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식 칼럼] 피바다, 학살...살벌한 美 대선 "그가 되도 고민 안 돼도 고민"

  • 입력 2024.03.18 10:29
  • 기자명 김흥식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내가 당선되지 않는다면 미국은 피바다가 될 것이다." 오는 11월 치러질 미국 47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도널드 트럼프는 지난 16일(현지 시각) 오하이오주 밴데일리아 유세에서 믿기 힘든 섬뜩한 발언을 쏟아냈다. 

스스로가 민주적 국가이며 지성적이라고 자임하는 초 거대 국가 미국 대통령 후보의 입에서 나온 얘기로 믿기 어려운 발언이다. 트럼프는 이날 "서류가 미비한 불법 체류자는 사람도 아니다. 그들은 짐승들…."이라는 막말도 서슴지 않았다.

이날 트럼프는 프롬프트에 연설문이 제대로 표시되지 않아 원고와 다른 발언들을 자주 쏟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피바다 발언은 중국산 자동차를 언급하는 와중에 터져 나왔다. 

트럼프는 "중국 업체들이 무관세 혜택을 노려 멕시코에 공장을 짓고 있다"라며 "어디서 만들던 미국인을 고용하지 않고 우리한테 차를 팔려면 100%의 관세를 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자신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친구이지만 멕시코에 짓고 있는 BYD를 '괴물'로 지칭하고 "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당신들은 그 차를 팔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낙선하면 "미국인 전부가 피로 목욕을 하게 될 것"이라는 말도 이 때 나왔다. 

파문이 확산하자 트럼프 대변인은 "바이든 정책이 자동차 산업과 노동자들에게 경제적 피바다가 되고 있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트럼프의 이날 발언들은 미국 국민들을 공포에 빠지게 하는데 충분했다. 트럼프는 이날 피바다, 학살 등 섬뜩한 발언을 여과없이 쏟아냈다. 

그의 발언에 어떤 의도가 숨겨져 있든 우리 전체 수출액의 8%를 차지하고 지난해 기준 연간 수출액이 370억 달러(약 49조 원)에 이르는 미국 시장이 대선 결과에 따라 요동을 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진다.

바이든 정부의 정책에 맞춰 미국 현지에 전기차 전용 공장을 짓고 있는 국내 업체의 입장에서는 현 정부의 정책 기조가 계속 이어지는 것이 최선이다. 하지만 감히 상상하기 힘든 막말과 막장 공약을 쏟아내고 있는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이 문제다.

만약 트럼프가 공약을 지킨다면 한국에서 생산한 미국 수출차 가격은 지금의 배가 될 수도 있다. 그가 공약을 완화해도 트럼프의 공화당 정부가 탄생할 경우 바이든 현 정부의 핵심 정책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초당적 인프라법(BIL)은 축소 또는 폐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트럼프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 법을 "멍청한 짓"이라고 혹평했다. 전기차 자체를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도 뚜렷하다. 미 대선에서 누가 당선될 것인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2026년을 시한으로 마련한 여러 환경 규제 정책은 2027년 이후 대폭 변화할 전망이다.

특히 트럼프가 당선되면 당장 수입 관세부터 손 볼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과 독일, 심지어 현지 업체들도 내연기관과 전기차 등 미래 신차 연구 개발과 투자의 방향을 놓고 검토에 들어갔다고 한다.

솔직한 마음은 바이든의 재선이 우리 자동차 산업에 최선이겠지만 트럼프가 낙선을 한다고 해도 미국이 피로 물드는 더 암담한 상황에 부닥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래 저래 고민은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저작권자 © 오토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