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유율 급락한 기아차 '예전 같았으면'

  • 입력 2013.06.14 06:11
  • 기자명 김흥식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현대차/기아차 시장 점유율 추이(단위 %, 수입차 및 중소대형 상용차(버스/트럭)포함)

판매 감소보다 시장 점유율 하락이 더 심각

경쟁사 잘 나가가는 'RV' 판매 나 홀로 감소  

디자인 경영 이후 새로운 모멘텀 찾지 못해

기아자동차에서 20년 넘게 근무를 하고 몇 년 전 갑작스럽게 퇴직한 지인을 최근 만났다. 오랜 동안 연락이 없었지만 그는 늘 가까이 있었던 사람처럼 허물없이 그 동안 '백수'로 지내왔던 이야기를 들려줬다.

갑작스러운 퇴직의 이유는 끝까지 함구했지만 그 동안 살아왔던 이야기가 이어졌고 말미에는 자연스럽게 기아차의 요즘 근황이 주제가 됐다.

그는 "기아차가 어렵게 쌓아왔던 시장에서의 위치가 흔들리고 있어 안타깝다"며 "기아차를 상징했던 RV 모델의 부진, 시장 점유율 하락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을 했다. 작금의 상황이 예전 같으면 "몇 사람 목이 날아가고도 남을 일"이라는 말도 했다.

그가 지적한 것처럼 기아차는 최근 심각한 부진에 빠져있다. 겉으로는 줄어들고 있는 내수 시장의 산업 수요 탓에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예상외로 심각한 지표들이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기아차의 부진은 2009년 76.66%에 달했던 현대ㆍ기아차의 시장 점유율 하락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누적 판매량을 기준으로 수입차를 포함한 현대ㆍ기아차의 전체 내수 시장 점유율은 67%에 불과하다.

줄곧 70%대를 유지해왔던 최근 10년 동안 가장 저조한 수치고 작년에 기록했던 69%보다도 낮은 실적이다.

2009년 기록한 74%보다는 무려 7%의 차이가 난다. 점유율 1%의 하락이 주는 의미 그리고 실제 판매 감소의 양도 매우 크다는 점에서 그룹 내에서도 매우 심각한 현상으로 받아 들여지고 있다.

내수 시장 점유율 하락은 기아차의 부진 탓이 크다. 기아차는 수입차를 포함한 내수 시장 점유율이 작년 연 평균 28.82%에서 올해 1월에서 6월에는 평균 27.51%로 급락을 했다.

2011년 29.26%에 달했던 시장 점유율이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속절없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는 내수 시장에서 어느 정도 선전을 하고 있지만 기아차는 예상외로 부진하다"는 지적이다.

이런 부진은 주요 경쟁업체들이 승승장구하고 있는 RV 차종의 경쟁력 약화가 결정적인 원인으로 파악되고 있다.

1월에서 5월까지의 판매 현황을 보면 기아차 RV는 총 4만7664대로 작년 같은 기간 5만974대보다 6.5%나 줄었다. 같은 기간 현대차가 64.4%, 한국지엠이 23,2% 증가한 것과는 다르게 극도의 부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한 때 'RV의 명가'를 자부해왔던 기아차가 이와 같이 부진한 것은 뚜렷한 색깔을 상실한 때문으로 분석이 되고 있다.

라인업을 늘리고 차별화된 개성을 내세워 커지고 있는 아웃도어 시장에 적합한 컨셉으로 대응하고 있는 경쟁사와 달리 잘 나가던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기아차의 부진으로 촉발된 현대차그룹의 약화된 시장 지배력은 고스란히 수입차의 몫이 됐다.

업계에서는 "한 때 디자인 경영을 앞세워 시장에서 새로운 바람을 일으켜왔던 기아차가 최근 이를 이어갈 새로운 모멘텀을 상실한 것 같다"는 지적을 내놓기도 했다.

점유율을 깍아먹고 남들 잘 나가는 RV 시장에서조차 고전을 면치 못하는 기아차의 현 상황을 예전 같았다면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어떤 메스를 가했을지 궁금하다.

저작권자 © 오토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