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혼다 CR-V 하이브리드 "압도적 공간, 그러나 지극히 평범한 패밀리 SUV"

  • 입력 2023.09.27 08:00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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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가평=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전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 못지 않게 주목 받는 기술이 '하이브리드 시스템'이다. 북미, 유럽은 물론 우리나라 하이브리드카 판매량도 상반기 기준, 지난해 대비 배가량 늘었다. 신차 판매 순위 상위권에 있는 그랜저, K8, 싼타페와 쏘렌토의 하이브리드 비중은 모두 절반이 넘는다.

수입차도 다르지 않다. 1월부터 8월까지 연료별 누적 신규 등록 현황에서 하이브리드카 점유율은 지난해 26%에서 올해 32%로 늘었다. 같은 기간 가솔린 점유율은 48%에서 46%, 디젤은 13%에서 10% 미만으로 줄었다.

혼다는 하이브리드 라인업 교체가 늦어지면서 이 큰 시장에서 그간 재미를 보지 못했다. 수입차 연료별 베스트셀링카 톱10 목록에도 들지 못했다. 혼다는 최근 출시한 6세대 완전 변경 CR-V 하이브리드 그리고 11월 어코드 하이브리드로 반전을 노리고 있다. 선봉에 나선 CR-V 하이브리드를 만나 봤다.

외관은 지난 4월 먼저 들어온 CR-V 1.5 터보와 다르지 않다. 전면부는 후드보다 더 길게 뻗어 나온 노즈부, 굵은 패턴의 블랙 프런트 그릴은 간결하지만 공격적인 느낌을 우선 갖게 한다. 전조등과 방향 지시등을 품고도 극도로 얇아진 헤드라이트도 간결한 이미지에 기여한다.

전장 75mm, 휠 베이스 40mm가 각각 늘어나고 수평 사이드 캐릭터 라인을 적용한 측면은 이전 세대보다 안정적인 스타일을 연출한다. 또 휠 하우스, 플레이트를 싸고 도는 클래딩을 차체와 같은 색으로 꾸며 측면 전체 이미지를 시원스럽게 했다.

후면부에는 CR-V 시그니처 버티컬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가 적용됐다. 번호판 자리가 위로 올려 리어 범퍼와 테일게이트의 디자인 연결감, 간결함을 살렸다. 이 밖에 하이브리드 전용 디자인의 19인치 블랙 알로이 휠, 블랙 루프레일을 적용했다.

전체적으로 사이즈가 커지면서 비율이 좋아진 것, 크롬 등 반짝거리는 장식보다 블랙 하이그로시와 같이 깊거나 은은한 색 가니시를 많이 사용한 것도 6세대 CR-V 하이브리드 외관 특징이다.

테일 게이트를 열면 광활한 트렁크가 드러나는 것도 인상적이다. 배터리와 같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갖추고도 기본 용량이 가솔린과 다르지 않은 1113L나 된다. 대형 SUV와 다르지 않은 폭을 갖고 있어 4개의 골프가방을 옆으로 반듯하게 실어도 된다. 2열을 접으면 2166L나 되는 적재 용량을 갖춘다.

실내 하이라이트는 공간이다. 1열과 2열의 레그룸은 물론이고 머리나 어깨 간 공간에도 여유가 있다. 오렌지색 스티치로 멋을 부린 시트는 적당히 단단해 피로감이 적고  뛰어났다. 특별한 기능은 없어도 거주 편의성은 만족스럽다. 2열 등받이는 충분한 각도의 리클라이닝이 가능했다.

반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서는 아쉬운 것들이 많았다. 크고 와이드 한 것들을 자주 본 탓인지 CR-V의 9인치 디지털 클러스터와 센터 디스플레이는 옹색해 보였다. 내비게이션의 기본 맵도 제공하지 않았다.

스마트폰 애플 카플레이 또는 안드로이드 오토를 연결해야만 길 안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아이폰은 무선 연결이 가능하고 안드로이드 폰은 별도의 케이블이 필요하다. 11월 예정인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안드로이드 폰 무선 연결이 가능해 진다고 한다.

USB & USB-C 타입 단자를 모두 갖춘 것, 서브 우퍼 포함, 12개나 되는 스피커로 구성한 보스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 홈 메뉴, 공조 시스템 등 자주 쓰이고 직관성이 필요한 다이얼과 버튼을 모두 밖으로 빼놓은 것은 잘한 일이다.

