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안전해야 할 장애인 車, 서스펜션 절단하는 아찔한 구조변경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대림대 교수

  • 입력 2020.07.12 08:59
  • 수정 2020.07.13 08:37
  • 기자명 김필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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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가 모든 일상을 언택트 방식으로 바꾸면서 이동 방법에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자가용이 늘고 있지만 마스크를 쓰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사람은 매일 전쟁 같은 '이동'을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누구도 관심을 갖고 있지 않은 장애인 이동권은 점차 더 소외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음)

코로나 19 이전에도 장애인 이동권은 심각한 문제였다. 정부, 국회, 비장애인 모두 코로나 19에 집중하면서 장애인 이동권은 더 먼 남의 얘기가 됐고 그들의 목소리에 아무도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 장애인 관련 정책을 추진하는 보건복지부는 K 방역으로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가 장애인에게 보이는 관심은 그 정도가 민망할 정도다.

현 상황에서 보건복지부 역할이 중요한 만큼 다른 사안 챙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조금만 관심을 둔다면 일석 삼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이 바로 장애인 차다. 장애인 이동권은 그들 삶에 있어 가장 중요한 문제이지만 장애인 택시를 호출하거나 휠체어를 싣거나 운전을 할 수 있도록 구조를 변경한 자차가 유일한 수단이다. 

그러나 장애인 택시는 워낙 대수가 적어 이용하기가 하늘에 있는 별 따기 못지않게 어렵고 자차는 개조에 큰 비용이 들어 이 역시 부담스러운 것이 현실이다. 개조 비용이 차량 가격의  몇 배에 달하고 그나마 일부 핵심 장치는 해외에서 직수입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정부가 장애인에게 일률적으로 1500만원의 구조 변경 보조금을 주고 있지만 외국산 부품을 수입해야 하는 경우 별 도움이 되지 않기도 한다. 

버스나 지하철 이용이 가능하도록 많은 부분에서 개선이 이뤄졌지만 휠체어나 보조기구로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고통스러운 일인지는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장애인 대중교통 이용 시설 대부분이 생색이나 내는 전시행정으로 비난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비장애인 눈총까지 감내해야 한다.

이 때문에 장애인이 가장 선호하는 이동 수단은 '장애인 전용차'다. 그런데 이 장애인 차가 최근 심각한 위험에 노출돼 있다. 장애인 차량은 휠체어 같은 보조 기구를 싣는 장치 설치가 가장 중요한 작업인데 구조변경 업체 상당수가 편법이나 위험한 방법을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애인 차량 구조변경은 스타렉스와 카니발 후면 현가장치를 절단하고 휠체어 리프트를 장착하는 작업이 많다. 현가장치는 주행과 곡선 구간 이동 등 안정된 상황을 유지해주는 핵심 안전장치다. 이러한 장치를 임의로 절단하고 활용하는 일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장애인 차에 대한 확실한 안전기준, 구조변경 지침이 없어 벌어지는 일이다. 현재의 장애인 차 관련 구조변경에 심각한 결격사유가 있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이러한 구조변경 대부분이 불법으로 진행되고 있고 따라서 장애인 안전도 위협을 받고 있다. 제대로 된 구조변경 기업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곳이 단 한 곳이라도 있어서는 안 된다. 또 하나 기아차가 4세대 카니발을 개발하면서 장애인용 LPG 모델을 내놓지 않는 것도 아쉽다. 대기업이 마땅히 해야 할 사회적 약자를 위한 배려 측면에서 LPG 카니발이 서둘러 시장에 나오기를 바란다. 

장애인 삶에 있어 핵심적 역할을 하는 이동권 보장을 위해 보건복지부, 구조변경 부처인 국토교통부, 연구개발 책임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그리고 환경부와 문화체육관광부 등 총체적인 정부 역할과 융합적인 기능이 요구되며, 현대차 그룹과 같은 제조사 모두 사회적 약자에 대한 역할과 배려가 모두 요구된다. 정부 인식, 미흡한 제도와 지원, 제조사의 배려로 장애인 이동권이 확보되기 바란다. 불법 그리고 위험하게 이뤄지는 장애인 차 구조 변경 행위도 점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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