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롱 테크] 전기차 불만 나면 모두 내 탓 "배터리는 정말 억울합니다"

  • 입력 2023.12.26 11:13
  • 기자명 김아롱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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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헤럴드 김아롱 칼럼니스트] 부산에서 주행중이던 전기차가 최근 추돌사고를 당한 후 원인이 정확하지 않은 화재사고로 차고차량 2대가 모두 전소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다행히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은데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차가 출동해 26분만에 화재를 진압을 완료했는데요.

정확한 사고원인은 경찰과 소방당국에서 조사중이지만 추돌사고를 일으킨 승용차에서 발생한 화재가 전기차에 옮겨붙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해당 전기차 제조사는 “소방당국과 함께 배터리를 탈거해 확인한 결과, 배터리 셀에서 화재흔적은 없었으며, 차량이 전소됐음에도 불구하고 배터리 상태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입장을 밝혀 눈길을 끌었습니다.

자동차 제조사가 전기차 화재와 관련해 언론매체에 관련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은 이례적인 것으로 평가되는데요, 이는 최근 여러가지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의 화재 안전성과 관련된 논란에서 조금이라도 피하고 싶어하는 자동차 제조사들의 마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됩니다.

전기차의 경우 배터리는 물론 인버터 및 컨버터 등 고전압시스템이 탑재되어 있기 때문에 충돌사고 등으로 고전압시스템이 파손될 경우 합선으로 인한 불꽃 발생되는 등 전기적인 문제로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히 고전압 배터리의 경우 외부충격으로 인해 배터리 내부온도가 급속도로 증가하는 열폭주 현상으로 인해 화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편입니다.

또한 전기차 화재의 경우 배터리 내부에 불이 붙을 경우 구조상 직접적인 화재진압이 어렵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화재를 완전히 진압하는데 2시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고 4만리터 이상의 물이 필요해 화재진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하지만 전기차의 화재사고는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은 편입니다. 오히려 내연기관차의 화재사고 빈도가 훨씬 높은 편이지요.

국내의 경우 소방방재청의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국내 자동차 화재건수는 4,669건이며, 이중 전기차 화재건수는 44건에 불과했습니다. 이를 차량 1만대당 화재비율로 환산할 경우 내연기관차가 1.84, 전기차는 1.12를 기록했습니다. 또한 최근 3년간(2020~2022년) 전기차 화재건수는 총 79건으로 이중 교통사고로 인한 화재건수는 9건에 불과했으며, 전기적인 문제가 18건,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사고가 24건으로 나타났습니다.

최근 부산에서 발생한 화재로 전소된 토레스 EVX 배터리가 거의 손상이 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부산에서 발생한 화재로 전소된 토레스 EVX 배터리가 거의 손상이 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의 경우 교통안전위원회(National Transportation Safety Board)와 교통통계국(Bureau of Transportation Statistics)의 최근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2023년 연구에 따르면 가솔린 내연기관차의 경우 자동차 10만대당 약 1,530건의 화재가 발생한 반면, 순수전기차의 경우 10만대당 25건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특히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가 이미 판매된 신차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스웨덴의 경우 스웨덴 시민보호긴급관리청(MSB)의 조사결과, 스웨덴 내 전기구동차(xEV) 화재건수는 지난해(2022년) 연간 최고치인 106건에 달했지만, 이중 순수전기차의 자동차 화재건수는 24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스웨덴 내에서 주행중인 전체 배터리 구동차량의 0.004%에 불과하지요. 오히려 휘발유나 디젤 연료를 사용하는 자동차의 화재발생률은 0.08%로 내연기관차의 화재위험이 20배나 높다는 것이 MSB의 조사결과입니다.

미국의 한 기술포럼은 최근, 내연기관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전기차의 화재건수가 적음에도 불구하고 언론매체와 SNS와 같은 각종 인터넷 매체들이 지나치게 전기차 화재에 대해 민감하게 대응하고 비난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혀 관심을 모았습니다.

언론매체들은 가솔린 차량화재는 더 이상 센세이션을 일으키지 못하기 때문에 전기차와 내연기관차를 동등하게 취급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내연기관차의 화재사건은 가끔씩 발생할 수 있는 일상적인 사고로 치부되며, 간혹 뉴스조차 나오지 않지만 전기차나 전기스쿠터, 전기자전거 등 두 대 이상의 전기차와 관련된 화재가 발생할 경우 서둘러서 보도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예를 들어 지난 7월 3800대의 신차를 싣고 대서양을 건너 싱가포르로 가던 파나마 국적의 차량운반선에서 화재사건이 발생했는데 이 선박에는 498대의 전기차가 실려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화재의 원인이 전기차로 인한 것으로 추측되면서, 전 세계 언론들이 전기차 배터리 화재로 선원 한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며 전기차의 화재위험성을 경고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조사결과 498대의 전기차는 온전한 상태를 유지했으며 정작 화재원인는 화물칸에 있던 전기차가 아니라 갑판에서 발생한 사고로 전기차는 화재와 무관한 것으로 밝혀졌지요.

또한 베트남 하노이에서는 건물 화재가 발생했는데 지하주차장에서 충전중이던 전기스쿠터로 인한 화재로 추정되면서 논란을 일으켰고, 전기스쿠터의 건물내 충전을 제한하는 일시적인 조치까지 취해졌지만 화재조사결과, 전기스쿠터가 아닌 일반적인 스쿠터에서 화재가 발생해 건물화재로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처럼 전기차라는 이유로 자동차 사고가 나면 무조건 화재가 발생해 인명피해가 발생할 것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전기차 구입을 망설이는 운전자들을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의 열폭주로 인한 화재는 배터리 내부의 배터리 셀 구조가 파손되거나 배터리케이스가 망가질 정도의 큰 충격이 아닌 가벼운 접촉사고일 경우 화재가 발생할 위험이 극히 낮은 편입니다.

이번 전기차 사고의 경우에도 전기차에 불이 붙었다는 이유만으로 자칫 전기차 화재로 오인될 수 있는 사고였습니다. 그러나 현장 화재사진이 공개되고 자동차 제조사의 적극적인 대응으로 단순한 교통사고(?)로 결론 날 가능성이 높아보입니다.

사고를 접한 한 자동차 전문가 역시 “자칫 전기차 배터리에 화재가 발생했다면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었겠지만 사고 사진상으로는 배터리 내부문제가 아니라 외부적인 문제로 보인다”며, “배터리에 불이 옮겨붙기 전에 화재가 진압된 것도 다행이지만 차량이 전소됐다고 해서 무조건 전기차 화재사고로 보기에는 어렵다”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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