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기관차와 비슷한 가격, 뿌리치기 힘든 '중국산 전기버스'의 유혹
내연기관차와 비슷한 가격, 뿌리치기 힘든 '중국산 전기버스'의 유혹
  • 김흥식 기자
  • 승인 2022.08.09 1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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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말고는 에디슨 스마트 드물게 보이는 우진 아폴로가 전부였던 도로에 낯선 앰블럼을 단 버스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중국산 전기버스다. 상반기 전기버스 점유율이 50%에 이를 정도로 판매량이 급증해 황해 E-스카이, 하이거 하이퍼스와 같은 중국 브랜드가 눈에 보이는 일이 많아졌다. 

중국 전기버스가 많아진 건, 국산차 대비 수천만 원 저렴한 가격 경쟁력 덕분이다. 대부분 2억 원대 초반에 들여와 최대 7000만 원에 달하는 정부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경쟁적으로 전기버스를 늘리는 지자체 보조금을 더하면 내연기관차와 비슷한 수준으로 가격이 낮아진다. 1대당 가격이 3억 원대 후반인 국산 전기버스가 경쟁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그동안 버스 시장을 사실상 독점해왔던 현대차가 다급해지면서 중국산 전기버스의 품질을 깎아내리거나 사후 서비스, 국민 세금 낭비 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자주 나오고 있다. 국내산과 비교해 전비가 떨어진다는 것도 시험을 통해 입증했다. 

반면, 전기 버스를 운행하는 운전자는 "국산 모델을 몰아 본 적은 없지만 가장 중요한 운전석 시트도 안락한 편이고 크게 정비할 일도 없는 것 같다. 무엇보다 승객들 만족도가 높다"라고 말했다. 전비를 갖고 국산 전기버스의 효율성 장점 얘기도 나왔지만 차이가 크지 않다. 

도로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국산 내연기관 버스 가격은 대부분 1억 원이 넘는다. 자동변속기나 몇 개의 옵션을 추가하면 1억 5000만 원대다. 비슷한 가격으로 중국산 전기차를 구매할 수 있는 셈이니 팔리지 않으면 이상한 일이 됐다. 우리 혈세로 중국산 전기버스 가격을 내리면서 버스 사업자를 설득하지 못하는 지경에 왔다.

가리지 않고 보조금을 퍼주다 보니 중국 전기버스를 들여와 파는 곳도 크게 늘었다. 마을버스(중형), 시내버스(대형)로 보조금을 받는 중국 전기버스는 15곳이 넘는다. 국내 기업의 5배나 많은 곳에서 중국산 버스를 수입해 팔면서 적게는 2539만 원, 많게는 7000만 원의 정부 보조금을 받는다.

저가 공세에 밀려 사후 관리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와 특히 안전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따르지 않은 중국산 전기버스에 국민 혈세가 봇물 터지듯 낭비되고 있는데도 정부는 아무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전기차 수요가 급증하면서 자국산 보호에 가장 적극적인 곳이 미국이다. 미 상원은 최근, 전기차 1대당 최대 7500달러(약 980만 원)를 지원하기로 하면서 생산지 제한 조건을 달았다. 배터리까지 미국에서 생산한 전기차만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중국 배터리를 콕 짚기도 했다. 이렇게 되면 세계 1위 중국 CATL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는 미국 시장을 포기해야 한다.

자국 생산 조건을 달아 우리 배터리 기업도 현지 공장 투자를 늘려야 한다. 중국도 앞서 미국과 비슷한 방법으로 전기차 구매를 지원했다. 자국 배터리 산업의 해외 진출을 위해 다소 완화했지만 수입 전기차를 차별 지원하고 있다. 중국에서 팔리는 전기차 10대 가운데 8대가 자국산인 비결이기도 하다.

반면 우리나라는 아무런 규제도 차별도 하지 않는다. 이러다 보니 상용 전기차에 이어 소형 화물, 소형 승합, 이륜차 그리고 건설장비와 승용 시장까지 무차별적으로 중국산 전기차가 들어오고 있다. 심지어 중국 배터리를 탑재한 국산 전기차도 등장했다. 기아가 중국산 CATL 배터리를 니로 EV에 쓰기 시작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테슬라, 메르세데스 벤츠와 같은 수입 전기차도 중국산 배터리를 쓴다. 전문가들은 조만간 전기차 시장 전 범위에서 중국산 점유율이 급상승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업계는 전기버스 생산 단계에서부터 정부가 지원을 통해 원가와 공급 가격을 낮추고 수소차를 우선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 한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중국산 전기버스에 시장은 시장대로 점령당하고 그 비용을 우리 혈세로 부담하는 꼴이 됐다"라며 "FTA 협정국으로 차별화된 보조금 지급이 문제가 될 수 있는 한계가 있지만 상대적으로 기술적 우위에 있는 수소전기버스 지원을 늘리는 식으로 방법을 찾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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