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와 디젤 끝장 대결, 선택은 자유

  • 입력 2014.03.09 23:38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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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솔린과 디젤로 제한됐던 자동차의 유종이 다양해졌다. 하이브리드카의 대중화, 그리고 전기차가 등장을 했고 세단과 가솔린, RV와 디젤로 정형화됐던 틀은 깨진 지 오래다. 모두 환경과 경제성에 대한 규제, 그리고 이런 경쟁에서 살아 남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의 산물들이다.

독일 브랜드는 이런 시장의 트렌드 변화를 일찍 간파했다. 국산차보다 갑절이나 비싼 프리미엄 브랜드의 디젤모델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고 이런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일본 브랜드가 주력으로 내 세운 하이브리드 모델은 그닥 재미를 보지 못했다. 연비와 내구성, 그리고 차 값까지 수치상 부족한 것이 없지만 독일 디젤모델의 위세가 워낙 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형차, 그리고 프리미엄 브랜드로 격을 올리면 양상은 달라진다. 지난 2월을 기준으로 수입차 판매 톱 10에 이름을 올린 모델들은 배기량 2000cc급 중형 세단 혹은 SUV가 차지하고 있다.

차급에 걸맞은 정숙함과 승차감이 디젤 모델에서는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수입차를 놓고 소비자들이 어떤 차종을 고를지 고민하게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 해답을 찾기 위해 수입차 가운데 가장 많이 판매되고 있는 BMW 520d와 렉서스의 ES300h를 비교했다. 순수 가솔린 모델은 제외했다. 경제적 측면에서 디젤 모델을 따라잡을 수 없어서다.

결론을 먼저 이야기 하면 '선택은 자유', 두 차종은 분명한 호불호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520d는 가속성능, ES300h는 승차감에서 뚜렷한 장점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1000km 이상의 거리를 달려 어렵게 뽑아낸 연비, 차량 가격, 그리고 보유비용 등을 모두 따져본 경제성에서는 ES300h가 우세했다. 따라서 어떤 용도로 쓸 것인지 그리고 개인적 취향을 갖고 있느냐가 중요한 선택의 기준이 될 듯싶다.

 

호미곳(虎尾串)을 왕복하는 1004km의 여정=모처럼 청명한 하늘이 오신 날, 2013년식 렉서스 ES300h(누적 주행거리 28,220km), 그리고 같은 연식의 BMW 520d(누적주행거리 22.811km)가 강남에서 출발을 했다.

강남을 출발한 두 차는 올림픽대로와 영동고속도로, 그리고 동해고속도로를 따라 호미곳까지 간 후 같은 길로 되돌아 오는 1000km 이상의 여정을 숨가쁘게 달렸다. 출발 전, 트립컴퓨터의 모든 수치들을 '0'로 설정을 했고 두 명의 운전자가 가는 길과 오는 길 차종을 바꾸고 순서를 바꿔가며 교대로 운전을 했다.

서울에서 출발할 때만 해도 청명했던 하늘은 대관령터널을 빠져 나오기 무섭게 눈발이 날리는 매서운 날씨로 변했다. 도로는 말끔했지만 이 곳에서 경북 울진에 이르는 구간은 1미터가 넘는 잔설이 도로변에 그대로 남아있었고 제법 굵은 눈발까지 날렸다.

 

그러나 포항을 지척에 두기 시작하면서 활짝 개인 하늘, 그리고 한적한 도로, 운전석 쪽으로 가끔씩 모습을 드러내는 끝없는 바다의 풍경은 더없이 여유로운 드라이빙을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호미곳에서 1박을 하고 다음 날 새벽 서둘러 서울로 되돌아왔다. 그러나 출발지로 곧장 가면 1000km를 채우기 어려운 상황이 됐고 중부고속도로의 끝자락에서 서울춘천간 고속도로를 더 달리고 되돌아왔다.

1박 2일의 가뿐 주행을 마치고 트립컴퓨터에 기록된 ES300h의 최종 주행거리는 1006km, 520d는 1004km로 비슷했지만 최종 연비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20.2 VS 17.8(km/l), 경제성은 ES300h 勝=제원상 ES300h의 복합연비는 16.4km/l, 520d는 16.9km/l로 표시돼 있다. 그러나 1000km/l가 넘는 장거리 주행에서는 역전이 됐다.

ES300h의 트립컴퓨터에 최종 표시된 연비는 20.2km/l로 기록됐다. 반면 520d는 17.8km/l로 ES300h보다 2.8km/l 낮게 기록이 됐다. 이 연비를 돈으로 따져보면 ES300h는 1006km를 주행하는데 총 9만 3627원이 들었고 520d는 1004km의 거리를 9만 5662원에 달린 격이다. 약 2035원의 차이다.

