

만약 일반 소비자에게서 이 같은 문제가 발생했고 혼다코리아가 차를 세워 놓을 수 밖에 없는 한심한 조치밖에 하지 못했다면 그런 기대는 애시당초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품질보다 고객을 더 감동시킬 수 있는 것이 바로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오토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