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것에 흔들리지 않을 나이, 서른 살 기아 스포티지 "토레스도 잘 돼야죠"

  • 입력 2022.09.01 11:39
  • 수정 2022.09.01 12:12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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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스포티지 1세대(왼쪽 끝)부터 5세대까지

쌍용차 토레스 반응이 뜨겁다. 쏘렌토를 잡았다, 스포티지를 위협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세그먼트 포지션이 절묘한 탓에 경쟁사 중형, 준중형 SUV 모두 신경을 쓰는 눈치다. 정작 SUV 시장 장악력이 가장 큰 기아는 별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9월 특별한 프로모션 계획이 없는지 물었는데 "할 이유가 없다"라고 짧게 답했다. 토레스 사전 계약 물량이 5만 대를 넘어 6만 대까지 갔는데, 분명 간섭을 받을 것 같은데 대응할 필요가 없단다.

요즘 말로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 아닌가? 기아가 토레스에 반응하지 않는 이유는 매월 계약 추세에 특별한 변화가 없어서다. 실제 스포티지는 작년 8월 5세대 출시 이후 지금까지 1년 넘게 월 계약 1만 대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이례적으로 장기간 이어지는 신차 효과다. 토레스 출시 이후도 이 추세가 이어져 현재 스포티지 미출 물량은 8만 대에 달한다. 토레스 간섭이 전혀 없었다고 보는 근거다. 그래서 "토레스도 잘 돼야죠"라는 여유로 이어진 듯하다.

내친김에 스포티지가 국내 최장수 SUV로 최장기 인기를 누리고 있는 비결을 짚어봤다. 1993년 세계 최초의 도심형 콤팩트 SUV로 출발해 올해로 서른 살이 된 스포티지는 적절한 시기 트랜드에 맞는 디자인 변경과 아낌없는 첨단 편의 및 안전 사양 적용, 그리고 상품성을 알리는 진정성 있는 마케팅 전략으로 1세대부터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기 시작했다. 참고로 세계 최초로 무릎 에어백을 적용한 차, 기아가 국내 최초로 사륜구동을 독자 개발해 적용한 차가 바로 스포티지다.

2000년 파리-다카르 랠리 완주로 글로벌 시장에서 내구성을 과시한 스포티지

1세대를 최초라는 수식어에 의미를 둔다면 2세대 스포티지(2004년)는 성능에 초점을 맞췄다. 프레임 보디를 모노코크 보디로 바꿔 승차감을 도심형으로 바꾸면서 2005년 제이디파워(J.D.POWER) 초기품질조사(APEAL) 소형 SUV 1위, NHTSA(미국 교통안전국) 2007년형 충돌 테스트 만점을 기록하면서 북미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스포티지 R로 잘 알려진 3세대의 하이라이트는 '디자인'이다. 기아 디자인을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린 피터 슈라이어(Peter Schreye)의 손길이 닿기 시작하면서 진보적이고 도시적으로 변화하기 시작한 스포티지는 타이거 노즈로 대표되는 패밀리 룩이 더해지면서 iF 디자인, 굿 디자인, 레드닷 등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를 석권하는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기도 했다.

2015년 등장한 4세대 스포티지는 이전 세대가 축적한 가치를 성과로 보여준 모델이다. 2016년 기아 단일 모델로는 처음 해외 시장 연간 판매량이 5만 대를 돌파했고 2021년 5월 기준 누적 판매량 600만 대를 기록했다. 기아에 따르면 특히 4세대는 주행 성능에 완벽함을 도모하기 위해 300대 이상의 선행 차량을 제작해 총 100만km에 달하는 주행 테스트를 했다. 양산전 성능 테스트를 위해 제작하는 선행 차는 많아야 수 십 대를 제작하는 것이 보통이다. 기아가 4세대 스포티지에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다.

기아 5세대 스포티지
기아 5세대 스포티지

경쟁사가 신차를 내놨는데도 전혀 식지 않는 5세대 스포티지의 인기 비결은 비교할 수 없는 파워트레인 라인업이다. 토레스가 1.5 가솔린 단일 트림인 데 비해 스포티지는 1.6 터보 가솔린과 하이브리드, 2.0 디젤과 LPi로 국내 SUV 가운데 유일하게 모든 파워트레인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더 주목되는 것은 최근 비중 감소세가 뚜렷한 디젤을 뺀 나머지 파워트레인 모두 고른 선택 비중을 보인다는 점이다.

기아에 따르면 하이브리드 비중이 40%대로 가장 많고 가솔린이 31%대, LPi도 23%대를 기록하고 있다. 디자인과 공간, 첨단 사양이 월등한 것도 있겠지만 경제성과 성능에서 각각의 장점이 뚜렷한 파워트레인의 다양성으로 선택의 폭을 자유롭게 한 것을 흔들리지 않는 스포티지의 인기 비결로 꼽는다.

한편 스포티지는 이제 자기 신조가 확고해 사소한 것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이립(而立)의 나이에 들어섰다. 기아 관계자는 "스포티지는 기아 역사, 국내 SUV의 역사"라며 "오랜 시간 많은 사랑을 받아 온 만큼 자만하기보다 시장과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데 더 큰 노력을 하겠다"라고 말했다. 스포티지는 지난 7월 누계 기준 글로벌 650만 대 판매를 돌파했다. 물론 국내 준중형 SUV 경쟁에서도 스포티지는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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