반면, 여전히 가죽에 쌓인 기어 노브, 에어 덕트를 벌집 모양으로 길게 가린 것 말고는 인테리어에서 돋보이는 것은 없다. 시야가 좋은 것도 장점이다. 윈드 실드를 직사각형으로 디자인한 다이내믹 뷰 프레임을 적용해 넓은 시야를 제공한다. A필러와 후드 형상, 아웃 사이드미러의 위치를 바꾼 것도 넓은 시야 확보에 도움이 됐다.

혼다 CR-V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은 일반적인 것과 다르다. 2.0L 직분사 앳킨슨 엔진과 E-CVT 조합은 다를 것이 없지만 2개의 모터가 탑재됐다. 하나는 구동력을 지원하고 다른 하나는 발전용으로 쓰이는 모터다. 혼다는 직렬로 배치했던 모터를 이번 세대에서 평행 축 구조로 바꿨다.

높은 수준의 토크와 출력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하지만 성능 제원 수치는 이전 세대와 크게 다르지 않다. CR-V 하이브리드 최고 출력은 엔진 기준 5세대의 145마력에서 6세대 147마력, 토크는 17.8kgf.m에서 18.6kgf.m으로 소폭 상승했다. 이에 반해 연비는 14.5km/ℓ에서 14.0km/ℓ로 줄었다.

파워트레인 수치에서 유의미한 변화는 없지만 주행 감성은 달라졌다. 우선은 정숙성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엔진룸의 진동 소음을 우레탄으로 막고 여기저기 흡음재도 많이 썼다. 이중흡차음 유리, 액티브노이즈컨트롤도 적용돼 있어 주행 중 외부 소음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됐다.

가속력 역시 인상적이지는 않다. 가속 페달을 빠르게 힘껏 밟아도 엔진은 느긋하게 반응한다. 스포츠 모드에서도 사운드는 요란해 지는데 차체가 따라가지 못한다. 모터의 지원을 받는 발진 성능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답답하다.

타력이 붙으면 얘기가 달라진다. 저속에서 벗어나면 중속과 고속 연결감이 매끄럽고 빨라진다. 고속에서 느끼는 차체 안정감도 역시 혼다답다. 선회 구간을 고속으로 진입하고 빠져나올 때 좌우 균형이 무너지는 일이 없다. 자세를 회복하는 능력도 뛰어나고 노면을 움켜쥐는 감성 그리고 후미의 추종력도 혼다답다.

혼다 설명에 따르면 록 업(Lock-up) 고단 클러치와 저단 클러치로 고속 크루징 정숙성을 높이고 견인 능력과 도심 주행 연비를 높이게 했다. 이 밖에 시야각이 90도까지 확장된 광각 카메라, 120도까지 인식 범위가 확장한 레이더로 주변 상황을 정확하고 넓게 볼 수 있게 한 차세대 혼다 센싱도 탑재했다.

정속 주행(ACC), 차선 유지(LKAS)의 정확도가 확실히 달라졌다. 최저 0km/h부터 작동하는 트래픽 잼 어시스트(TJA)와 저속 브레이크 컨트롤은 6세대 CR-V에 처음 적용한 것들이다. 아쉬운 것은 위험 상황에 대한 경고가 소극적이라는 점이다.

사각지대, 차선 이탈 그리고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 활성화 등 여러 상황에서 소리가 아닌 클러스터의 시각 경고만으로 끝낸다. 차선을 바꾸거나 이탈하는 경우 운전자의 시선이 클러스터로 가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봤을 때 진동이나 소리로 보다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어 보인다. 아웃 사이드미러에는 후측방 위험 상황을 알리는 조명 표시도 제공하지 않았다.

[총평] 혼다 CR-V 하이브리드는 단일 트림으로 가격은 5590만 원이다. 경쟁 모델인 도요타 라브 4 하이브리드는 5650만 원, 현대차 싼타페 하이브리드의 하이 트림은 5036만 원이다. 가격만 놓고 보면 나쁘지 않은데, 조목조목 따져보면 비교할, 아니 비교될 것들이 제법 많아 보인다. 외관 디자인은 자기 몫이라고 해도 실내 꾸밈새와 구성 특히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좋은 점수를 주기가 쉽지 않다. 일상에서 지극히 평범하게 쓸 적당한 크기의 '패밀리 SUV'로 보면 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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