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나타, 내수차 수출차 에어백 다 터졌다.

  • 입력 2015.08.23 09:15
  • 수정 2015.08.23 09:48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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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송도] 현대차가 무모한 도전을 했다. 그것도 수 백여명이 지켜보는 공개된 장소에서 이뤄졌다. 22일, 인천 송도 국제업무지구 송도 도심 레이싱 써킷 인근에서 현대차는 수 백여명의 고객, 미디어가 지켜보는 가운데 미국에서 직접 공수한 앨라베마산 쏘나타와 아산공장에서 가져 온 쏘나타를 정면 충돌시키는 테스트를 실시했다.

“수출차는 다르다”, “현대차가 국내 소비자들 역차별한다”는 시장의 오해를 풀겠다며 기획한 깜짝 이벤트다. 현대차가 쏘나타 출시 30주년을 기념해 초청한 고객들도 최대한 안전거리까지 접근해 모든 테스트 과정을 지켜봤다. 초청 고객들에게 쏘나타 차대차 충돌테스트에 대한 사전 공지는 없었다.

현대차 아산공장에서 생산된 내수용 쏘나타

현대차는 미국 앨라베마 공장에서 생산한 차를 직접 공수해왔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가 미국으로 직접 날아가 현지 딜러샵을 방문해 직접 고른 차다. 국산차는 자동차 블로거가 아산공장에 세워져 있는 수 백 여대의 쏘나타 가운데 임의로 고른차다. 두 대의 쏘나타에는 두 사람이 직접 고른 차임을 입증하는 손 도장과 자필 사인이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테스트는 남성과 여성 더미를 태운 국산과 미국산 쏘나타가 무선조종을 통해 시속 56km의 속도로 마주보고 달려 정면충돌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국토교통부가 실시하는 한국신차안전도평가(KNCAP)와 같은 기준에 충돌속도를 48km/h에서 8km/h 빠른 56km/h로 높이고 콘크리트 벽이 아닌 차량간 충돌로 더 가혹한 조건이다.

 현대차 미국 앨라베마 공장에서 생산된 쏘나타

모든 준비가 끝나고 방송인 김범수 씨의 카운트 다운이 시작됐다. 서로를 향해 달린 두 대의 쏘나타는 곧 바로 엄청난 굉음과 함께 정면 충돌했다. 두 차량의 전면부는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심하게 파손됐다.

박살난 엔진룸에서 오일이 새 바닥에 흐르고 차량에서 떨어져 나온 파편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대형 충돌사고 때와 다르지 않은 현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어 김필수 교수와 블로거가 차량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김 교수는 앞서 “충돌사고에서 탑승자의 안전을 최대한 보장하는 핵심 요소는 에어백 전개 여부와 승객석의 형태 유지, 그리고 도어의 열림 여부”라고 설명했다.

심하게 파손된 두 대의 쏘나타는 에어백과 A필라 그리고 도어의 상태가 동일했다. 운전석과 조수석 그리고 무릎 에버백이 모두 정상적으로 전개됐고 A필라 프레임은 원래의 상태를 그대로 유지했다. 운전석과 조수석 도어 역시 열리는데 문제가 없었다.

 남성과 여성 더미

김 교수는 “엔진룸을 포함한 전면부가 심하게 파손됐지만 이 충격이 승객석까지 영향을 주지 않았다”며 “이는 차체의 강성이 뛰어나다는 점과 국내산과 미국산 쏘나타가 다르지 않다는 점을 입증한 것”이라고 말했다.

양쪽 차량의 파손 부위나 파손의 정도, 승객석 보존 성능은 육안으로도 차이가 없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국산차 역차별 논란의 중심에 있던 에어백도 양쪽 모두 동일하게 전개되면서 생산 지역에 따라 차별이 존재한다는 루머가 사실이 아님을 확인시켜 줬다.

더미의 상해 정도도 다르지 않았다. 국토교통부의 KNCAP 정면 충돌 평가항목 중 상해기준에 따른 더미의 머리와 목, 흉부, 상부다리의 상해 정도는 두 모델이 각 항목 모두 동일한 수치를 기록했다.

 충돌 직후의 쏘나타

현장을 지켜 본 소비자들은 대부분 의외의 결과에 놀라는 눈치였다. 앞서 현대차가 내수용과 수출용 차량이 다르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갖고 실시한 설문에서 응답자의 84%가 그렇다고 답했고 이날 현장 참가자들이 즉석에서 실시한 투표에서도 74%는 안전성에 차별이 있다고 답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차대차 충돌테스트를 지켜 본 이후의 반응은 전혀 달랐다. 유 국(36세, 회사원) 씨는 “쏘나타(하이브리드)를 타면서도 반신반의 했었는데 현장에서 확인을 해 놓고도 믿지 못한다면 그건 내가 이상 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현장에서 만난 대부분의 쏘나타 오너들도 "그 동안 잘 못 생각했던 것 같다", "내수차나 수출차가 적어도 안전성에서는 차이가 없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했다", "테스트를 한다고 하길래 현대차가 망신을 당할 줄 알았는데 믿을 수 밖에 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곽진 현대차 국내영업본부 부사장은 “고객들과 소통을 직접적으로 하기 위해 행사를 기획했다”며 “무모한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지만 계속 노력하다보면 언젠가는 소비자들과 통하고 또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동일 차량의 충돌테스트가 유례가 없는 일이고 특히 실험실 밖 공개 장소라는 변수도 부담이 됐지만 현대차가 이번 실험을 통해 내수 역차별, 에어백, 쿠킹호일 등 그 동안 주홍글씨처럼 따라 붙었던 논란들을 털어내는 반전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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