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듈로 완성되는 좋고 안전한 자동차

  • 입력 2015.08.25 08:47
  • 수정 2015.08.26 16:55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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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 쏘나타에 적용된 운전석 모듈

현대차가 울산, 아산, 전주 등 국내 공장에서 한 시간에 만들어 내는 자동차는 400대 이상이다. 매 시간 9초 마다 한 대의 자동차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자동차가 전자화되면서 사용 부품이 크게 늘어났는데도 한 대의 자동차를 만들어 내는 시간이 크게 줄어든 비결은 ‘모듈’에 있다.

모듈은 완성차를 만드는데 필요한 수 많은 부품들을 개별단위가 아닌 조립 영역 및 분야 또는 기능별로 결합해 완성차 생산라인에 직접 공급하는 부품단위를 말한다.

전장품이나 플랫폼 같은 복잡한 부품들을 미리 조립해 라인에 공급함으로써 생산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고 공정에서 나오는 불량률을 낮춰 품질까지 확보하는 방식이다.

과거 완성차 업체가 전담했던 설계, 개발, 시험, 생산, 조립, 검사 및 판매에 이르는 전 과정을 모듈업체가 분담하면서 가능해진 일이다. 또한 부품의 수를 현저하게 줄여 공유 모델을 늘리고 경량화를 통한 원가 절감 효과, 그리고 조립 공수를 줄여 생산성을 높이는 효과도 있다.

실제로 대부분의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자사 특유의 모듈을 통해 부품 수량을 평균 35% 이상, 무게는 20% 이상 줄였다. 국내 최대의 모듈 생산 업체는 현대모비스다. 완성차와 동일한 개념의 모듈단위 설계능력과 시험평가능력을 갖추고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모듈 생산 능력을 갖췄다.

1999년 당시 트라제에 첫 모듈을 공급한지 14년 만인 지난 해 섀시와 운전석, 프론트 엔드 등 핵심 모률 1억대 생산을 돌파한 현대모비스 아산모듈공장을 찾아봤다.

 모듈 조립라인

전 세계 모듈공장의 벤치마킹

현대차의 최대 주력 차종인 LF쏘나타 및 HG그랜져의 모듈을 생산 하고 있는 현대모비스 아산모듈 공장은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이 곳에서는 자동차의 3대 핵심 부품인 섀시모듈과 운전석 모듈, 프론트엔드모듈을 모두 생산한다. 연간 생산 능력 30만대에 달하는 아산모듈공장에 들어서면 바쁘게 돌아가는 조립라인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첫 라인에는 총 40여개의 부품이 들어가는 그랜저와 쏘나타의 운전석 모듈이 생산되고 있다. 운전석 모듈의 몸통이 되는 카울 크로스바를 바탕으로 공조시스템인 히터·에어컨, 계기판 및 오디오, 그리고 에어백이 장착되면 한 개의 운전석 모듈이 완성된다.

운전석 모듈의 종류는 수 천 개가 넘는다. 각각의 모델별로 서로 다른 사양들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오디오는 일반·고급형으로 나뉘고 모니터가 포함되는지, 블루투스 사양의 유무에 따라서 총 40종이나 된다.

에어컨 히터도 싱글·듀얼방식, 클러스터 이오나이저 유무 등에 따라 쏘나타와 그랜저는 총 300개의 사양으로 나뉜다. 선택 옵션에 따라 각각 조립되는 모듈은 쏘나타만 총 1300여종, 그랜져와 합치면 2000여종의 운전석 모듈이 이 라인에서 만들어진다.

수 천 종에 달하는 모듈을 이렇게 생산할 수 있는 비결은 현대모비스가 자랑하는 직서열 방식(JIS, Just In Sequence)에 있다. JIS는 모듈을 공급받는 현대차와 동일한 서열의 생산 방식을 말한다. 이를 통해 현대차가 제공하는 생산 정보를 실시간으로 전달 받아 필요한 모듈을 동일한 시간대에 생산한다.

가장 효율적으로 평가받는 도요타 JIT(Just In Time)는 시간대별 필요 부품을 주문받는 방식이기 때문에 약간의 재고가 발생한다. 하지만 자동차 생산공정과 동일한 시간대에 부품을 생산하는 현대모비스의 JIS는 단 하나이 재고도 발생하지 않는 장점을 갖고 있다.

 프런트 앤드 모듈

4중 안전장치 시스템의 완벽한 품질

차종이 다르면 운전석 모듈에 들어가는 부품은 물론 조립 순서나 방식이 모두 다르다. 아산모듈공장은 한 라인에서 쏘나타에 들어갈 모듈이 조립되면 곧이어 그랜져 모듈이 조립된다. 이런 상황에서도 아산공장의 모듈 제품은 오차나 오류 그리고 부품이 바뀌어 조립되는 실수가 나오지 않는다.

공장 관계자는 “이종 부품이 들어가는 일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각 공정라인 마다 이뤄지는 ‘품질안전보증 시스템’ 때문이다.

품질안전보증 시스템 가운데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할 것은 최첨단 바코드 시스템이다. 아산공장 네트워크에 현대차가 보낸 차량정보가 수신되면 이 정보는 각각의 부품 조립 단계로 다시 보내진다.

스타트라인에서 출발한 부품에 하나씩 새로운 부품이 조립되고 장착될 때마다 차량정보에 의해 정해진 부품이 제대로 장착되는지를 이 최첨단 바코드 시스템이 확인한다.

