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강제리콜, 현대차 뼈를 깎는 혁신 필요

김 필 수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대림대 교수)

  • 입력 2017.05.14 09:59
  • 수정 2017.05.14 19:38
  • 기자명 오토헤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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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리콜 청문회를 통해 자발적 리콜 거부를 한 현대차 그룹에 강제리콜 조처가 내려졌다. 대상은 12개 차종, 24만대에 해당한다. 이미 17만대의 세타2 엔진 결함도 리콜하고 있어서 대상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리콜은 안전장치에 문제가 있는 차량에 내려지는 의무사항인 만큼 자주 발생하면 그만큼 소비자에게 상당한 부담을 주게 된다. 자발적 리콜도 시간적, 정신적 피해는 물론 결국 중고차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리콜이 많다는 것은 출고 이전에 품질 제고 등 여러 절차에 문제가 발생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차량 개발 이후 충분한 실증 로드테스트를 통하여 다양한 검증을 덜 했다는 뜻이고 품질 검증 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타사 대비 다양한 경쟁차종이 필요한 만큼 신차 출시가 중요해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정해진 개발 기간과 철저한 테스트를 줄인다면 모두 리콜로 이어질 수 있다.

해당 메이커는 브랜드 이미지 추락과 부정적인 인식을 급격히 올릴 수 있는 만큼 리콜대상이 되지 않도록 처음부터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 문제가 발생하면 처음부터 제대로 인식하고 대처해야 비용 절감은 물론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하거나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런데도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리콜이 증가하는 이유는 급증하는 차량부품 수와 품질 절차 문제, 더욱 강력해진 시장의 검증 제도가 한몫을 하고 있다. 따라서 최근 국토교통부 리콜 권고를 거부하고 청문회를 신청한 현대차 그룹을 보면 여러 면에서 아쉬운 부분이 많다.

제도가 만들어진 이래 처음으로 리콜 청문회를 신청한 것도 그렇고 보수적인 국토교통부를 상대로 문제를 제기한 것은 무리한 부분이 있었다. 현대차는 국내 시장에서 소비자 배려가 소홀하고 ‘안티'가 많기로 유명하다. 

따라서 청문회 신청 자체가 부정적인 인식을 키우고 말았다. 결과는 뻔한 것이었다. 교통안전공단의 사례 확인과 위원회의 자문 결과를 바탕으로 리콜 권고가 내려진 만큼 적극적으로 자발적 리콜을 수용하고 진행하는 것이 훨씬 보기 좋았을 수 있다.

해당 5건의 리콜 사례도 객관적인 전문가 몇 명의 확인만 거쳐도 당연히 리콜해야 한다는 답변을 받을 수 있는 사안이다. 그런데 이의를 제기한 것은 부정적인 인식만 극대화하고 비용은 비용대로 소모하는 꼴이 됐다.

현대차 그룹은 안팎이 위기다. 중국발 사드로 중국시장은 반토막 났고 미국 역시 트럼프 정부의 자국 중심의 보호무역주의로 판매가 줄어들고 있다. 한미 FTA 재협상 등 더 큰 위기도 다가오고 있다.

새로운 해외 시장 개척도 치열하고 국내 시장도 수입차, 마이너 3사와 모두 치열한 점유율 경쟁을 벌이고 있다. 노사문제는 매년 암적인 존재로 다가와 이제는 풀기도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이번 리콜 사태는 부정적인 인식을 키우고 위기를 가속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이번 리콜이 마무리가 아니라 이제 시작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도 문제다. 국토부는 강제 리콜 결정과 함께 제작 결함 은폐 여부에 대한 수사를 검찰에 의뢰했다. 사안을 확대하는 자충수를 둔 것이다. 아직 추가 조사나 모니터링을 하는 사안이 많아서 앞으로도 리콜이 계속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내부고발자가 국토교통부뿐만 아니라 미국 도로교통안전청(NHTSA)에도 제출한 만큼 국내 판단에 따른 미국 시장의 확대 가능성도 크다. 미국에서 고의적 은폐 의혹이 사실로 확인 된다면 천문학적 규모의 징벌적 보상도 각오해야 한다.

내부고발자가 발생할 정도로 현대차 그룹 내부적인 검증과 감사 절차에도 문제가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 초기에 품질에 문제가 발생하면 개선과 검증을 다양한 절차를 거쳐서 확인하는 시스템은 가장 핵심적인 요소지만 이런 문제가 드러난 것은 이해가 쉽지 않다.

폭스바겐 디젤게이트의 발생 원인도 내부적인 상명하복식 절차의 경직된 시스템과 타 부서의 내용을 서로 검증하는 시스템이 없었다는 것을 보면 현대차 그룹의 내부적인 절차와 조직은 제대로 되어 있는 것인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문제점을 덮거나 검증에 소홀한 부분을 철저하게 제거하고 새로운 조직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이번 사태를 진정한 글로벌 메이커로 재탄생하는 기회로 삼아야 하고 하청 부품기업의 부품 수급문제부터 최종 완성차까지 다시 한번 들추어서 확실한 시스템 재정립을 해야 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문제점을 확인하고 그룹 차원의 양심선언과 소비자 중심의 관점에서 보는 그룹의 시각을 다시 조정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삼성전자가 갤럭시 노트7의 결함을 초기에 인정하고 전량폐기, 보상 등 적극적인 대응으로 오히려 브랜드 신뢰도가 높아진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위기는 더욱 커질 것이다.적당히 땜질식 처방보다는 안팎으로 조직 개편과 재정립, 양심선언 등 새로운 모습을 소비자는 원하고 있다. 이번 기회에 현대차 그룹 전체가 새로 태어나는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하고 새롭게 재탄생하기를 바란다. 지금이 바로 그 시기이다. 

<김 필 수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대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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