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K5, 대한민국 아재의 무난한 선택

  • 입력 2017.05.15 14:52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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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조금 넘게 타고 다녔던 수입 중고차(2005년식)를 최근 팔았다. 전자 계통의 소소한 고장이 잦아지면서 안되는 것들이 많아졌고 유지비 부담이 커졌다. 14만km면 탈만큼 탔다고도 봤다. 고민이 생겼다. 직업상 다양한 차를 경험하면서 눈이 높아진 탓도 있고 나이가 들면서 언젠가는 달라질 경제적 여건도 생각해야 했다.

앞으로 10년을 생각하고 새 차 가격과 등록비, 연비와 보험료 그리고 소모품 비용을 포함한 유지비, 잔존가치까지 따져보고 부담 없이 탈 수 있는 차를 골라야 했다. 이렇게 현실적인 고민을 하게 되면서 국산 중형 세단으로 마음을 굳혔다.

국산 중형 세단 시장은 현대차 쏘나타 기아차 K5, 르노삼성 SM6 그리고 쉐보레 말리부가 경쟁을 벌인다. 각각의 장단점이 뚜렷한 모델들, 그러나 하체가 발군인 쉐보레 말리부는 인테리어 디자인이 취향에서 벗어났고 SM6는 유난히 커 보이는 차체가 부담스러웠다.

남은 것은 쏘나타 뉴 라이즈와 K5, 그런데 플랫폼과 파워트레인 또 섀시 구성품의 상당 부분을 공유하면서도 비슷한 트림의 두 모델 가격 차이가 컸다. 최종적으로 결정한 모델은 K5 프레스티지(기본 가격 2515만 원), 4월 할인 조건이 가장 좋았고 스마트 내비게이션(80만 원) 무상 장착, 하이패스가 달린 룸미러를 옵션으로 선택했는데도 동급 모델 가운데 가장 저렴했다.

 

결국은 '돈'이더라

여러 브랜드, 차종, 차급을 섭렵(?)하며 이런저런 장단점을 비교해 왔지만 정작 자신의 차를 선택해야 하는 순간의 기준은 역시 ‘돈’이었다. 비슷한 사양, 제원, 성능에 큰 차이가 없다면 무난하고 저렴한 차를 선택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이라는 자기변명과 함께.

그렇다고 K5가 저렴한 가치밖에 없다는 것은 아니다. 등록을 하고 2주일 남짓, 1300km가량 주행을 하면서 디자인은 물론 달리는 성능이 현재까지 만족스럽다. K5는 두 개의 얼굴을 갖고 있다. MX는 프런트 그릴하고 헤드램프가 자연스럽게 연결돼 있고 육각형 LED, 3개의 LED로 구성된 안개등이 특징이다.

고민 끝에 결정한 SX는 범퍼의 양 끝단에 날카로운 모양의 에어 덕트가 자리를 잡고 있고 범퍼 아래 인테이크 홀에 크롬 라인이 사용됐다. 여기에 사이드 캐릭터 라인, 킥 업 스타일의 트렁크 리드가 조금은 더 젊은 느낌을 준다고 봤다. 브로셔나 광고에 나오는 듀얼 머플러 등은 트림을 높여야 한다.

프레스티지에도 키를 가지고 차에 접근하면 도어 핸들에 조명이 켜지고 접혀 있던 사이드미러가 펼쳐지는 웰컴 기능과 후면에 서 있으면 자동으로 열리는 스마트 트렁크 도어가 제공된다. 전체적으로 수평이 강조된 외관은 안정적인 느낌을 준다. 그러면서도 도어 프레임 아래에도 크롬이 확대됐으면 또 쏘나타 뉴 라이즈와 같은 여백의 미가 부족한 점이 아쉽다.

 
 

시리야 음악 틀어줘

K5를 선택한 또 하나의 이유는 차분한 실내 인테리어 그리고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이다. 트립컴퓨터에는 연비, 주행 데이터, 간략한 길 안내, 오디오, 그리고 램프와 공조, 도어 시스템을 설정할 수 있는 메뉴로 구성됐다. 센터페시아의 구성은 간결하다.

공조, 오디오 그리고 자주 사용하는 버튼류로 최소화했고 대부분은 스티어링 휠 리모컨 또는 디스플레이의 터치로 작동시킬 수 있다. 애플 아이폰을 연결하면 카플레이에 바로 연결된다. “시리야 음악 틀어줘”, “시리야 누구누구한테 전화 걸어줘” 하면 신통하게 알아듣고 실행한다.

