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디젤차, 안방 내주고 유럽서 맹위

  • 입력 2013.09.11 23:33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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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산 디젤 승용차가 수입차 시장의 절대 권력으로 자리를 잡았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판매된 전체 수입차 가운데 디젤 비중은 60.8%나 된다.

작년 같은 기간 디젤 비중은 49.3%였고 8월에는 63.9%까지 치 솟았다. 국산차가 모두 합세해도 감히 도전할 수준이 되지 못한다.

이런 현상은 유럽에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디젤차의 앞선 기술이 '디젤차=수입차'라는 인식으로 소비자들에게 각인됐기 때문이다. 수입차 업체들은 국내 시장을 선점하는 과정에서도 이런 점을 마케팅에 적극 활용해 왔다.

2005년 기아차가 프라이드 디젤을 출시한 이후 국산 모델이 여러 차례 시장을 두드렸지만 '시끄럽고 덜덜거린다'는 인식을 털어내지 못한 탓도 있다.

당연히 국산 디젤차는 팔리지 않았다. 그 틈새에 폭스바겐과 BMW가 조용하고 정숙하고 경제성이 뛰어난 디젤 모델들을 투입하면서 단 기간에 안방을 내 주고 말았다. 그렇다고 국내 시장에서 국산 디젤차들이 형편없는 성적만 기록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엑센트와 i30, i40, 프라이드 등 일부는 여전히 디젤 비중이 높고 가장 최근 출시한 현대차 아반떼 1.6 VGT는 높은 완성도로 주목을 받고 있다. 서서히 라인업을 늘려 나간다면 유럽 업체들에게 빼앗긴 디젤 시장을 다시 탈환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이유다.

자존심이 구겨진 국내 업체들이 크게 개의치 않은 이유는 또 있다. 국산 디젤 모델들이 안방보다 해외 시장, 특히 유럽에서 적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국산 디젤 승용차의 수출 역사는 지난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현대차는 1.5리터 VGT 엔진을 탑재한 현대차 아반떼 XD를 개발하고 유럽에 진출했다.

이후 엑센트와 기아차 프라이드 디젤 모델이 연이어 투입됐고 지금은 현대차와 기아차를 중심으로 핵심 모델들이 불티나게 팔려 나가고 있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디젤 모델의 수도 적지가 않다. 현대차는 i20, i30, i40, ix20, ix35(투싼ix), ix55(베라크루즈), 싼타페, 스타랙스 등 8개 차종이나 된다.

기아차도 리오(프라이드), 씨드, 쏘울, 카렌스, 스포티지, 쏘렌토, 카니발 등 6개 차종을 판매하고 있어 14개의 디젤 모델이 유럽 시장을 공력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유럽의 디젤차 선호도가 워낙 높은 탓도 있지만 현대차와 기아차의 디젤 판매 비중은 40% 이상"이라고 말했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디젤 라인업이 유럽 현지에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는 엔진 성능에서 유럽산 모델과 큰 차이가 없는 반면 가격과 연비 등의 경제적 가치에서 앞서 있기 때문이다.

프라이드와 엑센트에 탑재되고 있는 1.4 U2 VGT 엔진은 112마력의 높은 출력과 함께 19.0km/l의 연비 성능을 갖추고 있다.

이는 유럽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폭스바겐의 해치백 골프 1.6 TDI의 출력(105마력)과 연비(18.9km/l)를 앞선 제원이다.

유럽 전략형으로 개발된 씨드와 i20 등도 유럽 현지에서는 없어서 팔지 못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국내에서 유럽산 디젤 모델에 안방을 빼앗긴 토종 기업들이 유럽 안방에 역습을 가하고 있는 격이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일본 업체들보다 유럽 성장세가 빠른 이유도 디젤 경쟁력이 앞서 있기 때문이다. 디젤 기술력에서 상대적으로 뒤쳐진 일본 업체들이 하이브리드카로 대응을 하고 있지만 유럽 소비자들의 디젤 사랑은 꺽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국산 디젤차가 국내에서 제대로 대접을 받고 있지는 못하지만 디젤차의 본 고장인 유럽에서는 포지션이 제법 강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최근 출시한 아반떼 디젤이 초기 반응이 예상보다 좋다고 판단한 현대차가 디젤 라인업을 늘려 나가며 독일 업체에 빼앗긴 안방 탈환에 전력을 다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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