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롱 테크] 오토카, 비히클 의미는 같은데? 우리말은 '자동차' 하나로 끝

  • 입력 2023.10.10 08:25
  • 수정 2023.10.10 12:30
  • 기자명 김아롱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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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헤럴드=김아롱 칼럼니스트] 매년 10월 9일은 한글날로, 세종대왕이 만든 훈민정음의 반포를 기념해 우리나라 고유 문자인 한글의 독창성과 과학성을 국내외에 널리 알리고 범국민적인 한글사랑의 의식을 높이기 위한 날입니다.

해마다 한글날의 다가오면 어렵고 이해하기 힘든 외래어가 대부분인 자동차용어를 좀더 이해하기 쉬운 한글로 표현할 수 있는 국어순화용어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는데요, 자동차라는 단어 자체부터가 태생이 외국이다보니 우리말로 순화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자동차가 유럽에서 시작되다보니 독일어나 불어, 영어식 표현일 수밖에 없기에 이것을 우리말로 표현할 수 있는 마땅한 어원을 찾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한 때 많은 자동차용어들을 우리식으로 표현하는 단어들이 사용되기도 했지만 대부분 일본식 표현이 많았었습니다. 

고종황제 시절인 1900년대 초반 우리나라에 처음 자동차가 들어온 이후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자동차가 보급되다보니 대부분의 용어가 유럽을 거쳐 미국으로 그리고 일본을 거쳐 국내에 들어왔기 때문에 어원 자체가 변질될 수밖에 없었지요. 

그러나 최근에는 기술이 발달하면서 해마다 수많은 자동차 관련 신조어가 등장하고 있는데다 긴 단어들을 줄여 사용하는 축약된 단어들이 사용됨에 따라 영어식 표현 자체를 그대로 사용하는 추세입니다. 마땅히 우리말로 번역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애매한 번역보다는 어정쩡한 번역보다는 어원 그대로의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용어 자체를 이해하기 도움이 때문입니다. 

대표적으로 자동차(自動車)라는 단어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자동차는 차(車) 또는 차량(車輛)이라고도 표현합니다. ‘수레’를 의미하는 한자인 수레 ‘車’ 와 수레를 세는 단위인 수레 ‘輛’을 의미합니다.

‘차량’이라는 단어는 한때 열차의 객차를 의미하는 용어로도 사용되면서 자동차를 표현하는 일본식 표현으로도 알려졌지만 도로나 선로(철로) 위를 다니는 모든 종류의 차의 의미하며, 자동차의 복수의 개념으로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영어로 치자면 비히클(Vehicle)의 의미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지요.

영화 카(Cars)
영화 카(Cars)

우리나라에서는 자동차(自動車)라는 단어가 대표명사로 자리잡고 있지만 외국에서는 같은 의미지만 시대에 따라 사용목적이나 범위, 지역에 따라 여러 가지 단어가 사용되고 있습니다. ‘카(Car)’라는 말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지요. 흔히 자동차를 의미하는 카는 물건을 운반하는 의미의 ‘Carry’에서 시작된 말로, 일상생활은 물론 자동차업계에서 대표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용어이기도 합니다.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카’라는 말보다 ‘오토(Auto)’ 또는 ‘오토모빌(Automobile)’, 모터카(Motor Car)’라는 단어가 주로 사용됐습니다. 스스로 움직이는 것을 의미하는 ‘오토매틱(Automatic)’의 줄임말인 오토(Auto)는 미국식 표현으로 4바퀴와 엔진(내연기관) 또는 모터를 탑재한 승용차와 같은 이동수단을 의미합니다. 4행정(흡입-압축-폭발-배기행정으로 흔히 오토사이클이라고도 합니다)의 내연기관을 독일식 표현으로 오토엔진이라고 부르기도 했지요.

