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백 억짜리 정부 용역에 발표는 딱 10분

김 필 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 입력 2015.08.24 08:09
  • 수정 2015.08.24 08:16
  • 기자명 오토헤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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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이 없음

올바른 방향의 제도와 법적 기준을 만들기 위한 작업에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후진적 제도를 개선하는 작업은 전체적인 조화를 위해서도 필수적이고 선진국으로 발돋음 하는 밑바탕이 된다는 측면에서 더욱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잘못된 제도와 법적 기준의 피해자는 국민이 된다는 측면에서 더욱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정책방향을 선정하기 위한 기초 정책용역 기관 선정은 물론 결론에 도출하기까지 여러 자문회의를 거쳐 정책 세미나와 공청회를 거쳐 문제점을 더욱 개선하고 해당 정부의 확인 및 법제처 등 각종 검증을 거쳐 최종적으로 법적 구속력을 갖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이행하기에 앞서 유예기간을 두어 사회적 후유증을 최소화하고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을 두는 이유도 해당될 것이다. 그래서 더욱 객관성과 보편타당성을 두고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든다고 할 수 있다.

한번 잘못된 악법은 개선하기도 어렵지만 그 사이에 국민이 받는 후유증을 생각하면 더욱 중요한 이유가 될 것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과정이 바로 초기 정책용역에 대한 기관 선정일 것이다. 초기 용역기관이 누가 선정되고 어떻게 선정되느냐에 따라 최종 법적 기준이 설정된다는 측면에서 더욱 용역 선정업체 지정은 가장 중요한 첫 단추라고 할 수 있다. 기관의 응모에는 각종 조건 등 주변 상황에 따라 기업이 될 수도 있고 협회 등 공공성이 강한 기관이 될 수도 있으며, 규모가 크면 컨소시엄을 구성해 시너지 효과를 생각하기도 한다.

정부 등 시행기관은 되도록 객관적으로 선정하기 위한 각종 기준을 만들고 선정에 해당 기관이 개입할 수 없는 제도적 뒷받침까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기도 한다. 그러나 현재 정부나 공공기관에서 용역을 선정하는 방법에는 큰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객관성을 기한다고 전문가 풀을 활용하는데 기밀을 요한다고 정작 하루나 이틀 전에 통보하여 실질적인 전문가 참석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부익부 빈익빈이라고 할 수 있어서 실제로 능력 있는 전문가는 이미 일정이 잡혀 참석이 불가능하여 비전문가 수준의 심사위원이 참석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역시 결론은 이상하게 흘러가게 마련이다. 응모업체 중 기준에도 못 미치는 업체가 선정되어 첫 단추부터 잘못되어 최종 결론에 도출되는 사례도 즐비하다. 이렇게 만들어진 법은 악법이 되어 모든 국민이 부담하게 된다. 해당 정책시행으로 중소기업이 연달아 도산하기도 한다. 심지어 심사위원에게 로비를 막기 위하여 하루 이틀 전에 통보한다고 하지만 응모업체에서 심사위원을 아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만큼 로비를 하여 역시 업체 선정에 압력이 되기도 한다.

아는 사람에게 점수를 더 주는 형국이 된다는 것이다. 금액이 큰 용역의 경우는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경우가 많은데 중소기업을 위한 정책영역임에도 불구하고 편법으로 만든 대기업 대주주의 중소기업을 컨소시엄에 구성하면서 역시 힘이 작용하기도 한다. 심지어 영역이 선정되면 용역비 중 수십 %의 비율로 나누기로 하고 전문 서비스 업체에 의뢰하여 화려한 발표자료 등을 제작하여 대신 시행해 주기도 한다. 주변에 다양한 홍보 관련 업체들이 존재하고 있다. 이른바 대학생 리포트를 대신 아르바이트해주고 비용을 받는 경우와 같다고 할 수 있다.

