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를 넘어선 '제네시스' 때리기

  • 입력 2014.02.13 00:44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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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만든 제네시스가 출시한지 3개월도 안돼 끝없는 뭇매를 맞고 있다. 현대차가 공언했듯 심혈을 기울여 만든 역작이 소소한 일에 죽자고 달려드는 흠집내기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초고장력강판, 거북선 제네시스 그리고 최근에는 스키 슬로프에서 현대차의 4륜 구동시스템 '에이치트랙(HTRAC)'이 도마 위에 올랐다.

불과 3개월여만에 쏟아진 이런 의혹들이 모두 사실이라면 신형 제네시스는 단 몇 대를 팔기도 어려웠을 일이다. 거짓말을 했고 엔진에서 연기가 나는데다 아우디도 하고 쌍용차도 가뿐하게 성공한 스키 슬로프 주행조차 실패한 형편없는 차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장은 정 반대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신형 제네시스는 출시 3개월여 동안 2만여대 이상이 계약되면서 연간 3만 2000대의 판매목표를 향해 순항 중이다.

더군다나 4륜구동은 짧아도 4개월은 기다려야 차를 인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인기다. 이런 현상은 그 동안 제기됐던 대부분의 문제들이 사실과 다르다는 쪽에 더 신뢰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해석의 차이로 비롯된 초고장력강판 논란=자동차는 경량화, 그리고 강성을 높이기 위해 더 단단한 소재의 강판을 사용해야 하는 모순과 싸우고 있다. 단단한 철 소재일수록 무게가 더 나가 차량 중량이 증가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선택되는 소재가 바로 두께는 줄이되 강성을 높인 초고장력강판 또는 알루미늄, 탄소섬유강화 플라스틱 등이다. 이 가운데 알루미늄과 탄소섬유강화 플라스틱은 소재의 단가가 워낙 비싸기 때문에 제한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저렴하면서도 강성이 뛰어난 고장력, 또는 초고장력강판(AHSS, Advanced High Strength Steel)을 사용하는 비율이 높아지는 추세다. 이 논란은 제네시스가 60㎏f/㎟ 급 초고장력강판 비율을 51.5%로 높여 적용했다는 설명에서 시작됐다.

핵심은 초고장력강판의 범위, 그리고 이 때문에 제네시스의 중량이 증가하면서 성능과 연비가 크게 떨어졌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이 말하는 초고장력강판은 현대차의 설명과 크게 다르지 않다. 국제철강협회가 제시하는 강판의 세부기준에도 초고장력강판은 60㎏f/㎟ 급 이상의 인장강도 충분히 허용되는 범위다.

이는 1㎟ 굵기 철사에 60㎏을 매달아도 끊어지지 않는 강도다. 만약 일반적인 철 또는 고장력강판을 이 정도 비율로 적용했다면 무게는 더 늘어날 수 있고 갈수록 강화되는 충돌안전성을 확보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늘어난 차체의 중량 역시 같은 면적의 일반 강판으로 계산했을 때 초고장력강판 사용으로 이전보다 17kg이 줄었고 이 보다는 편의장치가 대거 추가되고 충돌안전성 등을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보철이 확대 적용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초고장력강판이 51.5% 적용됐다는 말은 거짓이 아니며 이 때문에 성능이 떨어지고 연비 효율성이 낮아졌다는 주장은 과장된 것이다.

 

연기로 둡갑한 수증기=최근 불거진 거북선 제네시스는 해프닝의 절정을 보여준다. 아직도 인터넷 이곳 저곳에서 '품질결함’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이 문제는 지난 달 20일, 제네시스의 전면 그릴과 후드의 틈새로 연기처럼 하얀 기체가 나오는 한 장의 사진에서 시작이 됐다.

이 사진은 '거북선 제네시스'로 불리며 삽시간에 인터넷에 퍼졌고 '신차가 나온지 얼마나 됐다고 엔진룸에서 연기가...'라는 반응으로 시작해 급기야는 신형 제네시스 엔진에 중대한 결함이 있다는 식으로 확대가 됐다.

