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ㆍ기아차가 연일 내수 실적 부진에 대한 지적을 받고 있다. 시장 점유율이 역대 최저치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12일 발표한 9월 자동차 산업 동향에 따르면 현대차 시장 점유율은 37.2%, 기아차는 30.1%다. 둘을 합치면 67.3%, 이는 지난 해 12월 기록한 66.7%(현대차 36.7%, 기아차 30.0%) 이후 최저치다.
그러나 속내를 보면 기아차는 잘 하고도 현대차와 싸잡혀 욕을 먹는 셈이 됐다. 현대차 시장 점유율은 지난 4월 44.6%로 최고점을 찍은 이후 8월 39.1%로 추락했다. 9월 점유율은 이보다 더 떨어진 37.2%다.
시장 점유율이 2009년 48.4%나 됐던 때를 떠 올리면 심각한 수준이다. 반면 기아차는 평년 수준을 웃돌고 있다. 기아차의 시장 점유율은 2009년 28.4%까지 떨어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했고 신차 부재에 허덕이던 2013년 29.8%로 소폭 줄었다.
그러나 최근 이런 부진을 말끔하게 털어버리고 있다. 신차 부재로 지난 2분기 26.1%까지 떨어졌던 점유율을 지난 8월 29.3%로 다시 끌어 올렸고 9월에는 30.1%로 평년 수준을 회복했다.
수입차 판매 실적을 제외하면 기아차의 9월 점유율은 34.7%까지 상승한다. 이는 최근 5년간 기록한 역대 최고의 점유율이다. 한 때 20% 이상 벌어졌던 현대차와 시장 점유율 간극도 7%대로 좁혀졌다.
9월 점유율 상승은 기아차의 향후 전망을 밝게 하는 관전 포인트다. 임금협상이 진척을 보이지 못하면서 노조의 부분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이 지금까지 2만 5000여대, 9월에만 6000여대나 됐는데도 점유율은 되려 상승한 때문이다.
월 평균 판매량이 3만 5000대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내수 물량이 제 때 정상 공급이 됐을 경우 월 4만대 이상 판매도 가능했을 것으로 보는 이유다.
노조의 부분 파업으로 초래된 생산 차질로 고객에게 제 때 차량을 인도하지 못하는 미출고 물량도 현재 2만 5000여대나 쌓여있다. 현재 신형 카니발 1만 2000여대, 쏘렌토 1만 3000여가 계약을 하고도 출하를 하지 못하고 있다.
수입차를 포함한 9월 총 수요가 12만 8000대였으니까 정상적으로 물량이 공급됐다면 35% 이상 점유율을 기록할 수 있었던 기회를 놓친 셈이기도 하다.
신형 카니발이 하루 평균 400대, 신형 쏘렌토가 500여대가 계약되고 있지만 고객에게 전해 줄 수 있는 물량이 계약 분의 30% 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도 쌓여가고 있는 미출고 물량 못지않게 심각한 문제다.
정상적으로 생산이 되고 제 때 공급이 되도 2~3개월은 기다려야 할 판이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으면서 계약을 포기하는 이탈 고객도 1000여명이 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기아차가 고민하는 것도 이 부분이다. 2만 5000여명이나 되는 대기 고객들에게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모처럼 잡은 상승의 기회를 상실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장기전의 수렁에 빠져들고 있는 임금협상을 조속히 마무리하는 노조의 대의적 결단이 시급하다고 보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