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G, 내수 및 수출차 그리고 '증후군'

  • 입력 2013.04.23 11:19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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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부터 우리 먹거리 문화는 조미료의 사용 여부가 착하고 나쁜 식당, 그리고 현명하거나 그렇지 못한 주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돼왔다. 우리집은 조미료를 쓰지 않는다고 말하면 꽤 의식이 있는 웰빙 가족으로 시선이 바뀌기도 한다.

MSG(글루탐산나트륨) 얘기다. 인체에 특별한 해가 없다는 유명 석학들의 주장, 유엔(UN) 기구가 건강에 해를 끼칠 가능성이 없다며 일일 섭취허용량까지 철폐를 했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이 끔찍한 증후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까지 나서서 MSG는 화학조미료가 아닌 사탕수수에서 추출한 천연조미료고 건강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데도 사람들은 좀처럼 사실을 믿으려고 하지 않는다.

자동차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완성차 업체들이 내수용과 수출용 차량을 따로 만들고 있다는 오래된 편견이 아직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불만이 많은 소비자들은 역차별, 형평성을 앞세워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완성차 업체들을 공격해왔다. 전혀 근거가 없는 얘기는 아니다. 수출에 주력했던 시절 일부 차별이 있었다는 점은 완성차 업체들도 인정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만한 시간 이전에 내수용과 수출용 차량의 차별은 사라졌다. 그런데도 완성차 업체들이 이런 얘기가 나올 때마다 사력을 다해 설명을 해도 소비자들은 믿지 않는다.

강판으로 시작된 차별 주장은 이제 에어백과 방청, MDPS(전동식 파워 스티어링), TPMS(타이어공기압경보장치), 도어 임팩트바 등으로 계속 확대되고 있다.

문제는 언론, 시민단체까지 여기에 가세하면서 소비자들이 정확한 내용을 알기에 앞서 이를 기정사실처럼 받아 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차별과 차이는 구분돼야 한다. 내수용과 수출용 차량에 차이가 없을 수는 없다"며 "수출 대상국의 법규, 지리적 특성, 환경, 소비자들의 취향에 상품의 구성에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차별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아주 오래된 '아연도금강판'

완성차 업체들이 국내 소비자들을 홀대하고 있다는 주장은 내수용과 수출용 차량이 각각 다른 강판을 사용하고 있다는 주장에서 시작됐다.

일반 강판에 아연을 입힌 아연도금강판은 습기가 많거나 눈이 많은 지역에서 사용하는 염화칼슘 등에 의한 차체 부식을 막기 위해 사용을 하고 있다.

2006년 이전까지만 해도 현대차는 적설량을 기준으로 방청가혹지역과 방청지역, 그리고 우리나라와 같이 방청 무관지역으로 분류된 기준에 따라 아연도금 강판 사용 비율을 다르게 적용했다.

소비자들의 지적이 당시만 해도 틀리지 않았다는 얘기다. 현대차는 그러나 2006년 이후부터 내수용, 수출용 차량에 70% 이상의 동일한 아연도금강판 비율을 적용하기 시작했고 2011년부터는 전 차종에 같은 비율로 사용을 하고 있다.

그런데도 상당수의 소비자들은 여전히 현대차가 내수용과 수출용 차량의 강판을 다르게 사용하고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고 그렇게 믿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아연도금강판이 모든 차량에 동일하게 적용된 것은 이미 오래전 일"이라며 "다만 수출 지역별 대상에 따라 차체 하부의 대드너(deadner) 작업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충격, 소음...내수용이 가장 정숙

차체 소음과 충격 흡수, 그리고 차량 하체 방음과 엔진음의 실내 유입을 차단하기 위한 대드너(deadner)는 자동차의 승차감과 실내 쾌적성을 유지하는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북미, 유럽, 그리고 중국이나 러시아는 소비자들의 취향이 분명하게 다르고 도로와 기후에도 각각의 특성이 있다"며 "방청과 방음, 충격에 반응하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내수용과 수출용에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내수용 차량은 유난스럽게 조용한 승차감을 원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특성에 맞춰 가장 까다로운 대드너 작업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들이 차별의 근거로 제시하고 있는 해외 차량의 대드너에 대해서도 해명을 했다. 그는 "대부분이 튜닝에 의한 것"이라며 "우리와 달리 미국에서는 차량을 판매하는 딜러가 추가적인 대드너 작업을 해서 차량을 출고하는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공장 출고 차량의 원래 모습이 아니라 딜러 샵에서 이뤄진 추가 작업으로 다르게 보인다는 것이다. 해외에서는 완성차 업체에서 공급 받은 차량을 딜러들이 튜닝 프로모션과 같은 자체 이벤트를 통해 판매 하는 일이 일반화 돼 있다.

