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798 예술구 '美妙回忆' 현장을 가다

  • 입력 2016.04.28 11:26
  • 수정 2016.04.29 18:02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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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북쪽 다샨쯔, 큰 길에서 유턴을 한 택시가 멈추자 진입차를 통제하는 차단기가 골목 입구마다 보인다. 담벼락과 건물 입구 여러 곳에는 ‘798号’라고 쓴 붉은색 글자가 여기 저기 큼직하게 새겨져 있다. 입구는 중국스럽게 흉흉하다. 

여기가 중국 예술의 중심이자 베이징 소호로도 불리는  다샨쯔 798 예술구다. 냉전 시대가 끝나고 이곳에 있던 공장들이 문을 닫자 가난한 예술가들이 몰려들기 시작하면서 중국 예술의 혼, 베이징을 대표하는 랜드마크가 된 곳이다.

파주에 있는 해이리와 비슷하지만 폐건물을 그대로 살려 예술 공간으로 만들어 냈다는 점이 다르다. 아직도 가동중인 것으로 보이는 공장들이 있고 배수관, 무너진 담벼락, 고장난 철제문 이런 것들을 그대로 살려 놨다. 보이는 풍경, 규모, 발상이 다르다.

 

거리는 적지 않은 중국인과 외국인으로 가득하다. 한 두 평 남짓한 가난한 예술가의 갤러리가 작은 골목길을 따라 이어져 있고 기념품을 파는 가게도 곳곳에 자리를 잡았다. 호객행위는 없다. 가는 사람도 이걸 바라보는 사람도 무덤덤하다.

어지럽게 보이는 배관이 그대로 드러나 있는 큰 규모의 전시공간들도 좁은 골목을 타고 끝없이 이어져 있다. 작품의 수준에 대해서는 논할 처지가 안된다. 하지만 깊이가 있는 정교함은 예술이라는 것과 거리가 있는 사람의 눈에도 눈요기가 충분하다.

중국인 특유의 스케일과 유머 그리고 기상천외한 발상들이 거리를 가득 메웠다. 걷다가 지치면 잠시 쉴 곳도 많다. 한국 또는 한글로 안내되는 갤러리가 보이고 어딘가에는 꽤 유명한 돈가스집이 있다. 이 곳 사장도 한국인다.

 

현대차 ‘브릴리언트 메모리즈’ 캠페인이 열리고 있는 갤러리를 찾아야 했지만 홀린 듯 여기저기 골목을 따라 돌며 한 참 구경을 하고서야 도착했다. 798 예술구에 기업 전시회는 많지 않다. 있다고 해도 제품이 아닌 예술작품이 전시돼야 한다. 소니도 카메라 대신 사진 전시회를 열고 있었다.

브릴리언트 캠페인은 789 예술구 중심에 있는 2층 건물에서 열리고 있다. 지난 4월 1일 시작해 오는 5월 31일까지 열린다. 전시관 외벽은 ‘아름다운 추억(美妙回忆, 메이미야오회이이)’을 선사한다는 대형 현수막이 걸렸다. 흰색 페인트로 꾸민 전시관 내부로 들어가 잠시 머뭇거렸더니 누군가 다가와 말없이 안내책자를 주고는 되 돌아간다.

전시장에 들어서자 작년 2월, 동대문 DDP에서 한 차례 낯을 익혔던 ‘작품’들이 보인다. 오래된 트럭과 쇳가루로 쓴 글, 아버지가 타던 택시의 시트, 시트로 만든 여행용 가방, 엔진을 주제로 한 작품까지 전시됐다.

 

현대차 관계자는 “중국인은 자동차를 문화 또는 예술과 연결하는 것이 아직 낯선 곳”이라면서도 “반면, 가족 간 유대감이 강하고 전통을 중시하기 때문에 브릴리언트 캠페인에 대한 관심은 다르다”고 말했다.

하루 평균 방문객은 300~400명 정도, 주말에는 798 예술구를 찾은 한국 관광객들이 반가운 마음에 들러 주면서 1000명 이상을 넘긴다고 한다. 관람객들은 특히 각각의 작품에 담겨 있는 사연들에 관심을 보인다.

생선과 참외를 가리지 않고 실어 나르며 자식을 키웠던 아버지의 1톤 트럭을 갈아 모은 쇳가루로 그 사연을 곱게 써내려간 ‘성주 꽃 참외’, 아버지 몰래 친구들과 여행을 떠났던 쏘나타는 이들 4명의 친구가 간직한 추억을 상징하는 4개의 문으로 다시 탄생했다.

 

전시관 관계자는 “자동차를 예술 작품으로 만들었다는 것이 생소할 수 있으므로 각 작품에 담긴 사연을 설명할 수 있는 도우미를 요소요소에 배치해 놨다”고 말했다.

다샨쯔 789 에술구에서 열리고 있는 현대차 브릴리언트 메모리즈 캠페인에는 시즌 1에서 소개됐던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 3월 서울을 시작으로 시즌2가 시작됐다.

개인의 추억을 담고 있지만, 그 사연들은 누구의 마음에도 감동을 줄 수 있는 것들이다. 시즌2 브릴리언트 메모리즈:동행 전시회는 오는 5월 4일부터 8월까지 광주시립 미술관에서 열린다.

중국은 악명 높은 교통문화를 갖고 있다. 자동차는 여전히 신분을 과시하거나 생계에 필요한 수단에 불과하다. 도로는 여전히 복잡하다. 왕복 10차선 도로에서 무단횡단하는 노인, 횡단보도에서 더 속도를 내는 택시, 무조건 들이미는 차로 변경까지 여전하다.

 

우리도 한 때 그랬다. 자동차가 대중화되고 구매 연령대가 낮아지면서 자동차 문화라는 코드가 생겨나기 시작했고 도로의 풍경이 달라졌다. 중국 자동차 브랜드 가운데 흔치 않은 현대차 브릴리언트 메모리즈 캠페인이 중국 자동차 문화의 시작에 크든 작든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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