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정통 크로스오버, FX30d

  • 입력 2012.05.16 09:44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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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부터 크로스오버는 단단한 하체와 선이 굵은 디자인, 그리고 디젤엔진의 거칠고 분명한 파워가 정석이다. 세단의 부드러운 주행성능을 선호하는 북미 시장 공략을 위해 가솔린 모델들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지만 크로스오버의 진짜 맛은 조금은 거칠어도 가볍지않은 디젤엔진에서 제대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닛산 인피니티가 만든 일본산 최초의 디젤차 FX30d는 럭셔리한 디자인과 인테리어 그리고 하이퍼포먼스로 국내는 물론 유럽에서 BMW의 X시리즈, 아우디 Q시리즈 등과 경쟁하기 위해 개발한 야심작이다. 인피니티가 FX30d의 아시아 첫 시장으로 한국을 택한 것도 그들을 겨냥한 속내를 그대로 보여준 것이다.

FX30d는 3.0리터 6기통 터보디젤 엔진과 7단 트랜스미션을 탑재, 최고출력 238마력, 최대토크 56.1kg.m의 넉넉한 파워를 갖췄다. 국내에서 인기가 많은 아우디 Q7 3.0 TDI(V6 터보디젤)보다 출력은 2마력이 낮지만 토크는 대등하다.

하지만 FX30d는 시동을 거는 순간부터 경쟁모델과는 차원이 다른 맛을 느끼게 한다. 디젤엔진 특유의 거친 엔진음을 규칙적인 사운드로 변화시켜 생동감을 높였다. 그동안 대부분의 자동차 시승에서 길들여져 있던 밋밋함이 한 순간에 사라질 정도로 야성적인 사운드가 들리기 때문이다.

거슬리는 소음을 미화시킨 것은 절대 아니다. 그만큼 FX30d의 시동, 가속시 엔진음은 가슴 깊숙한 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처럼 우렁차고 기분이 좋다. 이 사운드는 고속에서 더욱 간결해지고 차분해지며 절정에 달한다.

처음 만들었다는 디젤엔진이라는 기우와 달리 출발은 믿음직스럽다. 스티어링 휠의 적절한 세기, 엑셀페달의 묵직함 따라서 매우 차분한 스타트가 이뤄진다.

토크의 수준이 높고 낮은 rpm에서 발휘되는 최고출력 덕분에 초반은 물론, 중속에서 고속으로 넘어가는 가속 능력도 안정적이며 민첩하게 이뤄진다.

100km/h 안팍의 속력에도 rpm은 2000 이하에서 계속 유지되기 때문에 큰 차체에도 불구하고 굼뜸없이 곧 바로 치고 나가는 가속력이 일품이다.

공인연비인 10.2km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270km 시승에서 기록한 FX30d의 실 연비는 9.9km/l로 그닥 실망스러운 수준은 아니다.

디자인과 인테리어는 기존의 FX30 가솔린 버전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인피니티의 패밀리룩이 강조된 외관은 더블아치 그릴과 볼륨을 강조한 후드 캐릭터 라인으로 공격적이고 압도적인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

최적의 50대50 무게 배분이 구현된 프론트 미드십 플랫폼을 기반으로 완성된 측면은 FX30d 디자인의 정점으로 꼽아도 부족함이 없다.

더블 웨이브 타입의 인테리어도 고급스럽고 정갈한 것으로 평가된다. 크로스오버 다운 넉넉한 실내공간, 럭셔리 브랜드 다운 기품있는 소재, 시트 분할로 공간 활용을 최대화 할 수 있도록 했다.

안전사양으로는 차체 자세 제어장치(VDC)와 트랙션 컨트롤 시스템(TCS), 전자식 제동력 분배(EBD) 시스템이 기본 적용된다.

FX30d의 유일한 단점은 내비게이션의 조작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오디오에서 내비게이션으로 전환하는 과정이 복잡한데다 규칙적이지도 않아도 시승 내내 불편했기 때문이다.

메뉴를 한글로 교체하고 한국형 내비게이션을 개발해 장착하는 경쟁업체들의 디테일을 참고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하다.

FX30d의 가격은 7970만원이다. 경쟁 모델인 BMW X5 40d가 1억원대, Q7 역시 이에 육박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비슷한 성능에 가격 경쟁력에서는 월등하다고 볼 수 있다.

일본産 최초의 디젤 크로스오버 FX30d가 아시아 최초로 선택한 한국에서의 선전이 기대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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