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롱 테크] 탄소배출 줄인다는 자동차 저온 경화 도장 '어떻게 이뤄지나?'

  • 입력 2023.08.31 08:48
  • 기자명 김아롱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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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헤럴드=김아롱 칼럼니스트] 최근 한 국내 자동차 제조사가 자동차 도장 공정에서 발생하는 에너지 소비를 획기적으로 줄여 탄소배출 저감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새로운 도장 기술을 공개해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저온경화 기술로 불리는 이 기술은 도장 과정에서 차체에 도포된 페인트를 단단하게 굳히는 경화 공정의 온도를 기존보다 50℃ 낮춰서 기존 도장 방식과 동일한 도장 품질을 유지하면서도 자동차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에너지 소비량을 줄임으로써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감소시켜 탄소중립 실현에도 기여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일반적으로 자동차 생산과정은 물론 사고차 수리 등을 위한 보수 도장의 작업공정은 크게 전처리, 하도도장, 중도도장, 상도도장 등 4단계를 거쳐 완성됩니다. 자동차의 차체 표면에는 1mm도 되지않은 얇은 도장막을 갖고 있지만 건물 외벽을 페인트칠할 때 여러 번 덧칠하는 것처럼 각각의 공정마다 적게는 서너 겹에서 많게는 8~9겹 이상 덧칠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렇게 차체에 입혀진 도료를 도장 부스나 열처리 시설에서 고온으로 단단하게 굳히는 과정을 거치는데요, 이러한 작업을 경화 공정이라고 합니다. 흔히 정비 현장에서는 일명 ‘열처리’라고 불리지요.

새로운 도장 기술은 기존 도료(페인트)에 함유된 멜라민이라는 성분 대신 이소시아네이트라는 물질로 대체함으로써 기존 140℃에서 20분 동안 이뤄지던 상도도장 경화 공정의 작업온도를 90℃에서도 가능하도록 한 것이 특징입니다.  

저온경화 공정은 환경보호 및 도장 품질 향상을 위한 중요한 기술 중 하나입니다. 자동차 도료나 코팅을 빠르게 경화시키면서도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휘발성유기화합물(VOC) 배출을 감소시킬 수 있기 때문인데요. 

기존 경화 공정의 작업온도를 50℃나 더 낮은 온도에서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온도를 과도하게 높일 필요가 없어지게 됨에 따라 생산과정 또는 보수 도장작업 때 발생하는 에너지 소모를 크게 절감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실제로 도장공정은 자동차의 생산공정 가운데 가장 많은 에너지를 사용해 지구온난화의 주범이 되는 이산화탄소를 가장 많이 발생시키고 있습니다. 도장공정이 자동차 공장의 전체 에너지 소비량의 약 43%에 달한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설명입니다.

새로운 도장 기술이 상용화될 경우 자동차 생산공장의 도장공정에서 발생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에너지 소비량(가스 사용량)을 각각 40%가량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외에서 운용 중인 모든 생산공장에 저온경화 기술을 도입할 경우 한 해 동안 자동차 제조공정 중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1만 6천톤 가량 줄일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입니다. 이것은 소나무 2백만 그루, 1,600만㎡의 숲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량과 같은 수준이라 할 수 있지요. 

자동차 도장공정의 저온경화 기술은 이러한 에너지 소비량 감소 외에도 VOC라 불리는 휘발성유기화합물(Volatile Organic Compounds)을 줄일 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자동차용 페인트는 신너나 솔벤트와 같은 유기용제(유기화학물질)를 포함하고 있는데요. 이러한 유기용제는 기름이나 지방 등을 잘 녹이는 성질과 함께 휘발성이 강해 페인트의 제조나 배합 과정은 물론 금속제품이나 기계류의 세척 등 산업계 전반에서 폭넓게 사용되고 있기도 합니다. 

이러한 유기용제를 휘발성 유기화합물(VOC)라고도 하는데 휘발성과 인화성, 중독성이 강하다 보니 대기중에 노출될 경우 광화학 스모그를 일으키는 것은 물론 지구온난화의 원인물질이자 인체에 유해한 발암물질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에서는 VOC를 규제하는 법을 제정하는 등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경화 과정이 빠르기 때문에 제조공정 혹은 보수도장 작업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페인트나 코팅을 빠르게 건조시켜 주기 때문에 도장표면에 먼지나 이물질이 묻는 등 도장결함을 감소시켜 주기도 합니다. 

특히 최근 자동차에 적용이 늘어나고 있는 플라스틱 범퍼나 펜더 등 복합재로 이뤄진 부품도 한 번에 도장 및 경화가 가능해 도장 품질을 향상시킬 수 있지요.

기존 고온 경화 공정에서는 금속성 차체와 재질이 다른 플라스틱 범퍼나 펜더를 한 번에 작업하기 어려워 별도로 도장작업을 거친 부품으로 조립하다 보니 시간이 지나면 차체와 범퍼 등의 색상이 달라지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사고차 수리 등 보수도장 작업 때에도 미묘한 색상 차이로 소비자 불만이 제기되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기도 합니다. 저온경화 기술은 이러한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한편 자동차 업계에서는 이산화탄소 배출저감 및 휘발성유기화합물 감소 등을 위해 다양한 친환경 도장 관련 기술을 연구 및 개발하고 있습니다. 

수용성 페인트(Waterborn based paint)가 대표적이라 할 수 있는데요. 수용성 페인트란 페인트 속에 함유된 환경적으로 유해한 유기용제의 일부 또는 전체를 물로 대체함으로써 도장 과정에서 증발되더라도 자연분해 되거나 인체에 무해한 친환경 도료를 말합니다. 

또한 자동차 도장작업을 자동화하고 로봇 기술을 사용해 효율적이고 일관된 도장 과정을 구현함으로써 에너지 소비와 재료 소비량을 최소화하고 있습니다. 도장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최소화하고 재활용하는 방안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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