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성의 날, 포드가 공개한 발칙하고 끔찍한 차 '익스플로러 남성 전용 에디션'

  • 입력 2023.03.09 12:30
  • 기자명 김흥식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국 여성 노동자 수 십만 명이 노동시간과 환경 개선, 참정권 등을 요구하며 1908년 대규모 시위를 벌인 것을 기념, 1975년 유엔은 매년 3월 8일을 '여성의 날'로 정했다. 여성의 날을 우리나라가 법정 기념일로 정한 때는 2018년이다. 선진국에서 여성의 날은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이날을 공휴일로 정한 국가도 일부 있으며 유럽 등에서는 공식 행사를 갖기도 한다. 가정에서도 남편과 아이들이 아내이자 엄마인 여성에 빵과 장미를 선물하기도 한다. 여성에 대한 각별한 관심이 쏠리는 날, 세계 최대 자동차 메이커 가운데 하나인 미국 포드가 인기 모델인 익스플로러의 '남성 전용 에디션(Men's Only Edition)'을 현지 시각으로 8일 전격 공개했다.

'더 익스플로러 남성 에디션'은 블랙으로 외관에 강인한 이미지를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익스플로러 남성 에디션에는 반드시 있어야 할 부품들이 대거 빠져 있다. 앞유리 와이퍼, 냉난방 히터, 방향 지시등, 리어뷰 미러, GPS를 활용한 내비게이션 등 운전에 필요한 장비를 대거 들어내 몸집을 가볍게 했다.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단 하나만 빠져도 일반 도로 운전이 불가능한 필수 장치들이다. 그런데 왜 하필 포드는 감히 여성의 날에 비난 받을 것이 뻔한데, 안전 운전에 필요한 필수 장비들을 걷어내고 남성만을 위한 에디션이라며 공개했을까?

포드는 자동차 운전에 반드시 필요한 이런 장치들을 여성들이 발명했다는 점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익스플로러 남성 에디션'을 소개했다. 잘 알려진 것처럼 자동차의 앞유리 와이퍼는 미국 여성 메리 앤더슨(Mary Anderson)이 1903년 최초로 발명해 오늘 날로 이어졌다. 

차량용 히터를 개발한 것도 미국 여성 마가렛 윌콕스(Margaret Wilcox)다. 그녀는 엔진에서 발생하는 열을 파이프를 통해 실내로 연결하는 아이디어로 1893년 특허를 취득했다. 그녀가 발명한 '차량용 난방 시스템’을 시작으로 계절과 기온에 상관없이 운전을 즐길 수 있게 됐다. 히터가 차량에 적용되기 이전, 해마다 겨울이면 달리는 자동차에서 동상에 걸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유명한 여배우이자 발명가인 플로렌스 로렌스(Florence Lawrence)가 없었다면 방향 지시등이 없는 익스플로러를 운전하며 손을 내밀어 수신호로 다른 차량에 진행 방향을 알려야 했을지도 모른다. 로렌스가 1914년 발명한 기계식 방향지시등과 제동등은 처음에는 깃발이 전개되고 튀어 올라오는 방식에서 이후 전자식으로 진화했다. 그 사이 천문학적 교통사고를 막아냈을 것이다. 

자동차가 처음 등장했을 때는 앞 만 보고 달리는 것이 교통안전의 기본 상식이었다. 하지만 도로가 만들어지고 차량이 늘면서 좌우, 후방 등 주변 차량을 살피는 것이 중요해졌다. 리어뷰 미러의 개념을 처음 만든 사람도 여성이다. 영국 최초의 여성 레이서였던 도로시 레빗(Dorothy Levitt)이 뒤쪽 상황을 보기 위해 손거울을 사용하면서 개념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자동차 경주에서 리어뷰 미러를 장착한 레이서가 우승을 차지하면서 일반차들도 적용하기 시작했다.

포드 익스플로러 남성 에디션은 이렇게 100년 이상의 산업 역사에서 여성의 아이디어와 역할, 기여가 아니었다면 오늘날 자동차는 없었을 것이라는 점을 역설적으로 알리려는 캠페인이다. 포드 익스플로러 남성 전용 에디션이 도로에 나올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저작권자 © 오토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