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6의 저주, 트럭·버스 값 내년 1000만원 인상

  • 입력 2014.11.03 21:56
  • 기자명 김흥식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내년부터 적용되는 유로6 규제에 따라 중대형 디젤 상용차의 가격이 최소 1000만원 이상 오를 것으로 보이면서 운수업계의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트럭과 버스 등 사업용 차량을 운행하는 운수 사업자들이 초긴장 하고 있다. 내년 1월부터 최소 1000만 원 이상 차량 가격이 인상되기 때문이다.

상용차 업체들은 내년 1월부터 적용되는 ‘유로6’ 배기가스 배출 기준에 따라 원가 상승 요인이 발생, 가격 인상을 피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차량 가격은 차종 구분 없이 일괄적으로 인상될 공산이 커졌다. 특히 영세 사업자들이 주로 운행하는 중형 트럭과 버스의 가격 인상률이 더 높을 것으로 보여 서민 부담이 늘어나게 됐다.

운수업계의 반발은 매우 크고 심각하다. 배출가스 규제 도입 취지에는 공감을 하지만 트럭과 버스의 가격 인상 부담이 고스란히 자신들에게 돌아 올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생산 업체들도 구매 감소를 염려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중·대형 상용차 부문에 유로6를 적용하기 시작한 유럽에서는 대형 트랙터의 대당 가격이 평균 1만 2900유로(한화 약 1726만원) 인상됐다.

만(MAN)과 메르세데스 벤츠의 악트로스도 평균 1600만원 가량 인상됐고 스카니아도 유로6 기준에 대응한 모델의 가격을 비슷한 수준에서 인상했다.

가격 인상폭은 국내에서도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상용차 업체들은 엔진 업그레이드 등의 연구·개발에 이미 수 천 억 원을 투자했다.

또 SCR(선택적 촉매 환원장치), DPF(매연저감장치) 등 차량 별로 추가 장착이 필요한 주요 부품의 값만 수 백 만원에 달해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유로6는 지난 1992년 유럽시장에서 유로1이 도입된 이후 가장 강력한 규제 조치로 불린다. 유로5 대비 질소산화물(NOx)은 5분의1, 미세먼지(PM)는 절반을 줄여야만 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다.

문제는 대형차보다 중소형 상용차의 체감 인상폭이 크다는 점이다. 유로6 도입으로 국내 상용차 가격이 대당 1000만원 이상 인상될 경우 차량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은 중형 트럭 마이티의 가격 인상률이 더 높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대당 가격이 평균 1억 5000만 원대인 대형 트랙터는 가격 인상률이 6%대에 불과하지만 오는 2016년 9월부터 유로6 기준이 적용되는 3000만 원대 중형트럭 현대차 마이티의 인상률은 30%가 넘는다.

 

버스 역시 대형버스 보다 영세업종인 마을버스나 농어촌 버스 등에 사용되고 있는 중형 버스의 부담이 더 커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디젤 차량의 국내 유로6 적용 시점은 승용과 상용, 그리고 승차 인원 및 적재중량 등에 따라 차종 별로 다르고 일정 시점 이전에 생산된 차량은 차종에 따라 90일~180일 가량의 판매 유예 기간이 부여된다.

그러나 당장 내년 1월부터 유로6가 적용되는 중대형 디젤 상용차 소비자들은 엄청난 부담에 곤욕스러워 하고 있으며 제조사들 역시 큰 폭의 수요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지난 2007년 10월 중형 상용차, 2008년 1월 대형 상용차에 유로4가 적용되면서 2008년 중·대형 상용차(특장차 제외) 내수 판매가 전년대비 24.48% 감소했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마을버스 업체 관계자는 “승객이 줄고 운전기사 부족에 따른 가동률 저하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유류비 부담도 큰데 차 값이 1000만원 오르면 사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며 “영세 사업자들의 처지를 감안하지 않은 일방적인 환경정책은 수용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상용차 업계 관계자도 “트럭과 버스 대부분이 생계를 위한 사업용 차량인 상황에서 일부 고객들은 벌써부터 내년 차량 가격 인상을 우려하고 있다”며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만큼 신차 구매력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업계는 따라서 유로6의 시행 시기와 적용 시점 등을 완화해 제조사들이 생산 원가를 줄여 가격 인상폭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유연한 정책이 검토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저작권자 © 오토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