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심 그대로, 편견 깬 중고 하이브리드카

  • 입력 2016.02.15 07:47
  • 수정 2016.04.12 16:47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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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영구적이라는 배터리를 3~4년 후 수 백만 원을 들여 교체해야 하는 차”. 어느 하이브리드카를 소개하는 글에 달린 댓글이다. 자동차를 조금만 알아도 할 수 없는 얘기, 그러나 아직도 상당수 소비자는 이렇게 알고 있다. “휘발유나 디젤차보다 성능, 내구력이 떨어지는 데다 부품값이 턱없이 비싸고 그래서 중고차 시세가 *값”. 이것도 흔하게 듣는 얘기다.

하이브리드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 전기차와 같은 친환경 차의 대중화를 가로막는 장벽은 가격보다 ‘그렇다고 하더라”라는 식의 편견 탓도 크다.국내에 하이브리드카로 처음 소개된 모델은 2008년 출시된 토요타 프리우스다. 이후 외산, 국산 하이브리드카 종류는 수십 종으로 늘어났다.

연간 판매량도 4만여 대 규모로 성장했다. 그런데도 어느 나라보다 자동차 품질에 민감한 우리나라에서 배터리를 교체했다거나 관심이 갈 만한 결함 얘기는 나오지 않았다. 오래 타도 추가적인 부담이 없고 품질 문제도 발생하지 않는 다는 것을 시간이 입증하고 있는 셈이다. 흔치 않은 중고 하이브리드카를 시승 한 것은 시간이 확인시켜 준 것 이외의 것들을 알아보기 위해서다. 시승차는 2014년 11월 등록된 2015년형 모델로 누적 주행거리가 3만km를 넘긴 진짜 중고차다.

 

초심을 잃지 않은 정숙성과 승차감

차원이 다른 승차감은 일본산 자동차가 미국을 포함한 세계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토요타를 비롯한 혼다와 닛산 등 일본 업체들이 초기 수입차 시장에 빠르게 안착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승차감 하나만으로 상품성에 만족하지 못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기세가 꺾였다.

지금과는 사정이 다르지만 고유가 시대, 경유차의 연비 장점을 극복하지 못한 탓이다. 토요타는 연비 경쟁의 대안으로 2008년 하이브리드카 프리우스를 내 놨다. 2009년 국산 모델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가 나오기 1년 전의 일이다. 초기 실적은 초라했다. 연간 판매량이 1000여 대에 불과했고 지금까지의 비중도 높지 않다.

 

그러나 지난해 판매는 총 3만8000여 대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디젤차의 환경 영향을 우려하는 인식, 뛰어난 정숙성, 그리고 가격 격차까지 좁혀지면서 최고 기록을 세웠다. 휘발유 엔진의 정숙함, 뛰어난 연비, 다양한 모델의 등장이 하이브리드카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있다.

3만km 이상 누적 주행거리를 가진 캠리 하이브리드의 정숙한 승차감도 초기 품질과 다르지 않았다. 어설프기는 해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측정한 일상적인 주행 소음이 40dB을 넘지 않는다. 조용한 집 안 거실에서 들을 수 있는 소음 정도다. 같은 방식으로 측정한 디젤차의 소음은 70dB을 기록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EV 모드가 활성화되는 출발과 내리막길에서는 타이어 구르는 소리가 작지만 가장 크게 들린다. 저속에서 EV 모드를 선택해도 마찬가지다. 엔진과 차체 진동 소음이 작으면 더욱 크게 들리는 풍절음과 바닥 소음은 윈드실드 글라스의 소음 차단 필름과 첨단 소재의 플로어 카펫이 효과적으로 차단한다.

 

고속 주행에도 연비 15.6km/ℓ

놀라운 수준의 정숙성은 승차감으로 연결된다. 노면의 질감을 뚜렷하게 걸러주는 맥퍼슨 스트럿(전륜)과 듀얼 링크 스트럿(후륜)으로 구성된 서스펜션, 타이어(215mm/55/17인치)가 주는 감각이 초기 품질과 다르지 않다. 그러면서도 차체는 유연하다. 그만큼 강도와 상관없이 핸들링에 유연하게 반응한다.

초고장력 강을 많이 사용하면서도 유연성을 유지하는 건 토요타만의 강점이기도 하다. 초기 가속력도 여전하다. 공식적으로 엔진과 모터의 합산 최고 출력이 203마력(엔진 출력 158마력), 최대 토크 21.6kg.m의 성능을 갖고 있지만 실주행에서 느끼는 파워는 더 강렬하다.

 

반응을 하는 순간부터 모터의 최대 토크가 강하게 발휘돼 인상적인 순간 가속력을 보여준다. 2015년형 캠리하이브리드의 정지상태에서 100km 도달 시간은 8.8초로 동급의 디젤차보다 빠르다. 전문 장비가 없는 탓에 배터리가 어느 정도의 성능을 유지하고 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그러나 정확하게 683km를 달리고 난 후 트립 컴퓨터에 기록된 연비는 15.6km/ℓ(표시연비 16.4km/ℓ)였다.

장기간 시승에 도심 주행이 많았고 핸들링과 라이드 성능을 확인한다며 고속 선회 주행을 하고도 나온 연비다. 이는 배터리의 초기 성능이 3만km를 주행한 이후에도 차이가 없다는 것을 입증한다. 하이브리드카의 특성상, 고속도로와 도심 주행에서의 연비 편차는 없다. 따라서 하이브리드카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배터리를 교체해야 하고 급격하게 성능이 떨어진다는 편견은 괜한 걱정에 불과했다.

 

중고차 시세 떨어질까 봐?

하이브리드카에 대한 잘못된 인식은 새 차 구매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 중고차 시세에 대한 염려로 이어진다. 그러나 최근 중고차 시장에서 시세하락 폭이 가장 낮은 차종이 하이브리드카다. 브랜드와 모델에 따른 차이가 있지만 통상 국산 차 감가율은 1년 후 20%, 수입차는 평균 30%로 본다. 하지만, 하이브리드카 차종의 중고차 가격 감가율은 평균 20% 이하다.

국내 최대 중고차 거래 사이트인 SK엔카에도 시승차와 동일 연식의 캠리 하이브리드 중고차는 3490만 원에 매물로 등록돼 있다. 신차 가격 4250만 원을 기준으로 한 감가율은 18%다. 지난해 11월 출시된 동일 트림의 2016년형 가격은 3570만 원이다. 감가율과 신형 모델의 가격을 생각하면 중고가 가격 하락 걱정은 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중고차 시세하락 폭이 낮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하이브리드카 등록 대수가 낮은 이유도 있다. 하지만 보유자가 매물로 내놓는 중고차가 많지 않다는 얘기고 이는 곧 보유 만족도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별한 일이 없다면 내 다 팔 이유가 없고 매물이 적은 만큼 중고차 시세가 높은 것은 당연하다.

시승 차를 장기간, 긴 거리를 몰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새 차 못지않은 품질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차량을 어떻게 관리 했는지도 중요하겠지만, 승차감과 연비에서 만큼은 지금 팔고 있는 어떤 차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았다. 미국 얘기지만 권위있는 기관들이 내 놓는 내구성, 보만족도, 중고차 가치 따위의 평가에서 토요타는 매번 상위권을 독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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