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오닉의 평균 주행 속도에 대한 해명

  • 입력 2016.03.09 13:41
  • 기자명 김흥식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이오닉을 몰고 최근 거제도 홍포를 최근 다녀왔다. 하이브리드카의 전제 조건이 ‘연료 효율성’에 있는 만큼 장거리 시승을 통해 연비를 확인해보기 위해서였다. 경기도 군포에서 거제도 홍포까지 왕복한 거리는 813km, 아이오닉의 평균 연비는 24.6km/ℓ를 기록했다. 배기량 1580cc의 준중형 휘발유 엔진을 탑재했고 인증 연비가 20.2km/ℓ(17”)라는 점을 생각해 만족스럽다는 기사가 나갔다.

시승기가 나가고 난 후 몇 개의 반박 메일이 왔다. 포털로 송출된 기사에도 많은 댓글이 달렸다. 돈 받고 쓴 기사, 광고냐 홍보냐 하는 식의 얘기는 늘 듣는 것이라 개의치 않았지만 몇 가지는 꼭 짚고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동차에 관심이 있다면 알아야 할 얘기들이다. 고속도로 평균속도가 83km면 기어간 것 아니냐, 현대차 트립 컴퓨터를 어떻게 믿냐, 그리고 시내에서 달리면 연비 뚝 떨어진다는 지적들에 대한 해명이다.

 

트립 컴퓨터 정보의 정확성은

“완벽하다고 얘기할 수는 없지만 가장 정확하다.”. 트립 컴퓨터 전문 제조사인 덴소코리아오토모티브 관계자의 말이다.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제조사가 유리한 설정을 하는 일도 가능하지 않다고 했다. 주행거리를 조작하는 일도 있지 않냐고 묻자 또 다른 관계자는 “자동차 회사가 그런 짓을 했다면 폭스바겐 디젤 게이트보다 더 큰 사건이 될 일”이라며 “따라서 그럴 확률은 없고 조작하지 않았다면 트립 컴퓨터의 차량 주행 정보는 신뢰도의 정확도는 99% 이상”이라고 말했다.

트립컴퓨터는 60여 년 전인 1950년 스웨덴에서 처음 발명됐고 최초의 장착 모델은 1958년 사브 GT750로 알려져 있다. 이후 자동차의 기술 발전과 더불어 끓임 없이 진화했고 이제는 주행거리 뿐만 아니라 순간 연비와 평균연비, 평균속도, 차량의 주요 기능 설정 등 사용 범위와 제공 정보가 다양해졌다. 작동 원리는 비교적 간단하다. 연비의 경우 차속 센서와 휠 회전량을 계산해 산출된 주행거리를 ECU로 보내고 ECU는 인젝터를 통해 분사된 연료량과 주행거리를 계산해 연비를 산출해 표시한다.

연료를 가득 채워 달리고 난 후 보충되는 양으로 측정하는 풀 투 풀(Full To Full)연비도 아이오닉의 트립 수치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831km를 달린 아이오닉의 트립 연비는 24.6km/ℓ, 풀 투 폴 연비는 23.9km/ℓ였다. 주유 방식에서 오차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용인될 수준이다. 한편, 연비를 산출하는 방식은 대부분의 제조사가 동일하지만 이를 보여주는 방식과 종류에는 차이가 있다. 현대차의 경우에는 순간 연비를 2초 간격으로 제공하고 그래프 방식은 0.3초마다 변경된다.

 

평균 속도 83km/h면 과속을 했다는 것

트립 컴퓨터를 그래도 믿지 못하겠다고 우기면 더는 할 말이 없고 다음으로 이어지는 글도 읽을 필요가 없다. 트립 컴퓨터의 정보가 신뢰한다는 전제하에서 평균 속도에 관한 얘기를 시작한다. 경기도 군포에서 경남 거제 홍포까지 아이오닉이 왕복한 거리는 트립 컴퓨터 상 813km로 표시됐다. 네이버 지도에서는 이보다 긴 830km가 나온다.

평균 속도는 83km/h가 나왔다. 여기에 대한 비난이 나왔다. “고속도로에서 그렇게 천천히 달리면 내 차는 아이오닉보다 더 좋은 연비가 나온다, 다리에 쥐났겠다, 다른 차에 민폐 주지 말라” 따위들이다. 억울했다. 가능한 최고 속도를 내며 달렸고 830km가 넘는 거리의 평균속도가 83km/h면 절대 느린 것이 아니어서다.

구간별로 따져봤다. 시승 출발일 오후 5시, 경기도 군포에서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경부고속도로로 방향을 바꿔 기흥나들목까지 30km 구간은 극심하지는 않았어도 혼잡했다. 30km/h 이하 그리고 빨라 봐야 70km/h를 벗어나지 못했다. 기흥휴게소까지 27km의 거리를 달린 아이오닉의 평균속도는 약 40km/h에 불과했다. 첫 경유지인 천안휴게소까지 66.5km 구간 평균속도는 75km/h, 누적 주행 시간은 1시간 19분을 기록했다.

 

여기서부터 통영나들목까지는 일사천리로 달렸다. 고성에 있는 공룡휴게소에 도착했을 때 누적 주행거리는 334km, 평균속도는 86km/h, 주행 시간은 4시간 6분이다. 천안휴게소에서 고성 공룡휴게소까지 241.4km의 구간만 따져보자. 시간은 2시간 47분이 걸렸다. 앞서 언급한 두 구간을 빼고 경부고속도로와 대전통영 간 고속도로를 달린 속도만 계산하면 97.7km/h의 평균속도가 나온다. 되돌아오는 길은 휴일 귀성차량이 몰리면서 평균속도가 뚝 떨어졌다.

97.7km/h의 평균속도는 느린 것이 아니다. 오히려 도로 교통의 특성상 제한속도를 유지하고 때때로 그 이상의 속도를 내야만 가능하다. 다른 차에 민폐를 주거나 다리에 쥐가 나도록 심혈을 기울여서는 절대 기록할 수 없는 속도다. 어느 누구도 도심 주행의 평균 속도를 30km/h 이상 올리기는 쉽지가 않다. 고속도로 역시 90km/h 이상의 평균 속도를 내려면 가끔은 제한 속도를 넘겨야 가능하다.

 

시내 주행 해 봐라 그 연비 나오나.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더 좋은 연비가 나올 수 있다. 아이오닉의 인증 연비도 도심이 20.4km/ℓ로 고속도로 19.9km/ℓ보다 높다. ( 17” 기준) 하이브리드카는 내연기관을 중심으로 구동을 하지만 중요한 순간, 그러니까 연료 소모량이 많은 때에 전기모터가 개입해 효율성을 높여준다. 예를 들면 차량이 출발할 때, 가속할 때, 오르막 경사로를 오를 때 전기모터가 구동되거나 내연기관을 보조한다.

도심 구간은 저속 주행이 많다는 점도 연비에 유리하다. 순수 전기모드로 움직이는 때가 많아지고 정지해 있을 때는 시동이 멈추고 출발하면 켜지는 ISG도 연료 소모량을 줄이는데 이바지한다. 일정한 속도로 항속하는 것보다 전기 모드의 개입이 더 많은 도심 연비가 더 좋거나 좋아지는 이유다. 그래도 믿지 못하겠고 의심이 된다면 하이브리드카 시승이 가능한 도요타나 현대차 전시장에서 직접 체험해 보기를 권한다.

저작권자 © 오토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