막 세차를 마치고 달궈진 엔진의 열 때문에 발생한 수증기로 확인이 됐지만 인터넷에는 여전히 결함으로 몰고 가는 댓글이 올라가고 있다. 추운 겨울 셀프 세차를 해 본 경험이 있다면 누구나 한 번쯤 봤음직한 수증기가 연기로 둔갑을 하더니 중대한 결함 논란으로 확대가 된 것이다.

현대차가 직접 시연을 하고 해명을 했지만 지난 해 불거졌던 '수타페'를 예로 들어 엔진룸에서 누수가 발생했다, 심지어 언젠가는 화재로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아우디도 별 수 없었던 눈길 주행= 현대차의 최신 상시 4륜 구동 방식인 전자식 AWD 시스템 ‘HTRAC(에이치트랙)’도 본의 아닌 구설수에 올랐다. 지난 7일 용평스키장에서 신형 제네시스 AWD가 스키 슬로프를 주행하려고 했다가 갑작스러운 폭설로 차질을 빚으면서 불거진 구설수다.

전문 드라이버들이 슬로프를 질주하는 멋진 모습대신 눈 밭에 빠져 오도가도 못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노출된 것. 인터넷에는 즉각 현대차의 기술력을 비하하는 댓글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당시 용평을 비롯한 강원도 일대에는 많은 눈이 내린데다 기온이 높을 때 내리는 습설(濕雪)이어서 제 아무리 4륜 구동 성능이 뛰어난 차도 쉽게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전문가들은 "자동차로 눈길을 달리거나 스키 슬로프를 오르는 시도는 대부분 바닥을 다진 후에 하는 것이 보통"이라고 말했다. 현장에서 이런 모습을 지켜본 스키어들조차 현대차의 이런 무모한 시도를 안타까워했을 정도다.

일부에서 스바루와 지프 브랜드의 4륜 구동 모델이 깊게 쌓인 눈밭에서 별 문제없이 운행되는 동영상과 비교해 제네시스 AWD의 성능이 크게 부족하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그러나 지상고가 높은 RV 차량과 달리 지상고가 낮은 세단은 앞으로 밀려나가며 겹치는 눈의 양이 다르기 때문에 직접 비교가 힘들다.

제설삽을 무한정 밀고 나가지 못하는 것과 같이 무겁게 쌓인 눈을 밀어내며 앞으로 전진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용평스키장 당시 상황에서는 아우디와 스바루 그 어떤 차도 비슷한 곤경에 처할 수 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모든 것이 인재(人災)=앞서 열거된 모든 사례는 잘 만든 제네시스라는 차량의 문제가 아닌 인재(人災)였다는 점에 현대차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초고장력강판의 경우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논란이었지만 상품담당자들은 즉각 설명을 하지 못했다.

이는 그룹 계열사인 현대제철과 연구소 인력들이 논란이 될 수 있는 내용을 사전에 체크하고 공유해 문제가 돌출됐을 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사전 커뮤니케이션도 전혀 없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처음 이 문제가 불거졌을 때 그 누구도 시원한 답변을 하지 못했고 이 때문에 논란이 더 확산됐기 때문이다. 또한 강판을 보다 쉽고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도록 인장강도를 의미하는 MPa 수치가 함께 표시됐으면 있지 않아도 됐을 논란이다.

거북선 제네시스도 마찬가지다. 만약 당시 현장 직원이 황급하게 차를 치우기 보다 "지금 막 세차를 했기 때문에 엔진의 열로 수증기가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으면 애초부터 해프닝은 없어도 됐을 일이다.

또한 눈 밭에 빠져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됐던 제네시스 역시 사전에 다른 브랜드의 슬로프 주행 사례를 자세하게 참고하고 눈의 성질에 대해서 기초적인 상식만 갖고 있었다면 당하지 않아도 됐을 수모였다. 침소봉대(針小棒大)하는 소비자들을 탓하기 전에 또 다른 인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단단히 챙겨볼 일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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