각각의 개별 부품에 부착된 바코드를 바코드리더로 읽으면 작업자 시선 바로 앞에 설치된 LCD모니터에 운전석 모듈의 고유번호와 장착될 부품 정보가 나타난다.

작업자는 다시 장착할 부품에 붙어 있는 바코드를 읽고 잠시 후 ‘삐익’하는 소리가 나며 모니터에 ‘OK’라는 문자가 뜬다. 정확하게 장착된 부품이라는 표시다. 작업자는 부품을 조립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만약 일치하지 않을 경우 ‘NG’라는 글자와 함께 전체 라인이 중단되며 작업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부품이 잘 못 조립되는 실수가 원천적으로 차단되는 것이다. 한국 IT기술의 완성판 에코스 시스템도 이런 오류를 줄이는데 기여한다. 운전석 모듈에서 제일 예민한 부분은 전기로 작동하는 전장부품이다.

운전석 모듈에는 오디오를 비롯해 시트벨트․에어백․주차브레이크․배터리 경고등 등 전기로 작동하는 부분이 60여 곳이나 된다.

만약 전장부품 중 한 가지라도 제대로 작동하지 으면 운전자는 상단한 불편을 겪어야 하고 안전도 위협한다. 그리고 이상이 있을 경우에는 고장부분을 찾기 위해 전장품 전체를 분해하는 난처한 상황이 발생한다.

현대모비스는 이런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국내 IT업체와 합작해 모든 전장부품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검사하는 에코 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바코드시스템에 의해 이종부품이 방지된 운전석모듈은 계기판과 오디오, 그리고 조수석 쪽으로 연결된 배선을 라인당 3개씩 설치된 에코스시스템과 연결해 모든 경고등과 전기장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최종 검사를 받는다.

 모듈 조립라인

조립라인 주변 쌓아 놓은 부품 '無'

현대모비스 아산모듈공장에는 조립라인 주변에 부품을 놓아두는 공간이 전혀 없다. 부품도 없이 모듈 생산이 가능한 비결은 트롤리컨베어시스템에 있다. 트롤리컨베어시스템은 자재창고에서 작업 순서에 맞게 필요한 부품들이 자동으로 작업자들에게 전달되는 시스템이다.

작업에 필요한 부품들을 직원이 직접 자재창고에서 운반하면서 발생하는 실수를 줄이고 노동 강도까지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시스템이다.

필요한 부품을 작업라인 1m거리에 자동으로 운반해주면서 작업자는 순서에 맞게 필요한 부품들을 꺼내 조립하면 되기 때문에 부품을 쌓아 놀 필요가 없고 직접 운반하는 일도 없다.

작업자가 순서를 지키지 않거나 하나의 공정을 빠트리면 경고등이 울리게 되고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 조립라인이 정지해 부품 오결합을 원천적으로 봉쇄한다.

가장 중요한 안전은 품질보증 시스템으로

모듈은 여러 부품이 조립되기 때문에 체결부위가 얼마나 적당한 힘으로 결속됐는지가 매우 중요하다. 특히 롤링 섀시 모듈은 느슨하게 조립되도 문제지만 너무 강하게 조여있어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체결력(締結力)관리시스템은 이러한 오류를 줄이기 위해 운용되는 시스템이다. 작업자는 컨트롤러와 연결된 체결력 보증공구를 이용해 결속부위를 체결하는데 규정된 수치에 도달하면 작업자가 계속 스위치를 넣고 있어도 동력을 자동으로 멈춰 더 이상의 힘을 가하지 않는다.

액슬(AXLE)과 변속기에 주입되는 오일의 양 역시자동 제어되고 주입된 오일의 양을 확인하는 오일자동주입시스템, 파워스티어링(파워핸들)과 브레이크 배관에 새는 곳이 없는가를 검사하고 이력을 관리하는 배관 에어리크(Air-Leak)관리도 완벽한 모듈 생산에 기여한다.

이 밖에도 파워펌프․에어컨 컴프레서․얼터네이터 벨트의 장력을 검사하고 역시 이력을 관리하는 벨트장력 관리시스템을 통해 만의 하나라도 결함이 있는 부품이 모듈에 장착되지 않도록 미연에 방지한다.

이러한 과정들을 통해 생산된 모듈의 생산이력은 완성차 출고 후 23년 동안 컴퓨터에 보관된다. 향후 자동차에 생긴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되기 때문이다.

 모듈 조립에 필요한 부품들이 자동 이동되는 모습

섀시 모듈과 프런트 엔드 모듈

아산모듈공장에서 생산되는 섀시 모듈은 주로 차체를 지지하는 프레임과 현가장치, 그리고 제동장치와 조향장치로 이뤄져 있다. 프런트 엔드 모듈은 엔진의 열을 식히는 냉각장치와 램프, 캐리어, 혼 등으로 구성되며 섀시모듈과 프런트 엔드 모듈은 각각 230여 개와 30여 개의 부품이 하나로 합쳐져 완성된다.

운전석 모듈처럼 수많은 이종부품을 정확하게 조립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문제이지만, 섀시모듈의 경우에는 ‘주행’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만큼 부품과 부품을 정확하게 체결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부품들을 연결하는 나사나 볼트․너트가 조금만 잘못 결합돼도 모듈의 품질이 크게 떨어지거나 안전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섀시 모듈은 완성된 자동차가 주행 중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세심하게 관리되고 있다. 모듈이 제조사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 기술로 경쟁하고 있뿐만 아니라 완벽한 품질의 차량 생산을 도와 운전자의 안전을 보장하는데도 큰 기여를 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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