가장 심각한 경우는 해당 기관과 무관하게 객관성을 기한다고 하여 전혀 정보를 공유하지 못하여 정책용역의 취지나 방향을 심사위원들이 가늠하지 못하고 최종 선정하는 경우이다. 비전문가들이 모여 내용 취지도 파악하지 못하고 적당히 선정한다는 뜻이다. 객관성을 기한다고 해놓고 도리어 더욱 악화된 결과가 도출된다고 할 수 있다. 발표시간도 심각하다. 그 중요한 정책이나 법적 기준을 만들면서 발표시간이 10분 내외인 경우도 많고 질문도 관련 없는 한두 개로 끝나는 경우도 많다. 전문 심사위원이라 하더라도 이 짧은 시간에 응모 업체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수백 억원이나 하는 대규모 정책용역도 길어야 30분의 발표와 약 20분의 질문이 있을 뿐이다. 얼마 전에도 중요한 용역 기관을 선정하면서 용역 자체를 건의하고 기준을 만들며, 모든 과정을 1년 여에 걸쳐 수립한 기관이 떨어지고 며칠 전에나 급하게 응모를 한 기관이 선정하는 사례가 있었다. 역시 낙마한 기관의 관련 경력은 선정 기관과 비교과 되지 않을 정도로 우수함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숟가락을 얹은 기관이 해당 기관의 의도였는지, 심사위원의 선정에 문제가 있는지 모르지만 단 10여분의 발표로 선정되었다. 나중 결론에 대한 후유증은 역시 국민의 몫이다. 해당 기관도 잘못된 절차가 아닌 만큼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한다. 원래 근본부터 잘못된 시스템인 것을 누구를 탓하겠는가?

필자는 자주 심사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이러한 한계성을 극복하기 위하여 해당 기관의 의도나 목적 등을 별도로 듣고 꼭 참조를 한다. 필요하면 다른 심사의원에게 설명하고 의미를 전달한다. 조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발표 시간 등을 조금이라도 늘려 응모 기업의 특징이나 장점을 파악하기 위하여 노력한다. 겉으로 드러나는 화려한 자료와 미사여구를 항상 고민한다. 그래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면 정부는 무엇을 고민하고 개선하여야 할까?

우선 실질적인 우수 전문 인력을 확보하여야 한다. 특히 하루 이틀 전 통보하여 기밀을 기한다고 하였으나 의미가 없고 역시 각서를 작성하는 만큼 미리 앞서서 통보하여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을 확보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필요하면 앞서 언급한 대로 심사위원장이 해당 기관의 의도와 목표, 중요한 요건 등을 들어 참조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야 한다는 것이다. 발표 시간의 충분한 확보는 꼭 필요할 것이다.

충분한 질문으로 미흡하거나 빠진 것은 없는 지도 꼭 확인하여야 한다. 필요하면 1회성 심사가 아니라 해당 기관 심사도 병행하여 실수하여 이상한 기업이 선정되지 않게 확인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추후 진행절차도 확실하게 검증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중간 과정에서 홍보기업이 관여하여 나눠 먹기식의 경우 박탈 등 각종 제제도 중요한 수단일 것이다. 몸에 밴 관행이 심사과정에 스며들면서 전체를 물들게 하는 만큼 확인과 확인을 거듭하여야 할 것이다. 앞서 언급한 사례와 같이 잘못된 기관 선정으로 추후에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걸치게 될지 걱정부터 앞선다고 할 수 있다.

언급하기도 힘든 기업이나 기관이 선정되어 그 많은 국민의 세금을 용역비로 낭비하면서 구렁이 담 넘어가듯 흐지부지 끝나는 사례는 얼마든지 많다고 할 수 있다. 국민의 혈세 낭비는 제대로 된 용역기관 선정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꼭 명심하였으면 한다. 결국 아무리 객관성을 기해도 사람이 하는 일이니 만큼 현명하고 확인가능한 제도가 정착되었으면 한다. 시작점부터 제대로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김 필 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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