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 음주 여성 BMW? "치킨은 살 안 찌고 운전은 사람이 하는 것"
[시시콜콜] 음주 여성 BMW? "치킨은 살 안 찌고 운전은 사람이 하는 것"
  • 김흥식 기자
  • 승인 2020.11.09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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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지막하게 단풍놀이를 즐기려는 차들로 주말 도로는 가득 찼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10월과 11월은 연중 교통사고가 가장 많을 때다. 이 시기 교통사고가 연간 전체 사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8%나 됐다. 그래서 요즘 교통사고 얘기가 자주 들렸나 보다.

지난 주말 신문과 방송에도 교통사고 얘기가 자주 있었다. 그중 토요일(7일) 유력지 지면에 이런 제목을 단 기사가 있었다. "이번엔 '음주 여성 BMW'...50대 미화원 숨져". 대구에서 한 여성이 음주운전을 하다 음식물 쓰레기 수거차를 들이받아 환경미화원 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음주운전으로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는 사실에 분노하면서도 기사 제목과 내용을 담은 유력지 행태도 그에 못지않게 한심스러웠다. 자동차가 스스로 음주운전을 한 것도 아닌데, 왜 BMW 그것도 음주 여성이라는 단어가 강조된 것일까.

이번 사고 역시 변명할 것 없이 당연히 비난 받아야 할 음주운전 사고다. 그러나 조금 비약하면 "여성(주제에)이 술을 먹고 (건방지게) 외제차를 타다 음주 사고를 냈다"는 것으로 보인다. BMW나 벤츠에 아무리 뛰어난 첨단 장치가 달려 있어도 아직은 자율주행은 물론 음주운전은 가당치도 않은 일이다.

하지만 제목만 보면 성별이 여성인 BMW가 술을 먹고 스스로 달리다 사고를 낸 것으로 이해를 해야 한다. 음주 사고 본질에다 아무 상관도 없는 BMW라는 브랜드를 무슨 의도로든 끼워넣어야 한다는 억지가 만든 제목이다.

지난 9월 인천 을왕리에서 치킨 배달을 하던 한 가장이 음주 차량에 치여 숨진 일도 다르지 않았다. 그때도 음주운전, 음주사고라는 핵심보다 사고를 낸 운전자가 여성이고 몰던 차가 벤츠라는 것이 더 관심거리였다. 미디어 대부분이 이렇게 정의롭게 '음주운전, 음주사고' 문제점, 심각하다는 것을 지적하는 척하면서 사고 모델이 BMW 또는 벤츠라는 것을 상기 시켜 준다. 말미에 얘기하겠지만 그 의도가 뻔하다.

2018년 시작된 BMW 화재 사태 때 지적했던 일이기도 하다. 그 이전과 이후에도 BMW, 벤츠, 포르쉐, 아우디, 폭스바겐 등 유명 수입 브랜드 모델은 불이 나거나 사고가 나거나 심지어 차량과 관련이 없는 일에서도 '벤츠 차량', 'BMW 운전자'로 브랜드가 노출됐다. 반면 국산차는 불이 나고 그보다 더 큰 사고나 만취 운전자가 더 심각한 사고를 내도 "달리던 화물차, 달리던 국산 승용차, 국산 SUV 아니면 A씨가 몰던 승용차"로 감춰진다. 화재나 심각한 결함이 의심되는 사고는 최소한 모델 정보가 필요한데도 수입차는 알려주고 국산차는 알려주지 않는다. 

이뿐만이 아니다.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일, 연예인, 정치인 등과 관련된 뉴스도 다르지 않다. 자신이 타고 온 벤츠 승용차에서...이렇게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수입차는 꼭 짚은 브랜드, 국산차는 국산차나 승용차, 화물차로 뭉뚱그리고 만다. 음주운전을 자동차가 한 것도 아닌데 그 얄팍한 관심 조금 받자고 대한민국 유력지라고 자부하면서 하는 짓거리가 하도 유치해서 하는 얘기다.

이제 국산차와 가격 차이가 별로 나지 않을뿐더러 더 싼 모델을 타면서 수입차라고 생색을 내는 꼴불견도 아직 남아 있고 사소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는 일이지만 음주 사고나 뺑소니처럼 좋지 않은 일에 아무 상관도 없는 브랜드를 거론하는 행태는 공정하지 못한 일이다.

그게 공정하다고 생각한다면 요 몇일 남산 1호 터널에서 불이 난 택시가 현대차 쏘나타인지, 달리다 불이 난 순천 버스는 현대차인지, 수도권제1순환고속도로 사패산터널 화재 차량이 기아차 모닝인지 정확하게 알려주는 것이 맞지 않을까. 어쩌면 구색이 전혀 맞지 않은 이런 행태가 계속되는 건 교묘하게 특정 브랜드를 골탕 먹이거나 다루려는 의도일 수도 있다. 살은 치킨을 먹은 사람이 찌고 음주운전은 사람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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