스마트폰을 켜지 않아도 ‘시리’를 붙여 간단한 명령을 하면 정확하게 반응한다. 클러스터는 태코미터와 스피드미터, 그리고 중앙 트립 컴퓨터, 아래쪽에 연료 잔량하고 냉각수가 표시되는 반원형 게이지로 구성됐다. 좀 더 멋스러운 슈퍼비전 클러스터는 상위 트림에 적용된다.

센터 콘솔에는 컴포트, 노멀, 스포츠 등 3개의 드라이브 모드 셀렉트 버튼, 스티어링 휠 열선, 시트 열선 버튼이 자리를 잡고 있다. 기어 레버 앞에 있는 작은 수납공간에는 12V 충전단자가 2개나 있고 AUX, USB 단자가 있어 충전이 필요한 기기 사용에 많은 도움이 됐다.

전동식 조절이 가능한 운전석과 달리 조수석은 수동이다. D 컷 스티어링 휠은 좀 얇아서 잡는 느낌이 평범하고 시트 통풍 기능이나 메모리 시스템, 동승석 파워 시트, 휴대전화 무선 충전시스템 같은 편의 사양은 노블레스급 이상에 기본 적용된다.

공간은 여유롭다. 대시보드와 에어벤트, 센터페시아 등등이 반듯한 수평 구조여서 축간거리가 말리부나 SM6보다 미세한 차이로 작은 2805mm여도 시각적으로 상당히 넓어 보인다. 숄더룸, 헤드룸, 레그룸까지 공간에 대한 불만은 없다. 특히 500ℓ가 넘는 용량의 트렁크는 압권이다.

 

예민해 지는 스포츠 모드

K5 파워트레인은 2.0 가솔린, 1.6 T-GDI, 2.0 T-GDI, 디젤 1.7, 2.0 LPI 그리고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7개로 진용을 갖췄다. 누우 2.0 CVVL 엔진을 탑재한 기본 모델은 최고출력 168마력, 최대토크 20.5kg.m의 동력성능과 12.6km/l의 연비 성능을 갖추고 있다.

가속력(0~100km/h)은 드라이브 모드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다. 노멀은 9.3초, 에코 9.8초, 스포츠 모드에서는 8.8초가 나왔다. 세밀한 테스트가 아니고 일반 포장도로였다는 점은 고려해야 한다. 노멀과 에코 모드의 경계는 모호하다. 그러나 스포츠 모드에서는 섀시와 가속 페달이 예민해진다. 가속력도 확실한 차이가 난다.

에코 모드의 답답함은 연비로 보상이 된다. 주행 성능을 테스트 할 때를 빼고 줄곧 유지한 에코 모드의 평균 연비는 13km/ℓ 부근을 넘나든다. 수치와 다른 연비에 불만을 품는 운전자가 많지만 하기 나름이라는 것을 조만간 보여 줄 예정이다.

발진 가속, 중속에서 고속으로 치닫는 맛은 동네마다 있는 자장면처럼 평범하다. 고속 주행은 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 영역대의 주행 질감이나 속도의 상승감은 전할 수가 없다. 스포츠 모드에서 수동모드와 패들 시프트로 적절하게 기어를 올리고 내리며 달리면 제법 맛이 나기도 한다. 그러나 여기까지다. 내 차는 소중하니까. 정숙성과 승차감은 90점 이상을 주고 싶다.

 

<총평> 

해외에서 굵직굵직한 디자인상을 여럿 받았고 충돌 테스트 결과나 상품성 평가도 좋지만, K5의 내수 성적은 부진하다. 지난 4월까지 누적 판매량을 보면 1만2000여 대, 1만3000여 대의 말리부한테도 밀려나 있다. 

주 타깃 설정을 잘못 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 아재가 무난하다는 점에 끌렸다면 중형 세단의 수요층인 30대 후반에서 40대 초중반은 흥미를 잃을 수 있다는 점에서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어서다.

K5하면 연상되는, 그래서 젊은 층이 솔깃해질 수 있는 특징적인 것들이 따라서 필요하다. 경쟁 모델이 가진 간결하고 감각적인 스타일, 또는 차별화된 감각, 이런 것들이 어떤 형태로든 보태져야 한다. 세그먼트별 주력 수요층에 변화가 있는데도 중형 세단을 나이 지긋한 중년 세대에 맞춰 상품을 개발하고 마케팅을 하고 있으니 성적이 오를리 만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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