이외에도 ‘이동가능한’이라는 의미의 형용사인 ‘모빌(Mobile)’과 개인 및 대중교통수단을 의미하는 ‘모빌리티(Mobility)’라는 단어도 자동차의 의미로 사용되고 있기도 합니다. 특히 ‘모빌리티’는 전동킥보드처럼 개인이동수단(Personal Mobility)의 등장과 카셰어링(Car Sharing)과 같은 공유차량, 자율주행차 등이 화두로 떠오르며 기존 자동차를 대체하는 새로운 용어로 떠오르고 있는 추세입니다.

지금은 ‘오토’ 또는 ‘오토모빌’보다는 ‘카’가 더 자주 사용되고 있지만 이보다 훨씬 오래된 단어인 ‘비히클(Vehicle)’이라는 용어가 자동차업계에서 여전히 자동차를 대표하는 단어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자동차와 관련된 법률이나 규정, 기술적인 문서에는 ‘카’보다 여전히 비히클이 자동차의 대표명사로 활용되고 있는데요, 

‘비히클(Vehicle)’은 라틴어인 ‘Vehiculum’과 불어식 표현인 ‘véhicule’에서 유래한 것으로, 수레바퀴는 물론 건설기계나 탱크, 장갑차 등에 쓰이는 무한궤도(Caterpillar) 등을 갖춘 육상 이동수단은 물론, 배와 같은 해상 운송수단, 항공기 및 우주선까지 포함하는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모든 이동수단을 어우르는 함축적인 용어라 할 수 있습니다.   

자전거부터 오토바이, 승용차, 버스, 트럭, 기차, 배, 비행기는 물론 최근 등장한 전동킥보드에 이르기까지 한 마디로 우리가 타고 다닐 수 있는 모든 이동수단이라고 할 수 있지요.  그렇다면 자동차의 원조격인 유럽출신의 여러 수입차 브랜드 대표들은 자동차를 의미하는 ‘카(car)’와 ‘비히클(Vehicle)’이라는 용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요?

영화 더 카 로드 투 리벤지 (The Car: Road to Revenge)
영화 더 카 로드 투 리벤지 (The Car: Road to Revenge)

한 수입차 브랜드 대표는 “비히클은 가장 포괄적인 이동수단을 의미하는 단어임에는 틀림없다. 비히클은 과거 마차시대인 로마시대 때부터 사용돼 온 단어라 어렸을 때부터 흔히 들어왔고 사용해 온 말이라 깊게 생각해 보진 않았다”면서도 “비이클이란 말이 여전히 사용되고 있지만 최근에는 ‘카(Car)’라는 용어를 더 많이 사용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또 다른 대표는 “‘비이클’이 여전히 많이 사용되고 있지만 요즘은 ‘모빌리티’라는 새로운 용어도 생겨나는 등 자동차라는 이동수단의 의미가 변화하고 있는 추세”라고 귀띔합니다.

또 어떤 대표는 “‘비이클’은 태초부터 사용된 용어인데다 포괄적인 이동수단을 의미하는 단어이기 때문에 아직까지 기본적인 이동수단을 의미할 때 사용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스포츠카를 스포츠 비히클이라 하지 않은 것처럼 사용목적에 따라서는 ‘카’라는 단어가 사용된다. 하지만 전기차와 같은 새로운 형태의 이동수단을 의미할 때는 ‘Electric Car’보다는 ‘Electric Vehicle’이 더 적절한 것 같다‘고 말합니다.

어떤 대표는 되려 저에게 “카(Car)와 비히클(Vehicle)처럼 차(이동수단)를 의미하는 한국어로 자동차 외에 무엇이 있냐?”는 물었지만 딱히 ‘자동차’라는 말 이외엔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자동차라는 이동수단을 문맥이나 지역, 사용목적에 따라 여러 가지 용어로 구분해서 사용하는 외래어와 달리 ‘자동차’라는 하나의 단어로 통일해서 부를 수 있는 한글이 참 좋은 것 같습니다. 더 많은 자동차용어를 참신한 우리말로 부를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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