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대, 새 차 안사는 이유 뭔가 봤더니

  • 입력 2013.11.18 10:06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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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원작업을 거쳐 새롭게 변신한 1995년식 갤로퍼

폐차 직전의 중고차를 구입해 새 차 수준으로 복원하는 '리스토어(restore)'가 최근 유행하고 있다. 주로 20~30대 젊은층들 사이에 새로운 트렌드로 주목을 받고 있는 리스토어는 오래전 출고된 중고차를 자신의 취향에 맞춰 전혀 다른 분위기의 새로운 자동차로 복원한다는 점 때문에 특히 주목을 끌고 있다.

1993년 출고돼 20여년 가량된 옛 현대정공의 1세대 갤로퍼를 비롯해 쌍용차 코란도, 기아차 레토나와 스포티지, 현대차 포니 등이 리스토어 인기 모델들이다. 주로 국산차인 이유는 중고차 가격이 저렴하고 부품을 구하기도 쉽기 때문이다.

개성 욕구가 강한 젊은층들이 새 차를 사기보다 낡고 오래된 중고차에 더 관심을 갖는 이유다. 윤연상(33세, 서울 동부이촌동)씨는 지난 5월, 200만원을 주고 1995년식 중고 갤로퍼를 구입해 차량을 복원했다. 출고된지 18년이 지난 차량이 겉과 속이 제대로 유지됐을리는 만무했다. 그는 자신이 직접 발품을 팔아가며 부품을 구해 하나 하나 직접 교체를 수리를 했다.

▲ 1995년식 갤로퍼 복원 전후 비교

도색과 같은 전문적인 작업은 업체에 맡겼고 이렇게 4개월 동안 공을 들여 모든 리스터어(복원) 작업을 마쳤다. 엔진은 가능한 원래의 상태가 유지될 수 있도록 크게 손을 대지 않았다. 윤 씨가 외관과 인테리어를 수리하고 도색까지 하는데 들어간 총 비용은 1100만원. 차 값을 합쳐 1300만원을 지출했다.

오래전 단종(2001년)이 됐지만 부품을 구하는데도 큰 어려움이 없었다고 한다. 램프류와 시트 관련 부품을 빼면 아직도 판매가 되고 있는 새 것도 많았고 중고 부품을 구하는 일도 쉬웠다. 그는 "하나 같이 똑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새 차보다는 내 손을 거쳐 다른 의미를 가진 자동차로 직접 꾸미고 탈 수 있다는 점에 빠져서 리스토어에 도전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결과물에 대한 만족감도 높았다. 그는 "어느 정도의 퀄리티를 원하는 가에 따라서 만족도에 차이는 있겠지만 요즘 나오는 신 모델에서는 기대할 수 없는 독특한 매력 하나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 17일, 서울 잠실한강공원에서 열린 클래식카 페스티벌(SK엔카)에도 윤 씨와 같이 리스토어 작업을 거친 1995년식 갤로퍼가 전시돼 주목을 끌었다. 관람객들이 갤로퍼라는 점을 쉽게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전혀 다른 분위기를 과시한 이 차는 초등학교때부터 갤로퍼를 드림카로 꿈꿔왔던 장무혁(34세)의 손을 거쳐 복원이 됐다.

▲ 1995년식 갤로퍼 복원 전후 비교

장 씨는 "주변에 저렴한 중고차를 사서 조금씩 공을 들여가며 자신만의 차로 만들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 때문에 갤로퍼와 같이 리스토어에 적합한 차량들은 연식과 상관없이 몸값이 오르고 있다. 지난 5월까지만 해도 200만원대에 불과했던 95년식 갤로퍼가 최근에는 350만원까지 가격이 올랐다.

최근에는 갤로퍼에 이어 스포티지, 코란도와 같이 과거 아버지 세대의 로망이었던 모델들이 리스토어 대상차로 주목을 끌고 있다. 20대와 30대 사이에는 리스토어뿐만 아니라 클래식카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클래식카 페스티벌에 참가한 25대의 본선 진출 차량의 차주 대부분도 윤씨, 정씨와 모두 연령대가 비슷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젊은층 사이에서 자동차를 '문화'로 인식하는 새로운 트렌드가 시작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바람직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성 세대들이 자동차를 필요의 수단으로 봤다면 요즘 세대는 또 다른 의미에서의 가치를 지닌 애장품으로 인식이 되고 있다"며 "클래식카 또는 차량 복원 문화가 더욱 확산이 될 수 있도록 튜닝 등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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