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트ㆍ푸조ㆍ닛산 등 뱁새가 사는 법, '골목상권'

  • 입력 2013.04.17 10:30
  • 기자명 김흥식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입차 시장의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상위권 업체들의 시장 지배력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는 반면 나머지 업체들의 실적은 이전보다 초라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BMW, 메르세데스 벤츠, 폭스바겐, 아우디, 도요타 등 상위 5개 업체의 수입차 시장 판매 비중은 71.94%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평균 33.74%의 기록적인 성장세다.

반면 롤스로이스 등 고급브랜드를 제외한 일반 브랜드 하위 5개 업체의 성적은 형편없다. 미쓰비시와 시트로엥, 피아트, 푸조, 닛산 5개 업체는 총 1518대를 팔아 같은 기간 판매 비중은 4.33%에 불과했고 성장율은 5.8%에 그쳤다.

수입차 시장이 몇 몇 업체의 독식으로 유지되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 시장 구조가 왜곡될 수 있고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부진한 업체들이 변명할 거리도 많지 않아 보인다. 유럽산 그리고 디젤차가 강세인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푸조와 시트로엥, 피아트도 별반 다를 것이 없기 때문이다.

상품의 완성도와 특성, 라인업 구성 등 이들 업체의 부진에는 여러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는 경영방식'이 가장 큰 원인이다.

자국은 물론, 세계 어느 곳에서도 평범한 대중 브랜드인 이들이 유독 한국 시장에서는 고급 브랜드와 다름없는 경영형태를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딜러를 모아 규격화된 일정 규모의 전시장과 서비스 시설을 갖추도록 요구하고 부품 유통을 독점하고 있는 고급 브랜드와 판매와 애프터 서비스 체계를 대부분 동일한 형태로 고집하고 있다.

시장은 깨어있는 소비자들로 가득하다. 누구도 푸조나 시트로엥, 닛산, 도요타 등을 평범한 수입차 그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전시장은 도심의 비싼 구역에 크고 화려하게 지어지고 있고 애프터 서비스도 독점을 하고 있다. 굶어 죽어도 체면은 버릴 수 없다는 조선시대 양반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수입차=고급차'라는 고릿적 프리미엄이 자신들에게 여전히 통하고 있다는 착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푸조가 대중 브랜드를 선언하고 딜러 요건을 완화해 국산차 대리점 수준 규모의 전시장을 만들고 일반 정비 공장에서 정비를 받을 수 있도록 '골목상권'에 진출한다고 생각을 바꿔보자.

소비자들이 알고 있는 일반적인 수입 브랜드의 눈 높이에 맞는 전략을 통해 고급브랜드와 전혀 다른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 분명하다. 대중과 가까워질수록 성공 가능성은 커지기 마련이다.

지금 부진한 업체들이 수입차라는 자만심, 특권의식을 버리지 않은 한 다시 일어설 기력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면 가랑이가 찢어지는 법, 따라서 잰 걸음을 걷기 위해 수입차라는 특권을 버리면 살아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저작권자 © 오토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