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날 좀 믿어줘, 초보운전 딸 자동차로 通했다

  • 입력 2016.06.13 15:09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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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죽하면 이혼 얘기까지 나올까. 아내에게 운전을 가르쳐주던 부부 얘기다. 울화통이 터지고 불안하고 아찔한 순간 비명이 이어지고 결국은 포기하고, 있을 법한 일이다.

누군가에게 운전을 알려주기 위해서는 보통의 인내심 그 이상이 필요하다. 아내가 아닌 딸은 더 그렇다. 운전면허증을 처음 받은 날부터 앙탈을 부리고 애교를 떨었지만 제대로 된 운전교습은 단 한 번도 해 주지 않았다.

불안한 것도 있지만, 도로에서 여성 운전자들이 받는 편견과 차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처지에서 딸의 운전은 선뜻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어쩌다 한 번 있었던 딸의 운전에 동승했을 때, 도대체 학원에서 뭘 배웠나 싶었다. 대형 트럭이 들어가고도 남을 공간에 전면 주차도 하지 못하고 교차로에서 회전하면 중앙선을 침범하기 일쑤였다. 앞차가 코앞에 있는데도 속도를 줄이지 않아 간담을 서늘하게 하고 급정거는 또 왜 그렇게 자주 하는지…

지난 주말, 현대차가 준비한 ‘아빠와 딸 드라이빙 투어’를 찾아갔다. 여기서 만난 아빠들의 생각도 다르지 않았다. 한 참가자는 “솔직히 내 차 갖고는 딸 운전연습 못 시킨다. 한번 했다가 식겁을 한 적이 있어서”라고 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뭔가 잘 알려주고는 싶은데 그럴 시간도 공간도 없었다. 뭘 알려줘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참가한 사연도 제각각이다. 운전을 꽤 한다는 참가자는 “작년에 정년퇴직한 아빠하고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없었다. 같이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내 차에 한 번도 타지 않은 아빠를 설득해서 왔다”고 말했다.

 

늘 걱정하는 아빠에게 자기 운전 실력을 믿어 주기를 바랐고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였는데 “지금까지 살면서 아빠와 가장 많은 얘기를 나눈 것 같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날 행사는 운전에 익숙하지 않은 초보 운전 딸에게 아빠가 올바른 운전 요령을 직접 알려주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평행 및 전진과 후진 주차, 하이패스 통과 요령, 주차장과 요금소에서 티켓을 뽑는 방법, 방지턱을 넘는 요령, 돌발상황이 발생했을 때와 같이 평소 여성 운전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순간들을 아빠의 조언으로 극복해 나갔다.

미사리 조정 경기장에서 양평까지 실도로 주행에서는 머리카락이 곤두서는 순간들이 몇 차례 있었다. 험한 얘기가 오간 참가자들도 있었고 아예 운전대를 빼앗아 버린 아빠도 있었다. 하지만 이날 참가자 대부분은 운전을 통해 서먹했던 부녀지간의 사이를 좁힐 수 있었던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딸이 직접 운전하는 차에 함께 탔던 아빠들의 반응은 대부분 같았다. 딸의 운전이 거칠다고 불평하던 김문영(사진) 씨는 “남자 친구한테 배워서 그런지 운전이 과격한 편”이라면서도 “남한테 피해가 가지 않는 정도로 차분하게 운전하는 것을 보고 안심이 됐다”고 말했다.

파주에서 딸과 함께 참가한 이국형 씨는 "어리게 보고 불안하게 생각해서 운전을 한다는 것이 늘 탐탁치 않았는데 조금만 더 알려주면 운전대를 맡겨도 될 것 같다"며 "앞으로는 함께 운전을 하면서 대화를 할 수 있는 시간을 자주 만들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차량 안전점검. 상당수의 아빠도 엔진오일 상태를 어떻게 점검하고 냉각수를 어떻게 보충하는지 알려 주는 프로그램이 가장 유익했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타이어를 어떻게 관리하고 점검하는지, 편마모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설명할 때에는 모두가 귀를 기울였다.

 

이날 인스트럭터로 참여한 카레이서 조훈현(알앤더스 레이싱팀) 씨는 “여성 운전자들이 가장 먼저 익혀야 할 운전 요령은 브레이크 콘트롤”이라며 “긴급한 돌발상황에서는 과감한 브레이킹이 필요하고 스티어링 휠 조작법, 그리고 주차 요령 등의 순으로 운전을 배워나가면 좋다”고 말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가족 구성원 가운데 아빠와 딸의 관계는 애틋하지만 직접적인 표현이 부족하다는 판단에서 운전을 알려주고 배우면서 서로 이해하는 시간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하며 준비한 행사"라며 "다음에는 부부 드라이빙 투어를 추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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