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글동글 조마조마, 가능성을 보여준 BMW i3

  • 입력 2014.06.25 21:59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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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가 화석연료를 대체하고 지구 환경을 지키는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전기차에 대한 낙, 비관론은 자동차 제조사뿐만 아니라 미래 학자들의 전망도 분분하다.

불분명한 전망에도 완성차 업체들은 수 천 억 원을 들여 경쟁적으로 전기차를 개발했다. 2020년에는 전 세계에서 1000만대 이상 팔릴 것이라는 예상까지 있다.

최초의 전기차는 1834년 스코틀랜드 로버트 앤더슨이 만들었다. 그 이듬해에는 꽤 실용적인 소형 전기차가 네덜란드 괴링엔의 스트라틴 교수와 그의 조수 크리스토퍼 베커의 팀에 의해 만들어졌다. 그리고는 유럽과 미국에서 제법 많이 팔려나갔다.

1920년대 비약적으로 발전한 가솔린 엔진이 등장하기까지 뉴욕에서는 한 때 유럽 전역보다 많은 연간 2000대가 팔려나가기까지 했다.

 

전기차가 새삼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화석연료의 고갈, 그리고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다. 내연기관 엔진들이 주범으로 몰렸고 100년 이상 재미를 봤던 완성차 제조사들은 그 책임을 져야 했고 또 해결책을 내놔야 했다.

근대 최초의 양산형 전기차는 미쓰비시 아이미브(i-MiEV)다. 이후 닛산 리프, 쉐보레 볼트 등이 연이어 출시됐고 테슬라와 같이 아예 전기차만 만들어내는 메이커도 등장을 했다. 국내 업체들도 쏘울과 레이, SM3를 베이스로 한 순수 전기차들을 앞 다퉈 내놨다.

프리미엄 브랜드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전기차 시대에 대비하고 있는 브랜드는 BMW다. 누구보다 빨리 양산형 전기차인 i3를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유럽과 미국, 중국에 이어 최근 국내에도 진출을 했고 향후 영역을 넓혀간다는 것이 BMW의 계획이다.

 

친환경 소재로 완성된 초경량=i3는 개발단계에서부터 최종 완성품까지 가장 적극적인 친환경 소재와 설비, 공정으로 만들어진다. i3를 생산하는 독일 라이프치히 공장은 외부 전기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100% 풍력으로 얻은 에너지를 사용한다.

차량 대부분의 소재는 재생이 가능하고 심지어 차체를 이루는 카본파이버강화플라스틱(CFRP)은 수력발전으로 생산된 것만 사용한다. 완성된 제품을 수송하는데도 철도가 동원된다.

드라이브 모듈은 알루미늄을 사용했다. 실내는 천연 섬유와 천연 무두질 가죽 등 재생 가능한 재질이 대부분이다. 친환경, 경량 소재가 대거 적용돼 i3의 공차 중량은 동급 내연기관 차량보다 200kg 이상 가볍다.

i3의 공차 중량은 230kg이나 되는 배터리를 포함해 1300㎏에 불과하다. 전기를 사용하는 만큼 운행과정에서 배출되는 오염 물질은 제로(0)다. 수명을 다하고 폐차를 할 때 역시 90% 이상을 다시 사용하거나 활용할 수 있다.

차체를 구성하고 있는 CFRP(카본파이버강화플라스틱)은 원하는 형태를 쉽게 만들 수 있고 강철이나 알루미늄보다 가볍지만 내구성이 좋고 충격 강도에 버티는 힘도 부족하지 않다.

 

겉멋보다 내실에 주력한 디자인=잘 단련된 근육질 몸매처럼 동글동글, 울룩불룩한 i3의 외관은 철저하게 공기 저항 값을 낮추기 위한 디자인 컨셉이다. 엔진 대신 배터리와 모터로 구동되는 특성상 BMW의 다른 모델과 달리 후드와 전후 오버행이 극도로 짧아져 다부지고 옴팡진 외관을 보여준다.

전통적인 BMW의 디자인 요소들은 배제돼 있다. 키드니 그릴을 제외하면 프런트 라인과 리어 라인, 개성을 살려주는 캐릭터 라인들도 다르게 설계됐기 때문이다. 차체 크기는 전장 3999mm, 전폭 1775mm, 전고 1578mm 그리고 휠베이스는 2750mm다.

 

첨단 테크놀로지의 독창적인 인테리어=라이프 모듈과 BMWe 드라이브 등 구동력을 담당하는 드라이브 모듈로 구성된 실내 공간은 낯선 모습이다. 여기에다 단단한 프레임에 차체를 별도로 탑재하는 바디-온-프레임을 적용, 차체 안정성과 주행 안전성도 확보를 했다.

배터리는 차량의 무게중심을 고려해 차체 하단에 설치됐다. i3 차체무게 배분은 정확하게 50:50, 따라서 민첩한 주행성능을 확보했다.대시보드는 클러스터 대신 2개의 모니터와 간결한 센터페시아로 구성됐다.

