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타켓 겨냥한 '뉴 캠리', 방아쇠는 당겨졌다

  • 입력 2012.01.24 11:39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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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김흥식 기자] 1980년대 도요타는 미국 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하기 위해 저렴한 가격에 높은 성능을 갖춘 패밀리 세단을 개발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그리고 1983년, 마침내 미국의 중산층들이 흡족할 만한 성능과 가격대의 패밀리 세단 캠리를 투입한다. 프리미엄 브랜드와 견줘도 손색이 없는 성능, 뛰어난 연비와 낮은 가격대의 경제적 가치를 가진 캠리는 이후 미국에서 대 성공을 거두며 도요타 브랜드의 존재감을 전 세계에 각인시키는 계기가 된다.

캠리는 지난 30여년간 전 세계 시장에서 1400만대 이상 판매되며 도요타를 대표하는 모델이 됐다.

=두 번의 실패, 절치부심 끝에 뉴 캠리 출시

캠리가 한국 시장에 처음 소개된 것은 지난 1998년이다. 당시 캠리는 4기통 2.2리터급 엔진에 ABS 등 첨단 안전사양을 장착하고 3480만원에 출시됐다. 그러나 이전 해인 1997년 미국에서 베스트셀링카로 등극한 명성과 달리 그닥 재미를 보지 못하고 얼마 안가 시장에서 사라지는 불운을 겪었다.

높은 배기량, 고가의 고급형 모델에 치중해왔던 수입차 업계가 유럽 메이커들을 중심으로 좀 더 대중적인 모델을 들여오기 시작하자 도요타는 2009년 다시 캠리를 들여왔다.

그러나 도요타의 바램과는 국내 시장에 들여온 캠리는 구형인데다 디자인과 성능에서 한 발 앞선 트렌드가 적용된 국내 완성차 및 수입차의 벽을 극복하지 못했다.

지난 2년여 동안 리콜과 지진, 홍수 등의 악재까지 겹쳐 고전을 면치 못했던 도요타는 절치부심 끝에 지난 22일 뉴 캠리를 출시했다.

 

=도요타 아키오 사장의 자신감...공격적인 마케팅

현재 상황의 반전을 노린 모델답게 도요타는 7세대 뉴 캠리 출시에 적지 않은 공을 들였다.

도요타 아키오 사장이 직접 출시 행사에 참석해 캠리를 설명하는 열정을 보여줬고 마케팅은 시작부터 치밀하고 공격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한국 최고의 톱 스타 김태희를 광고모델로 전격 발탁했고 각종 매체를 활용한 홍보와 고객과의 접점을 높이기 위한 체험 이벤트도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다.

자동차 전문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시승도 부산에서 여수까지, 매우 드물게 꽤 먼 코스를 달리도록 배려했다. 품질에 대한 자신감이 없으면 시도하기 어려운 프로모션이다.

그런 기대감에 부응하듯 뉴 캠리는 호평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높은 상품성을 갖추고 있다.

이전보다 심플해진 외관, 더 고급스럽게 꾸며진 실내는 깜짝 놀랄 정도의 세심한 배려들로 가득하다.

 

=103개의 디테일...깜짝 놀랄 기발한 아이디어

도요타가 내 세운 103개의 디테일을 모두 기억하고 찾아내기는 쉽지가 않다.

그러나 f1 머신에서 응용한 에어로 다이나믹 핀 기술이 적용된 아웃사이드 미러와 리어 램프, 탑승시 승객의 터치가 빈번한 부위를 보호하는 테이핑 등의 디테일은 작지만 감동적이다.

수평 T자형 대쉬보드의 안정감이 뛰어난 실내에도 대형 패트병 수납이 가능하도록 실용적으로 설계된 공간이 전후 도어 안쪽에 모두 자리를 잡았고 도어 박스와 헤드룸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전후석 루프에 굴곡을 준 것이나 루프 손잡이를 운전석까지 배치하는 세심함이 적용됐다.

3 써클 옵티트론 계기판 문자의 시인성도 매우 뛰어나고 LG 전자와 공동으로 개발한 한국형 내비게이션도 도요타가 국내 시장의 니즈를 확실하게 반영한 결과로 볼 수 있다.

프리미엄급 사양인 JBL 사운드 시스템과 뉴 캠리 전용 프로그램이 내장된 스마트 드라이빙 솔루션이 탑재된 갤럭시 탭 7.0 플러스 등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시스템도 적용됐다.

경제운전을 돕는 에코 드라이브로 부산시내를 빠져나가는 주행 연비는 9.7km/l로 중형차 수준으로는 꽤 만족한 수준이었다.

아쉬운 부분도 있다. 스틱 타입의 촌스러운 트립 버튼이나 국산차에 일반화된 하이패스 시스템의 부재, 지나치게 틈이 큰 에어벤트, 조금 크다 싶은 스티어링 휠의 그립감도 만족스럽지는 않다.

경추보호 기능까지 갖추고 있는 시트도 너무 부드러워 운전석의 경우 변화가 심해 자주 자세를 고쳐잡아야 하는 것도 단점이다.

 

=스트레스없는 운전...뛰어난 차체 안정성

직렬4기통 2.5리터 DOHC 듀얼 VVT-i엔진에 6단 자동변속기를 채택한 뉴 캠리의 달리는 성능은 확실하게 이전 모델과 차별화됐다.

급하거나 느긋한 발진 모두 엔진 회전수의 상승을 억제하는 튜닝으로 부드러운 출발이 가능하고 중저속에서의 토크감이 뛰어나 높 낮이가 심한 부산의 도심 도로를 스트레스없이 빠져 나갔다.

고속주행시 속도에 맞춰 적절하게 조절되는 스티어링 휠의 조작력이나 부드러운 서스펜션에서 발휘되는 승차감도 캠리다운 만족감을 줬다.

아웃사이드 미러와 리어램프에 적용된 에어로 다이나믹 핀이 기능상 안정적인 주행에 어느 정도 도움을 주는지 직접 체험하기는 어려웠지만 특히 고속에서 차체의 안정성은 매우 뛰어났다는 것이 전체적인 평가다.

무릎 에어백을 포함. 무려 10개의 에어백이 적용되고 경추손상방지 컨셉의 시트, 고강도 강철구조도 발휘된 안전성능은 美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 종합 안전성 검사에서 최고 등급인 별 다섯개로 입증을 받았다.

좋은 제품을 개발, 고객들에게 저렴하게 공급한다는 도요타의 '양품염가(良品廉價)' 정책을 반영한 비교적 착한 가격은 뉴 캠리의 최대 경쟁력이다.

뉴 캠리는 한-미 FTA 관세인하 부분과 개별소비세 인하부분을 모두 선 반영하고 가솔린 모델은 3390만원, 하이브리드 모델은 4290만원에 출시했다.

뉴 캠리의 판매 목표는 연간 6000대, 너무 많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지만 종합적인 상품성과 가격, 그리고 예전에 보여줬던 도요타의 저력을 감안하면 오히려 몸을 사린 듯하다.

뉴 캠리의 출시를 기점으로 경쟁 모델로 지목한 현대차 그랜저를 잡고 부진한 한국도요타의 위상을 되찾겠다는 두 개의 목표를 달성하고 그 이상의 성과도 기대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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