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합차 속도제한 장치는 전형적 '탁상행정'

  • 입력 2013.08.07 00:25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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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6일부터는 3.5톤 이상 화물차와 16인승 이상 승합차는 최고 속도 제한장치가 의무적으로 장착된다. 완성차 업체들은 14일부터 해당 모델들을 대상으로 110km 이상 주행이 불가능한 차를 만들어 내야 한다.

특정 차량들의 최고 속도를 제한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교통사고'를 줄이려는 것이다. 하지만 시행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차량의 용도와 상관없이 무게와 인승으로 구분해 무조건 속도제한 장치를 강제하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이기 때문이다.

▲ 쌍용차 코란도 투리스모, 이 달 14일부터 생산 판매되는 차량은 최고속도가 100km/h로 제한된다.

사고감소 효과로 보면 전 차종 확대해야=정부는 속도제한 장치가 교통사고는 30%, 사망자는 화물차 43%, 승합차는 70%까지 줄일 것으로 내다 보고 있다.

어떤 근거에서 나온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정부의 이 추정이 사실이라면 속도제한장치는 모든 차종에 부착을 하는 것이 마땅하다.

연간 교통사고 처리 비용으로 13조원(2012년 기준), 매년 5300여명이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고 있는 현실에서 본다면 '속도제한 장치'는 그야말로 일거에 교통사고를 반으로 줄일 수 있는 묘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속도를 낮추면 무조건 교통사고가 줄어 들 것이라고 보는 시각에는 문제가 있다. 매년 발생하고 있는 교통사고를 유형별로 살펴보면 안전운전 불이행으로 발생하는 사례가 가장 많다.

2012년을 기준으로 전체 사망자 수에서 안전운전불이행은 70.1%로 가장 높았고 중앙선 침범(10.1%), 신호위반(7.2%), 보행자보호 위반(3.0%)순으로 나타나고 있다.

과속운전이 피해 정도를 확대하는 원인이 될 수는 있지만 사고 발생 건수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는 증거다.

반면에 교통법규 위반자 단속건수가 많아지면 교통사고가 크게 줄어든다는 통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상반기 교통사고 사망자가 10.5%나 줄어든 데에는 주요 법규 위반자가 크게 감소를 한데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고속도로 최고 속도를 100km에서 110km로 상향 조정한다고 했을 때 교통사고가 크게 증가할 것이라는 터져 나왔지만 작년은 소폭 증가했고 올 상반기에는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얘기다.

번거롭고 불편한 현장형 활동이 요구되는 법규위반 행위 단속보다 가만히 앉아서 규제만으로 교통사고를 줄여보겠다는 정책이 어떤 효과를 거둘 수 있을 지 생각해 볼 일이다.

용도별 규제는 필요, 승합차는 제외해야=제한속도를 준수하는 것은 모든 운전자가 반드시 지켜야 할 기본적인 약속이며 의무다.

하지만 중량과 인승으로 편리하게 구분해 해당이 되면 무조건 속도제한 장치를 부착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재고돼야 한다.

도로를 달려 본 운전자들이라면 누구나 경험을 하겠지만 규정 속도는 어쩔 수 없이 넘나 들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있을 수 있다. 90km로 달리는 차를 추월하려면 때에 따라서는 110km 이상이 속도가 요구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제한속도가 교통사고를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논리는 이 차들이 60km 또는 70km가 기준인 지방도로에서는 최고 110km까지 속력을 낼 수 있다는 점에서 맞지가 않다.

"정부에 정책이 있다면 인민은 대책이 있다"는 중국 속담처럼 각종 편법과 불법적 대안에 대한 우려도 제기가 되고 있다. 전문가가 아니어도 비교적 쉽게 ECU 매핑으로 속도제한 장치를 풀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시장에도 왜곡된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7월 기아차 카니발과 현대차 스타렉스, 그리고 쌍용차 코란도 투리스모의 판매가 올 들어 가장 많이 판매됐고 8월에도 계약이 급증을 하고 있다.

월 평균 7000대 수준에 불과했던 승합차 판매가 9000대 수준으로 급증을 했다. 정부가 의도한 사고 감소 효과가 어느 정도가 될지 정확한 감이 잡히지 않는 이유는 승합차 시장이 연간 10만 대도 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 상황에 맞도록 승합차의 속도제한 장치는 제고해 볼 필요가 있다. 학원용 또는 렌터카와 같은 사업용은 몰라도 개인 업무용 또는 가족 단위가 사용하는 승합차는 분류해 속도제한 장치를 적용해야 한다는 얘기다.

현장에서 직접 단속을 하면서 발로 뛰고 교통안전 시설을 확충하고, 불합리한 구조를 개선하고 운전자들의 의식을 바꾸는 것보다 교통사고를 줄이는 확실한 방법이 없다는 것도 정책 입안자들이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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