 

에어백, MDPS 등 안전성 차별 논란

최근에는 내수용차 대부분이 2세대 디파워드 에어백을 장착한 반면 수출용차는 3세대 어드벤스드 에어백을 장착했다는 점을 들어 차별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한편에서는 측면 충돌이 탑승자를 보호하기 위해 도어 안쪽에 설치한 임팩트 바의 개수 논란까지 불거졌다. 모두가 차량 탑승자의 안전에 직접 영향을 주는 것이어서 소비자들의 관심이 매우 높았던 사안이다.

하지만 이 역시 차별이 아닌 차이에 불과하다. 미국의 안전법규에 대응하기 위해 내수용과 다른 에어백을 장착한 것이기 때문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미국이 정한 도어 임팩트 바의 재질과 각도, 갯수에 맞춘 것"이라며 "측면 충돌에서 탑승자를 보호하는 성능은 바의 갯수와 전혀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 수출차량은 에어백의 타입과 도어 임팩트 바 등이 국내 차량과 동일하다는 말로 어쩔 수 없는 차이점을 설명했다,

따라서 에어백을 포함한 안전사양 논란은 차별과 무관하다. 수출 대상 지역의 법규에 맞는 상품을 팔아야 하는 입장에서 보면 더욱 그렇다.

이런 차이가 가능하도록 한 국내 안전법규가 먼저 지적을 받아야 옳다. 국내 규정에 맞춰 최근 출시되고 있는 대부분의 수입차들도 비싼 어드밴스드 에어백은 적용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해 수입차 업체들이 디파워드 에어백 장착 모델을 출시했다가 곤욕을 치르기도 했지만 국내 안전 규정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는 차별이 아닌 차이일 뿐이다.

MDPS(전동식 파워 스티어링)는 내수형보다 미국 수출모델 것이 더 비싼 것이고 우리는 없는 TPMS(타이어공기압경보장치)가 모두 기본 장착되고 있다는 것도 차별의 근거가 되고 있다.

김종현 현대차 고객서비스팀 과장은 "MDPS의 베이스는 하나다. 하지만 수출 대상국의 주행 패턴과 도로조건, 운전자 성향 등을 고려해서 소프트웨어의 튜닝을 각각 다르게 할 뿐"이라며 "전 세계에 수출되는 모든 현대차는 기본적으로 동일한 제품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각국의 안전, 환경 규제에 맞춰 차이를 주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미국보다 국내 차 값이 비싸다

환율에 따라 큰 차이가 있지만 국산차의 해외 현지 판매가격은 역전이 된지 오래다. 현대차 아반떼의 경우 국내에서는 1365만원부터 시작을 한다. 배기량(1600/1800cc) 차이는 있지만 미국에서 아반떼는 같은 수동변속기를 장착한 GLS가 1898만원부터 판매되고 있다.

엑센트, 쏘나타, 그랜저 등 다른 모델도 많게는 700만원 가량 국내보다 비싸게 팔리고 있다. 그런데도 현대차는 국내에서 비싸게 팔고 미국에서는 싸게 판다는 오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기아차도 마찬가지다. 현대차 관계자는 "국산차가 해외 시장에서 제값을 받기 시작한 것은 꽤 오래전부터다"라며 "완성차 뿐만 아니라 부품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1976년 에콰도르에 처음 수출을 시작하고 1986년 엑셀로 미국 진출을 계기로 본격적인 글로벌 판매가 시작된 이후 끓임없이 내수와 수출 시장에서의 차별 논란에 시달려왔다.

MSG 논란처럼 과거 현대차와 기아차에 대한 깊은 불신이 이제는 전혀 다른 양상에도 좀처럼 소비자들의 마음은 돌아서지 않고 있다.

화학조미료를 국자로 쏟아 붓는 모습에 놀라 자장면을 먹으면 근거없이 속이 거북하다는 '중국집 증후군'이 근거없는 차별에 늘 피해의식을 안고 사는 한국 자동차 소비자와 묘하게 겹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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