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자동차 루프 박스 아이디어 훔쳐 '내 것' 주장하는 행태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대림대 교수

  • 입력 2019.07.22 05:36
  • 수정 2019.07.22 05:38
  • 기자명 김필수 교수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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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중소기업이 세계적인 강소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이 극히 어렵다. 최저 임금이나 주 52시간 근무제 등 기업 여건이 더욱 어려워졌고 고비용 저생산 구조, 규제일변도의 포지티브 정책, 중소기업의 연구개발 지원 등이 거의 없어서 삼중고를 겪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이러한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해외로 나가는 중소기업도 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중소기업이 어렵게 개발한 아이디어 상품을 불법으로 도용하는 대기업의 횡포가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소송을 제기해도 막대한 자금과 인적 자원을 동원한 대기업에 밀려 모든 것을 잃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창의적 아이디어를 근간으로 경쟁력 높은 상품을 시장에 내놓는 순간 유사 복제품이 판을 치고 시장을 교란하는 행위도 심각하다.

이러한 행위는 중국의 복사품에 이어 국내에서도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으나 이를 제대로 단속하거나 법적인 유권해석도 제대로 하지 못해 심각한 부작용으로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개념의 창의적 아이디어는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넘기 어려운 큰 장벽이라 할 수 있다. 

창의적 아이디어는 어렵게 “無”에서 “有”를 만들어 내지만 “有”에서 “有+α”는 쉽게 구현할 수 있다. 새롭게 신개념의 아이디어를 제품화하는 과정은 어려워도 쉽게 복사하고 유사 제품을 만들기는 쉽다는 뜻이다. 

특허가 있는 것이고 보호를 해주는 이유다. 이를 판정하는 법원의 역할은 큰 비용과 유명 법조인을 활용하여 결정짓는 판정이 아닌 특허에 대한 제대로 된 성찰과 합리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판정해야 한다.석연치 않은 판정이 중소기업의 존망을 결정짓는 다는 측면에서 더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최근 이러한 사례가 또 하나 추가됐다. 중소기업 KH테크는 자동차용 루프박스와 캐리어 등 신개념 아이디어로 성장하고 있는 기업이다. RV 차량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루프박스는 바로 세계적 명품브랜드인 스웨덴의 ‘툴레’가 대표적인 제품이다. 

그러나 이 루프박스 제품은 차량 지붕 위에 큰 틈의 공간이 있어 비효율적이고 디자인적인 측면에서 미려하지 않아 누구나 사용하면서도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KH테크의  “코토( KHOTO)”는 지붕과 밀착되는 새로운 아이디어 제품을 개발해 이러한 한계를 해결한 제품이다.

이 제품은 지붕 밀착형으로 미려하면서도 전체적인 실루엣이 아름다워 국내 시장의 대부분을 단기간에 점유했다. 여기에 친환경 플라스틱 소재를 사용해 인기를 끌었다고 티볼리, 카니발 등 여러 RV 차량에 장착되는 대부분의 재품이기도 하다.

외적인 미려함과 주행 안정성, 경쟁력을 갖춘 가격으로 미국, 일본, 유럽은 물론 중국 등에서 이미 특허를 취득했거나 진행 중일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 제품의 아이디어는 밀착도를 높이기 위해 차량 지붕의 곡률을 반영한 3개의 크로스바와 하판 홈에 완벽하게 밀착시키는 노하우가 핵심 특허다. 해외 명품 기업도 이루지 못한 아이디어다.

그러나 최근 문제가 발생했다. 해당 제품을 납품받아 판매하던 회사가 아이디어를 복사해 3개의 크로스바를 하나로 만들고 형상과 하판 결합구조를 유사하게 만든 복사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최근 소송을 진행 중에 있으나 법원이 이를 단순한 아이디어로 판단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무장한 글로벌 제품을 만들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힘들게 개발한 중소기업 제품을 쉽게 복사해 자신의 아이디어, 또 제품처럼 주장하고 이를 받아들인다면 향후 우리가 꿈꾸는 글로벌 강소기업 육성은 요원해진다.

창의적 아이디어는 완벽하게 보호돼야 하고 이를 제대로 인정하는 몫은 정부와 법원 등 공적 기능에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매우 중요한 사례이며 따라서 법원의 판단 등을 우리가 주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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