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뉴 K7, 기아차 허릿심 키워 줄 힐링카

  • 입력 2012.12.26 00:05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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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대형 차급의 최대 타깃은 전문직 종사자 또는 나름 사회적 기반이 탄탄한 40대 이상이다. 세상일에 정신을 빼앗기지 않고 판단력이 뛰어난 불혹(不惑)의 나이, 준대형이 여러 차급 가운데 최상의 가치를 요구하는 이유다.

완성차 업체들이 준대형 차급 경쟁에 각별하게 신경을 쓰는 것도 인생의 황금기에 있는 이 40대의 까다로운 입맛에 맞는 상품성을 과시해 허릿심을 기르고 싶기 때문이다.

중·소형 차급 소비층의 로망이 되고 대형 고급차로 연결되는 구심점이자 우리나라 준대형 시장 체질이 유독 강한 탓도 무시 할 수 없다.

그런데도 기아차는 아주 긴 세월 준대형 라인업을 갖추지 못해 왔다. 그만큼 허리가 부실했다는 얘기다.

2009년 11월 출시된 K7은 기아차가 허약한 허릿심을 보강하기 위해 고군분투 끝에 내 놓은 야심작이다. 옥좌를 차지하고 있는 현대차 그랜저, 때 마침 국내 시장을 휘젓기 시작한 수입차들의 대항마이기도 했다.

K7의 시작은 순조로웠다. 같은 해 12월 5644대로 포문을 열었고 2010년 한 해 동안 4만2446대나 팔았다. 그러나 여기까지였다. K7은 2011년 2만344대로 줄었고 올해(1월~11월)에는 1만5536대로 급감을 했다. 현대차 그랜저는 올 해에만 8만대가 넘는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그나마 위로가 되는 것은 지난 달 출시된 더 뉴 K7이 11월 한 달 동안 3148대의 깜짝 실적을 거뒀다는 점이다. 현재의 계약 실적을 감안하면 12월, 4000대 달성도 무난해 보인다.

더 뉴 K7이 올 한해 실적을 정리하는 적절한 타이밍에 등장하면서 다소 부진했던 기아차의 허릿심을 견고하게 만드는 힐링카로 부상한 것이다.

 

다부진 골격, 성공적인 메이크업

기아차는 더 뉴 K7의 론칭 홍보에 많은 아쉬움을 나타냈다. 외관과 인테리어, 사양의 대폭적인 변경에도 페이스리프트, 즉 신차가 아닌 부분 변경 모델로 소개하는 아쉬움이었다.

그런 아쉬움답게 더 뉴 K7에는 신차급의 많은 변화가 있다. 대개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램프류를 바꿔 달거나 화장을 조금 진하게 한 것 정도로 생색을 내고 있지만 더 뉴 K7은 외관에서 신차급 변화를 모색했다.

라디에이터 그릴 주변의 형상을 기아차 플래그십인 K9과 흡사하게 변경했고 범퍼 하부의 인테이크에도 변화를 줬다.

덕분에 더 뉴 K7의 전면부는 과감하게 반영된 보닛의 캐릭터 라인과 어울려 이전과 전혀 다른 이미지를 연출한다. K9에 익숙해져 있다면 더 뉴 K7은 이전보다 고급스러운 이미지가 더 강하게 느껴진다.

기존 모델보다 50mm 늘어난 전장은 측면의 실루엣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요소다. 4970mm나 되는 전장은 그랜저(4910mm), 렉서스 ES350(4900mm)보다 길다. 2845mm나 되는 축간거리도 그랜저와는 같지만 렉서스(2820mm)보다 여유가 있다.

넉넉한 전장과 축간거리는 겉으로 보이는 위압감과 함께 실내 공간의 여유에도 유리하게 작용을 한다.

여기에다 스포티함을 살리기 위해 사이드 캐릭터 라인의 위치를 좀 더 높게 배치하고 쿠페 타입의 루프라인을 적용한 것도 눈여겨 볼 점이다. 리어 램프와 범퍼, 듀얼 머플러, 트렁크 리드 등 후면부를 구성하는 디자인도 대부분 모양을 바꿨다.

하지만 후면부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늘 있어 왔던 뭘 닮았다는 평가도 있고 이전보다 중후함이 덜하다는, 그래서 칼을 대지 말았어야 한다는 평가들이다.