주행거리에 다소 차이가 있다는 점을 감안해 km당 연료비를 따로 계산해봤다. ES300h는 km당 93.25원을 썼고 520d는 95.09원으로 역시 차이가 난다. 가솔린의 리터당 가격이 1880원, 그리고 경유가 리터당 1696원(한국석유공사 패트로넷 3월 5일 가격 기준)으로 더 저렴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하이브리드의 연료 효율성이 더 앞섰다.

차량 가격(ES300h 4950만원, 520d가 6290만원)에서도 1340만원의 차이가 나기 때문에 경제적 이점에서는 ES300h가 확실한 우위를 갖고 있는 셈이다. 디젤 모델이 내구성과 승차감의 열세에도 경제성에서 가솔린보다 확실한 장점을 갖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하이브리드라면 다른 생각을 해 볼 필요가 있다는 점도 확인이 됐다.

차량 가격과 등록에 필요한 비용을 모두 포함한 구매비용과 연간 유지비에도 많은 차이가 났다<표 참조> 배기량의 차이에서 오는 자동차세와 보험료에서는 ES300h가 열세였지만 일반 수리비와 연료비로 상쇄가 가능하다는 점도 주목을 할 필요가 있다.

 

잘 달리는 520d, 차분한 ES300h=장거리 주행에서 520d의 장점은 여지없이 확인됐다. 1995cc 직렬 4기통 터보엔진을 탑재한 520d는 출력이 ES300h(시스템 출력 203마력)보다 낮은 184마력/4000rpm이지만 토크는 38.8kg.m/1900~2750rpm으로 높아 언덕이 많은 동해고속도로에서 특히 여유가 있었다.

더블위시본(전륜)과 멀티링크(후륜) 서스펜션, V 디스크 브레이크의 섀시 구성도 잘 달리고 설 수 있는 조합이다. 기본기가 좋은 만큼 어느 구간에서나 힘찬 주행 능력을 보여줬다.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브레이크에서 간헐적으로 들리는 신경질적인 잡음과 충분하지 못한 뒤 좌석의 여유는 개선이 필요해 보였다.

반면 ES300h는 차분한 달리기에 최고의 만족감을 줬다. EV모드에서 시작되는 초반 가속력이 불만스럽기는 했지만 일단 탄력을 받고 나면 전 속도의 영역대를 매끄럽게 연결시켜준다.

가솔린 특유의 정숙성과 함께 내리막길에서 탄력을 받아 EV모드로 전환이 되면 말 그대로 미끄러지듯 속도를 유지한다. 실내의 인테리어 구성도 520d보다 고급스럽다. 내비게이션을 비롯한 공조 및 오디오의 조작도 한결 편하게 할 수 있다.

 각 모델별 초기 구매 및 1년 보유 비용

종목이 다른 만큼 선택은 자유=520d는 국내에 수입차 그리고 디젤차의 열풍을 몰고왔고 선도하고 있는 차다. 그만큼 모든 면에서 시장의 신뢰는 대단하다. 지난 달만 해도 520d는 1811대가 팔린 부동의 수입차 베스트셀링카다.

뛰어난 연비와 강력한 토크로 잘 달리면서도 BMW라는 브랜드의 가치와 동급의 가솔린 모델보다 월등한 경제성까지, 그야말로 모든 것을 갖추고 있는 모델이다. 동급의 다른 수입 디젤모델들도 따라잡기 힘든 경쟁력을 갖고 있는 것.

따라서 520d는 일정한 퍼포먼스를 요구하는 소비자에게 확실한 만족감을 줄 수 있다. 반면 ES300h는 높은 승차감과 경제성에서 분명한 우위를 갖고 있다.

지난 해를 기준으로 렉서스의 전체 판매 대수는 총 5425대로 이 가운데 하이브리드의 비중은 3365대로 무려 62%에 달했다. 렉서스 차량 10대 가운데 6대가 하이브리드 모델로 채워진 것.

이런 현상은 렉서스의 하이브리드 라인업이 프리미엄 브랜드이면서도 뛰어난 경제적 가치와 부드러운 승차감을 요구하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확실한 상품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520d와 ES300h는 프리미엄 브랜드, 그리고 경제적 가치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동질성을 갖고 있다. 그러나 드라이빙 퍼포먼스를 거칠거나(520d) 차분한(ES300h) 어느 한 쪽을 추구하느냐를 놓고는 적지 않은 고민이 필요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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