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현대차는 산업부에 '구상권' 청구하라

  • 입력 2014.06.26 17:49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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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혹스럽다. 2개의 국가 기관이 서로 다른 결과물을 내 놓고 한 쪽에서는 문제될 것이 없다고 하고 또 다른 한 쪽은 규정 위반을 이유로 억 대의 과징금을 부과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작금에 벌어지고 있는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의 연비 적합 여부를 둘러싼 힘겨루기에 자동차 업체들이 골탕을 먹고 있다. 지금까지 연비 인증을 주관해 온 산업부가 시키는 대로 했던 당사자들은 억울하다.

과징금을 내는 것만으로 끝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 일로 현대차는 연비나 속이는 부도덕한 기업이 됐고 수많은 비난과 함께 소비자 피해 보상을 둘러싼 소송 사태에 직면했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연비 인증은 지난 10년 동안 '에너지이용합리화법' 그리고 '자동차의 에너지 소비효율 및 등급 표시에 관한 규정’에 따라야 한다.

현대차를 비롯한 자동차 업체들은 이 규정에 따라 산업부의 인증을 받았고 소비자들에게 알렸으며 사후 검증에서도 문제가 된 적이 없다.

그러나 국토부가 연비 사후 검증에 느닷없이 개입하면서 현대차는 물론 산업부도 거짓말을 친 꼴이 되고 말았다.

연비는 누구도 정확한 수치를 내 놓을 수가 없다. 현대차가 주장하는 것처럼 국토부의 2013년 연비 조사는 산업부가 적용한 연비 인증 법규와 시험주체, 시험장비, 시험조건 등이 모두 달랐다.

그렇지 않다 해도 약간의 지식만 있다면 연비라는 수치가 얼마나 가변성이 큰지는 누구나 공감하는 부분이다. 더군다나 측정 장비뿐만 아니라 도로 실 주행 연비 측정을 맡은 테스트 드라이버, 즉 사람이 개입했다면 그 편차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국토부가 2차례 벌인 재조사에서도 측정된 연비 수치는 모두 달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산업부의 기준과 장비, 인력으로 연비를 인증 받았다. 따라서 재조사가 필요했다면 동일한 기준과 장비, 인력이 동원됐어야 했다.

또한 국토부가 다른 결과를 얻었다면 결과치만을 내세워 제작사를 벌하는 것이 우선이 아니다. 산업부와의 오차를 줄이는데 먼저 나섰어야 한다. 그 오차를 줄인 다음 동일 차종에서 서로 다른 수치가 나왔다면 산업부든 제조사든 문제를 삼으면 될 일이다.

연비 사후 검증을 국토부로 일원화하겠다는 협의는 이런 통일된 방식이 선행돼야 한다. 그러지 않고서는 그 어떤 차종도 자유로울 수가 없다. 지금의 방식이라면 또 다른 기관에서 연비를 측정해도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연비 측정 방식과 기준, 장비, 인력 등을 통일시키고 일원화하는 방안이 시급하다. 산업부가 인증한 연비를 국토부가 사후 검증하는 것은 일원화가 아니다. 이번에는 현대차와 쌍용차가 문제가 됐지만 언제든지 다른 자동차 업체들도 이 사슬에 걸려 들 수밖에 없는 구조를 그대로 가져 가셔는 안 되기 때문이다.

현대차를 비롯한 제조사들을 두군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일본, 유럽 메이커들이 가장 가혹한 결과로 얻은 수치를 연비 등 제원에 표시하고 있는 것과 달리 무조건 높은 수치를 선호해 온 잘못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차와 쌍용차가 과징금을 낼 이유는 없다. 국가가 정한 규정을 준수했는데 과징금을 내야 한다면 그건 그런 규정을 적용한 산업부가 책임을 지고 부담해야 할 일이다. 이런 경우 현대차와 쌍용차는 부과된 과징금의 구상권을 산업부에 청구해도 될 성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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