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난처해진 '애플카' 현대차 그리고 닛산과 폭스바겐까지 'NO'

  • 입력 2021.02.15 13:02
  • 수정 2021.02.16 16:09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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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 '애플카'를 만들어 달라고 했지만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으면서 애플이 곤혹스럽게 됐다. 애플은 세계 최고 자율주행 기술을 보유한 자신들이 애플카 생산을 요청하면 누구도 거절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굵직한 완성차 제작사가 앞다퉈 달려들 것을 생각했지만 상황은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현대차 그룹에 이어 닛산도 협상이 결렬됐다는 소식이다. 외신을 종합해 보면 애플 브랜드 사용에 합의점을 찾지 못해 논의가 진척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그룹과 논의가 중단된 이유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애플은 이들 말고도 토요타, 혼다와도 협상을 벌였지만 모두 무산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폭스바겐도 애플을 우습게 보기 시작했다. 헤르베르트 디스 폭스바겐 최고경영자(CEO)는 "애플과 경쟁이 전혀 두렵지 않다"라고 말했다. 그는 "자동차 산업은 단번에 도달할 수 있는 기술이 아니다"라며 "애플이 하루아침에 해낼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애플이 세계에서 기업 가치가 가장 크고 아무리 돈이 많은 거대 기업이어도 자동차 생산을 위한 기반 시설에 천문학적 비용과 노하우를 부담하고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한편에서는 이런 상황이 지속하면 애플 자율주행 전기차가 빛을 볼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또 수많은 스타트업도 애플 못지않은 자율주행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애플이 자동차를 직접 만들겠다고 하는 것과 다르게 이들은 기존 완성차 업체에 소프트웨어를 제공하거나 적어도 협업이나 협력을 요구하고 있다. 그래서 이미 수많은 완성차 업체가 이들 빅테크와 협업을 진행하거나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도 애플은 원하는 차를 군소리 없이 만들어 줄 하청업체를 찾는 모양이다. 업계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애플은 애플 로고를 단 차량 생산만 요구했을 것이다. 기술을 이전하거나 공유하는 것, 심지어 애플 브랜드를 활용하는 것조차 허용하지 않는 원칙을 갖고 있어 협상을 이어나가기 어려웠을 것" 이라고 말했다. 

애플이 뛰어난 자율주행 전기차 기술을 갖고 있다고 가정해도 완성차 업체가 하청에 목을 맬 이유가 없다. 또 자율주행 기술은 이미 보편화한 것이다. 테슬라가 그렇고 폭스바겐, 현대차, 토요타 등도 진보한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단계적으로 완성해 내고 있고 일부는 차량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완전 무인차를 시험 주행이 아닌 상용 주행에 나선 곳도 있다. 

자율주행차가 보편화하는 일도 애플 단독으로는 가능하지 않다. 도로 구조, 시설, 교통 및 신호 체계, 나라마다 조금씩 다른 표지판과 안전 규제 등을  표준화하는 국제 조화도 반드시 거쳐야 한다. 자율주행차 상용화 초기 단계에서 완성차 업체, 그리고 국가 간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이유다. 

한편으로는 애플이 요구하는 애플카 생산은 미래 모빌리티 핵심 사업으로 전기차와 자율주행, 커넥티드 3대 분야에 거액을 투자한 완성차 업체들이 그동안 쏟아부은 노력을 포기해야 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일각에서 보는 것처럼 애플이 갑의 위치에 있다는 것도 억측이다. 자신들이 을이라고 생각하는 완성차 업체도 없다. 애플이 자기 것을 포기하지 않는 한 애플카를 생산해 줄 곳을 찾기는 쉽지 않을 일이다. 현대 애플카라면 몰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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