五感滿足, 인피니티의 가타나 'M30d'

  • 입력 2012.08.27 08:54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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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산 디젤 모델이 고급 세단 시장까지 점령했다. 고급 수입차 소비자들이 그깟 연비 하나 보고 승차감을 포기한다? 렉서스며 인피니티 같은 일본을 대표하는 럭셔리 브랜드들은 그렇게 생각했다.

국제 원유 값이 상승, 세계 경제의 침체로 이런 예상은 빗나갔다. 디젤 차량 비중이 컸던 유럽은 물론, 엄청난 배기량의 트럭(SUV)에도 휘발유를 펑펑 써댔던 미국, 그리고 중국 이제 한국 시장에서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도요타는 하이브리드 카로 독일산 디젤 모델에 대항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닛산의 사정, 인피니티의 형편은 그렇지 못했다. 리프와 같은 전기차는 비싼 가격, 대중화는 고사하고 승차감과 경제성이 비약적으로 향상된 독일산 디젤모델과 경쟁하기에는 힘이 부쳤다.

닛산이 절치부심 끝에 빼어든 가타나(일본도)는 디젤차다. 그것도 고급 브랜드인 인피니티의 핵심이자 주력모델인 M 시리즈에 일본산 세단 최초로 디젤엔진을 올렸다.

해외에서의 반응은 아직 시큰둥하다. 유럽이야 원래 디젤엔진에 우호적, 그래서인지 호평이 적지 않지만 주목할 만한 판매 성과로 연결되지는 않고 있다.

지난 24일, 한국닛산의 인피니티 브랜드는 M30d를 인천 영종도 일대에서 국내 자동차 전문기자들에게 처음 공개했다.

켄지 나이토 한국닛산 사장은 이날 "연료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성능을 포기하지 않았고 성능을 높이기 위해 경제성을 낮추지 않은 절대우의의 가치를 지난 모델"이라고 M30d를 추켜세웠다.

기대가 크고 그래야만 한다는 절실함이 묻어있는 자신감, 과연 M30d가 절대 우위의 가치로 일본산 고급 브랜드의 영예를 찾고 존재감을 알리고 독일 경쟁브랜드의 허리를 단박에 베어버릴 가타나가 될 수 있을까.

 

다이내믹 아테야카, 자연을 담아낸 혼(魂)=도요타 렉서스의 성공에 고무돼 1989년 미국 시장에서 처음 소개된 닛산의 '인피니티' 브랜드의 디자인 모티브는 '자연'과 '전통'이다. 사막의 모래, 바다의 파도, 일본 전통 복식, 그렇게 우리에게 익숙한 요소들을 담아낸 인피니티의 디자인은 덕분에 일반적이지 않다.

불쑥 튀어나온 후드, 간결하고 잘 정돈된 라디에이터그릴, 날카롭고 신경질적인 헤드램프, 전면에서 후면까지 이어질 듯 끓이듯 때때로 강하고 부드럽게 연결된 측면의 라인까지 이 모두가 자연에서 얻은 영감으로 완성됐다.

때문에 인피니티 모델은 대부분 차별점이 뚜렷하고 더 없이 유려한 미적감감을 과시한다. 몇 개의 요소는 주목해야 할 가치가 있다. 길고 낮은 전면 후드의 짧은 오버행, 수준 높은 에어로 다이내믹 디자인으로 동급 최고 수준의 공기저항계수(0.27Cd)를 실현했다. 그만큼 동력 손실이 적고 그만큼 연료효율성이 좋을 수밖에 없다.

곡선형 보디, 엣지 타입의 트렁크 디자인은 타쿠미(일본 장인)들이 최신 스탬핑 공법으로 완성해낸 걸작들이다. 모두 고속 주행 시 다운포스 증가, 차체 안정성에 도움을 준다.

 

워즈오토 '올해의 인테리어' 수상. '오감만족'=M30d의 인테리어는 가솔린 모델과 동일하다. 간결하고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는 간결하지만 단순하지 않은 특징을 갖고 있다.

도어, 대시보드에 사용된 플라스틱의 재질과 시트의 커버, 우드 트림에 이르기까지 일반적이지 않다.

대시보드 등에 사용된 플라스틱 소재는 가죽에 가까운 부드러운 촉감을 느끼게 한다. 인테리어의 화려함을 돋보이게 하는 우드트림은 6개의 각각의 패널을 겹겹이 붙여 최상의 색감이 나오도록 옻칠과 동일한 기법으로 제작됐다.

공조, 오디오, 그리고 주행 중 필요한 여러 기능을 조작하는 버튼류의 배치도 세심하다. 인피니티에 따르면 시속 200km의 빠른 운전 상황에서도 스티어링 휠에서 20cm 이내에 각종 컨트롤 버튼을 배치했다고 한다.

운전자의 시야와 90도가 되도록 설계된 파인비전 계기판, 자연풍에 가까운 바람을 실내에 공급하는 프레스토 에어시스템, 그래서 시각과 촉감, 청각과 후각 여기에 동급 최대의 휠베이스(1900mm)의 공간감까지 오감(五感)을 만족시켜주고 있다.

아쉬운 점도 있다. 내비게이션의 조작이 쉽지 않고 지나치게 안락함에 초점을 맞춘 시트의 무르기도 좀 더 단단해도 좋을 듯싶다.

예리함이 부족한 '가타나', 무난한 성능=일본도 카타나의 특징은 예리한 칼날. M30d가 독일 경쟁모델에 대항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본기다. 세단, 더욱이 스포츠 쿠페의 날렵함을 디젤모델이 발휘하려면 치고 달리는 능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BMW의 520d, 하다못해 폭스바겐의 디젤 모델들도 가솔린 못지 않은 주행능력 덕분에 저 영화를 누리고 있지 않은가.

영종도의 한가한 도로, 저속과 중속 그리고 고속 주행을 적절하게 섞어가며 달릴 수 있도록 인피니티가 애써 잡아 놓은 코스에서 M30d는 평범하고 무난했다. 평범하고 무난했다? 부족하다는, 독일산 디젤 엔진에 맞대응하려면 뭔가 아쉽다는 얘기다.

정지 상태에서 액셀러레이터를 끝까지 밟아도 M30d의 출발은 매번 한 박자가 늦었고 RPM의 정점도 4000 부근에 머물고 만다. 지나치게 무난한 성능을 빼면 코너링, 제동 따위는 만족스러운 편이다.

압권은 정숙함이다. N. V. H에 많은 신경을 썼다는 인피니티의 설명대로 정지 상태의 아이들링, 중저속에서의 풍절음은 고급 가솔린 세단과 맞먹을 정도로 정숙하다.

종합적 평가, M30d는 탁월하지는 않지만 인피니티의 명성에 큰 흠이 갈 정도의 약점을 잡기는 쉽지 않다. 지적했던 주행 능력도 디젤엔진에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고 있는 독일산 모델들과 비교했을 때의 평가다. 그리고 그리 큰 편차는 아니다.

M30d는 올 뉴 인피니티 FX30d에 이어 인피니티가 국내 시장에 내 놓은 두 번째 디젤모델. 감히 인피니티의 대중화에 방점을 찍고 독일 디젤 엔진에 맞대응을 하기 위한 전략 모델이다. 하지만 가타나의 예리함은 찾아보기 힘들다. BMW를 베기 위해서는 아직 칼날이 무디다.

한편 인피니티 M30d는 27일 공식 출시돼 이날부터 판매를 시작하며 국내 판매 가격은 637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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