 

신차급 인테리어 변신, 운전의 재미 극대화

시승차는 더 뉴 K7 3.3 GDI 노블레스, 화려한 사양들이 적용된 최고급 트림이다. 기아차는 더 뉴 K7의 실내 인테리어를 새 차급의 파격적인 사양 변경과 추가를 시도했다. 기본적인 형태는 기존 모델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깔끔하게 재배치된 오디오와 공조시스템 버튼과 패널, 이전보다 간결해진 센터페시아에 멋스러운 아날로그 시계를 배치하면서 기아차가 천박스러운 겹겹의 치장을 버리고 기품이 뭔지를 제대로 깨달아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최고급 나파 가죽 시트의 뛰어난 촉감, 흰색 조명의 7인치 컬러 디지털 클러스터의 세련된 그래픽 비주얼은 수입 고급 세단보다 한 수 위다.

K9에 먼저 적용됐던 첨단 인텔리전트 시스템 유보(UVO), 차량 주변 상황을 위에서 내려 보는 듯한 영상을 제공하는 어라운드 뷰 모니터링, 차선이탈 경보 시스템, 후측방경보 시스템 등의 첨단 안전 및 편의 사양도 대거 적용이 돼 있다.

더 뉴 K7에 적용된 사양 가운데 가장 유용한 시스템은 후측방 경보 시스템과 어드밴스드 크루즈 컨트롤이다.

더 뉴 K7의 후측방 경보 시스템은 아웃사이드 미러와 따로 배치돼 정보를 알려주는 다른 장치와 달리 바깥쪽 거울에 직접 표시되기 때문에 인지성이 더 뛰어났다.

어드밴스드 크루즈 컨트롤은 설정된 속도로 일정하게 주행을 하다가 앞 차와의 간격이 좁혀지면 속도를 줄이고 멀어지면 높이는 기능이 포함돼 있다.

브레이크만 밟지 않는다면 알아서 앞 차와의 간격을 감지해 속도를 조절하기 때문에 단순 기능의 크루즈 시스템에 비해 안전하고 편한 운전이 가능하다.

후석에서는 암 레스트를 통해 오디오와 공조 장치를 조절할 수 있는 편의 기능과 함께 스키 스루도 적용이 됐다. 트렁크 용량은 451리터다.

 

수준급 NVH, 294마력의 효율적이고 무난한 성능 

더 뉴 K7 3.3 GDI 노블레스는 294마력(6400rpm)의 최고출력과 35.3kg·m(5200rpm) 최대토크에 신 연비 기준 시내 8.4km/ℓ, 고속도로 13.1km/ℓ, 복합 10km/ℓ의 제원을 갖고 있다.

배기량이 더 높은 수입 경쟁 모델보다 출력과 토크, 그리고 연비도 우세하다. 기본기가 탄탄한 만큼, 달리는 힘에서는 여유가 넘친다.

액셀러레이터의 호쾌하고 신속한 반응과 어울려 어떤 차와의 웬만한 경쟁에서 절대 뒤쳐지지 않을 정도의 뛰어난 가속 능력도 갖추고 있다.

출력과 토크의 정점이 5000rpm이상에도 발휘된다는 점은 아쉽다. 실용 영역대를 초과하는 타이밍에서 발휘되는 출력과 토크의 정점은 실용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 밖의 핸들링 반응, 커브를 통과하는 능력과 직진 안정성도 높은 수준에서 발휘된다. 더 뉴 K7의 또 다른 변화는 정숙성이다. 유달리 부드러운 승차감을 원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니즈가 국산차의 NVH를 렉서스 수준까지 끌어 올리는데 공헌을 한 결과다.

전륜 맥퍼슨, 후륜 멀티링크 타입 서스펜션의 무르기도 적당하다. 전자제어 서스펜션 모드를 스포츠(Sport)로 선택하면 보다 역동적인 성능을 즐길 수도 있다.

앞에서 언급했지만 더 뉴 K7은 '기아차의 허릿심을 강화하기 위한 역사적 사명"을 띠고 태어난 차다.

그런 기대에 부응하듯,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그런 기대를 갖고 있는 더 뉴 K7이 자기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갖고 있다. 더 뉴 K7의 가격은 2935만원(2.4 GDI 기본형)에서 4220만원(3.3 GDI 노블레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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