스티어링 휠 너머에 있는 모니터는 배터리의 잔량과 속도 등을 제공하고 센터페시아 상단 iDrive 디스플레이는 길안내와 주행정보, 차량 설정 등을 할 수 있도록 했다. iDrive 디스플레이는 스마트 폰 대부분의 기능을 소화하고 가까운 충전소, 주차장 안내, 대중교통 정보까지 제공하는 편리한 기능들로 가득하다.

도어 안쪽, 대시보드 패널에는 재활용 소재가 사용됐다. 매끈하거나 감각적이지는 않지만 우드 트림과 어울리고 보기에도 나쁘지 않다. 4인승 시트 역시 모두 직물 소재가 감싸고 있다. 충분한 공간에 앞, 뒤 도어가 차체 중간부터 열리는 방식이어서 타고 내리는 것이 편했다.

스티어링 휠 오른쪽에 자리한 컬럼 타입 기어레버에는 스타트, 스톱 버튼이 함께 있다. 스타트 버튼을 누르면 모니터에 주행 가능한 거리가 표시된다.

 

한 번 충전에 132km 주행, 가슴 졸이는 달리기=i3는 50kW의 전기모터로 최고출력 170ps, 최대토크 250Nm(25.5kg.m)을 발휘한다. 리튬 이온 배터리 용량은 22kWh(360V). 전기모터의 최고회전수는 1만 1400rpm다.

구동방식은 뒷바퀴 굴림이다. 시승은 서울 남산에서 양재동을 거쳐 광장동에 있는 워커힐과 경기도 군포시, 그리고 다시 서울 남산으로 돌아오는 코스에서 이뤄졌다. 총 주행거리는 101km.

풀 충전이 된 상태에서 모니터에 표시된 주행 가능거리는 100km가 되지 않았다. 불안했다. 시승을 하려고 작정한 동선과 거의 같은 거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행을 하면서 주행 가능거리는 점차 늘어났다. 남산에 있는 BMW코리아 본사 지하 주차장에 있는 충전기까지 도착하고 난 후 더 달릴 수 있는 거리는 41km였다. 조마조마 했던 마음과는 달리 여유가 있었던 것.

주행 중에는 도로 상황과 운전 형태에 따라 주행 가능거리가 느리게 떨어지거나 내리막길에서는 더 늘어나기도 했다. BMW는 공조시스템이 작동되지 않은 에코프로모드로 설정하면 이 보다 더 많은 거리를 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어지간한 강심장이 아니면 막대그래프로 표시되는 배터리의 잔량이 짧아질수록 충전에 대한 욕구가 커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시승을 하는 내내 i3는 일반적인 가솔린, 또는 디젤 차량보다 가볍고 대신 민첩한 움직임의 주행 특성을 보여줬다.

전륜 스트럿, 후륜 5링크 타입 서스펜션은 매우 단단하다. 따라서 도로의 요철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조금이라도 굴곡이 있는 노면에서는 차체의 흔들림이 다소 과장되게 전달됐다.

달리는 능력은 기대한 것보다 만족스럽다. 가속도 빠르다. 정지상태에서 60km/h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3.7초, 100km/h는 7.2초, 딱히 비교할 만한 경쟁 모델이 없지만 이만하면 충분히 만족할만한 수치다. 이것저것 생각하지 않고 풀 가속을 하면 빠른 속도로 치고 나간다.

독특한 구동 방식 때문에 낯선 주행감각을 보여주기도 한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처음부터 시원스럽게 달려 나가지만 발을 떼면 아주 빠른 감속이 이뤄진다. 브레이크를 따로 밟지 않아도 웬만한 속도에서는 차량이 멈춰선다.

이 때 얻어지는 회생 에너지는 배터리에 공급된다. 내리막길에서 주행 거리가 더 늘어나는 이유다. 확장된 주행 거리를 원한다면 발전용 650cc 엔진을 장착해 주행거리를 300km까지 늘릴 수 있다.

 

아직 먼 대중화, 그러나 가까이 다가온 전기차=전기차는 그 동안 충전 인프라와 비싼 가격 때문에 대중화가 쉽지않았다. 전기차를 만드는 완성차 업체, 그리고 하루라도 빨리 환경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각국의 정부도 인프라 구축에 들어가는 천문학적인 비용을 부담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이런 인프라만 제대로 갖춰진다면 전기차는 내연기관과 겨뤄도 충분한 승산이 있다. 물론 장거리, 또는 가변성이 큰 주행에는 한계가 있겠지만 도시에서의 세컨드카, 또는 반복적 구간을 출, 퇴근하는데 별 무리가 없기 때문이다.

BMW코리아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i3를 사면 i월박스 가정용 충전기를 제공한다. RFID 카드로 언제든 사용이 가능하고 전국 이마트 60개 지점에 올해 안에 충전소를 보급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다양한 모델들이 소개되고 있고 이런 유형의 인프라가 마련된다면 전기차는 분명 매력적인 선택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가격은 5800~6900 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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